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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언행일치’의 진수, 연극 ‘실수 연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미 세상에 나올 만큼 나왔다. 문제는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문제다. 그런데 새로운 표현의 다른 말은 ‘시도’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아직 생경했던 셰익스피어의 희곡, 그리고 실수연발

셰익스피어 작품은 독백, 특히 방백이 많기로 유명하다. 사랑에 빠진 로미오가 쏟아내는 아름다운 단어들과 복수라는 운명 앞에 번민하는 햄릿의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인물에게 부여된 주요한 메시지를 주로 방백을 통해 처리하였다. 그래서 관객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방백이 나오는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는 영국 태생으로서 그의 작품은 전부 영어로 쓰였기 때문에 번역본을 통해 공연될 경우 작가가 의도했던 말의 맥락이 곡해되기 쉽고, 화려한 수식들로 가득한 특징을 가지는 독백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고 지루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기도 한다. 특히 희극의 경우 비극보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극적 구조 역시 동양의 정서와 거리가 먼 코미디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서 그동안 한국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연극 ‘실수 연발’ 역시 그런 희극 중 하나이다,

연극 ‘실수 연발’, 셰익스피어 대사를 관객의 입으로 말하게 하다!


이번 연극 ‘실수 연발’은 이러한 과거의 생각들을 바꾸기에는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 다수의 입에서 셰익스피어의 현란한 대사가 바로바로 튀어나왔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마치 사실주의 연극에서 쉴새 없이 뱉어낸 오늘 우리에 대한 말들을 관객이 쉽게 모방하는 것과 같은 형태다. 가장 자신에게 인상 깊은 한 구절이 가슴 한 켠에 박혀 집에 가는 내내 그 대사를 떠올리며 연극의 잔상 안에서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상과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한글과 어순이 다른 언어를 한글로 표현할 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번역극, 화려한 수식어들, 장문의 독백, 다른 문화권의 웃음 코드 등 한국의 관객에게 완벽한 몰입을 기대하기에 조금은 거리가 있는 여건을 가진 이 작품이 이러한 조건적 생경함 들을 다 걷어내고 사실주의 연극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차적 감화를 주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가진 표현적 특징인 언어와 행동의 일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동물에 비유된 모사, 그게 바로 살아있는 인간 군상


작품 전체의 표현적 특징은 언어와 행동의 일치를 화두로 표현 방식을 구상하였다. 그런데 일치의 방법을 일원적인 방식으로 제한하지 않았고, 인물의 성격이나 외형, 그리고 그들의 말에 담긴 의미, 극적 역할 등을 고려하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었다고 느껴질 정도로 적극적인 표현을 하였다. 이런 표현은 인물의 특징적 요소를 극대화한 연기 스타일을 적용했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재미난 상징들을 찾을 수 있다. 각 인물이 동물에 비유하여 모사되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도 수많은 연습과 시도, 고민의 끝에 추출된 결과의 산물이라 느껴진다.

무대 디자인은 연기 동선과 궁합이 잘 맞아야 ‘케미’가 생긴다.

각 인물이 동물에 비유되어 모사되었다는 특징은 인물들의 행동 양상 또한 설정된 동물의 양상을 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와 움직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고난도의 액팅을 요하는 표현이 구사된다. 게다가 등장인물 수가 많고 그들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들이 빈번하다. 그리고 두 인물이 만나 행해지는 블로킹이나 배우들의 동선은 특정한 연기 구역이 지정된 것이 아니라 매번 바뀐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무대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연기를 할 때 쓰는 실제 동선이나 움직임의 폭을 고려했을 때도 그러하고 시각적으로도 그 혼란과 소동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세트와 오브제가 가득한 무대보다는 장애물 없는 미니멀한 무대로 디자인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무대 삼면에 설치된 회전문 역시 이 작품의 빠른 흐름과 희극적 분위기 조성에 일조한 일등공신이다. 돌아가는 문은 많은 수의 배우가 빠르게 등장하고 퇴장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회전문을 지나가는 배우의 발걸음과 제스쳐에 서 부여되는 특유의 리듬감으로 인해 신체적 움직임을 활용한 코미디 조성을 도왔기 때문이다. 무대 삼변의 색채는 하얀색으로 미니멀한 느낌의 통일성을 부여해주었다. 그런데 이 하얀 벽은 단순히 디자인의 전체적 통일성에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선두가 되었다. 장면의 정서가 바뀔 때마다 조명의 색채를 다양하게 교체하였는데 이는 특정한 오브제가 없어도, 극적 공간이 바뀌었음을 암시하였고, 극적 공간의 공간성이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로 흘러가며 동화적인 느낌의 장소임을 보여주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실수 연발에 이은 셰익스피어의 차기 희극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플롯의 인지도가 이미 높은 데다가 사건에 서스펜스 삽입 빈도가 높아 극적 이입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희극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셰익스피어 희극이 안고 왔던 지난날의 편견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 편견을 완전히 깨주었다. 배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있었고, 코미디적 요소 또한 배우들의 몸을 통한 적극적 움직임 구현과 충돌에서 발생하는 웃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끌어냄으로써 관객을 웃기는 데도 성공했다. 그렇기 이 작품을 시발점으로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극들이 한국 무대에도 자주 오르는 날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사진 제공_국립극단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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