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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위해, 뮤지컬 ‘그날들’김광석과 미스터리를 절묘하게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뮤지컬 ‘그날들’이 초연과 재연을 거쳐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삼엄했던 1970년대, 경호원들과 군사훈련,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대통령 딸 실종 사건까지. 뮤지컬 ‘그날들’은 언뜻 보면 관련 없어 보이는 이 일련의 키워드들을 씨줄과 날줄로 교묘히 엮어 감동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의문의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인물들의 과거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는 동안, 관객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래들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장소영 음악감독의 손을 거쳐 화려하고 빠르게, 때로는 담백하게 편곡되어 장면 속 인물의 목소리로 재탄생했다. 김광석의 노래들은 장면에 녹아들도록 적절히 배치되어 노래 속 가사가 서사의 곳곳에서 마치 누군가의 내면처럼 살아난다.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노래와 서사가 이보다 더 치밀하고 자연스러운 교합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가사와 장면이 절묘하게 매치되는 순간들이야말로 여타의 흔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닌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사랑과 우정, 경호원의 삶 속에서 현실적으로 그려내

장유정 연출은 김광석의 팬들을 포함해 소중한 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자 이 작품을 썼다고 창작의도를 밝힌 바 있다. 경호원이 누군가를 지켜주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삶과 애환은 연출의 의도와 그대로 들어맞는 흥미로운 소재라 할 수 있다. 게다가 1970년대 청와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경호원의 삶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결합되어 이야기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미스터리극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교묘한 사건의 배치도 김광석의 음악에는 느껴지지 않는 신선한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가 되었다.

특히 경호원들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게 펼쳐지는 무술과 액션신들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볼거리이자,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로 한몫을 한다. 거기에 늘 엄격하고 경직되어 보이는 경호원들 사이에서 경쟁과 우정, 장난과 유머가 유쾌하게 녹아들면서 그들의 삶을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게 그려냈다. 작품의 주인공인 ‘정학’과 ‘무영’이 각각 고지식한 캐릭터와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케미 또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입체적 무대, 실커튼과 영상 활용한 감성적 연출

뮤지컬 ‘그날들’은 마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도입부 영상부터 복선이 되는 한중수교 보도 영상, 실커튼에 빗방울 영상까지 관객을 작품 속으로 집중하게 하는 감성적인 영상 활용이 인상적이다. 또한, 극 중에서 영애 양의 실종으로 ‘상구’가 그녀의 하루를 브리핑하는 장면에 활용된 영상은 이미 일어났던 일을 지루하게 반복하지 않으면서 미스터리적인 느낌을 살리는 연출의 재치가 돋보였다.

다양하고도 입체적인 무대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은 과거 무영의 실종사건과 현재 영애 양의 실종사건을 교차시키면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전환을 선보인다. 특히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음악회 현장으로부터 과거의 청와대 훈련장으로, 다시 경호관 임명식으로, 청와대 도서관으로의 무대 전환은 회전무대를 적절히 활용해 입체적이고도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장면마다 변하는 무대가 분위기를 빠르게 바꾸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미스터리적 서사에 더욱 몰입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무대 전체에서 실커튼은 과거를 떠올리는 아스라한 회상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동시에, 영상을 위한 스크린으로도 무대 전환을 교묘히 가려주는 가림막으로도 활용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감대를 얻는 힘, 이건명·오종혁 배우 호흡 돋보여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중심에는 청와대 경호원 ‘정학’과 영애 양 ‘하나’가 있다. 둘의 캐릭터는 과거와 현재의 미스터리를 푸는 주역이자, 그들을 둘러싼 의문과 갈등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풀어내는 연결고리가 된다. 그 중에서도 ‘정학’은 과거와 현재를 모두 증언할 수 있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는 과거부터 이어지는 긴 세월을 통해 자신의 고뇌와 죄책감, 성격 변화에 대한 관객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낸다. 순수한 열혈 청년이었던 ‘정학’이 현재의 냉정한 안경을 쓴 경호책임자가 되기까지 그가 겪은 첫사랑의 상처와 우정의 배신이라는 아픔은 관객이 미스터리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했을 때 또 다른 감동이 되어 돌아온다.

이건명 배우는 조금은 고지식하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정학’을 마치 그 인물 자신이 된 것처럼 소화해 긴 세월에 걸친 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완성했다. 그는 천진했던 과거와 아픔을 간직한 현재의 모습을 오가며, 과거 시절에는 기교보다는 순수한 목소리로 열창했고 안경을 쓰면 자연스레 차갑고 냉정한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무영’ 역을 연기한 오종혁 배우가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정학’이 가진 경직된 분위기를 적당히 흐트러뜨리면서 둘의 호흡이 매우 기분 좋은 시너지를 발휘했다.

뮤지컬 ‘그날들’은 단지 김광석의 노래를 듣기 위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하기엔 음악 외의 요소가 가지는 힘이 크다. 작품의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흡입력에 미스터리적 연출이 더해진 데다, 재치 있는 유머코드가 살아 있어 음악을 제외하고도 완성도가 높다. 장유정 연출과 장소영 음악감독은 김광석 음악이 가진 미디엄 템포의 음울한 분위기가 작품을 장악하지 않게 하면서, 빠른 편곡과 유머러스한 장면을 통해 적절하게 리듬을 전환시켜 완급이 살아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광석의 노래에 전혀 새로운 미스터리물을 결합하는 제작진의 용기 있는 시도가,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명곡의 보편적 힘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할 만하다. 

뮤지컬 ‘그날들’은 11월 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며, 오는 11월 12일과 13일 대구 공연을 앞두고 있다.

사진_박민희 기자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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