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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유머의 집합체, 연극 ‘날 보러와요’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했다. 일어날 수 없는 일 빼고 다 일어나는 데가 바로 이 세상이라고, 우리는 모두가 좋은 일, 나쁜 일, 행복한 일, 부끄러운 일, 수치스러운 일, 끔찍한 일, 고통스러운 일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산다.

지난 1986년 화성에선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단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건 발생 이후 1991년까지 총 10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 여성들이 추가로 살해됐다. 참혹한 살인사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이 잡히지 않아 이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기록됐다. 화성은 그렇게 회색빛 도시가 되어갔다. 사건과 상관없이 산 사람들의 삶은 계속됐다.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에 의해 이 사건은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7월 25일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개막한 연극 ‘날 보러와요’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형사들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잔인한 살인사건을 둘러싼 김반장, 조형사, 김형사, 박기자, 그리고 다방 레지 등 다양한 캐릭터는 장면 장면에서 미묘한, 그리고 진지한 유머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의 연출가 변정주는 “사실 고통과 행복, 슬픔과 웃음, 행복과 불행은 다 같은 것이다. 연극 ‘날 보러와요’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일상의 단면에서부터 베어 나오는 웃음과 진정성이 있다. 이 작품의 미덕은 바로 그것이蔑굡箚� 말했다.

가벼운 웃음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러한 끔찍한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연출가 변정주는 “내가 화성사건의 피해자 또는 피해자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의 표현으로 연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유머다. 우순 코미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도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한다.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보여지는 유머 코드는 우리 삶의 진정성이 보여주는 고도의 웃음 미학이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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