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6일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현직 변호사들의 변론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단 하루 펼쳐지는 이 이벤트는 일찍이 티켓이 매진되는 바람에 미리 예약을 못한 관객들의 헛걸음이 계속됐다.
실제 공연에 앞서 리허설이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기존 배우들과 달리 약간의 어색한 기운을 풍기는 또 다른 배우들이 눈에 띄었다. 변론을 준비한 현직 변호사들이다. 연기인 걸 알면서도 실제 법정을 방불케 하는 변론을 듣고 있자니 이곳에서 실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쉬어매드니스 미용실의 위층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다. 분주한 미용실에 있던 사람은 형사 둘을 제외한 4명, 관객은 이들 중 포함된 범인을 찾기 위해 용의자들을 취조하고 심문한다. 반면 4명의 용의자는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정당성 있는 변론을 해 혐의를 벗어야한다. 하지만 미용사들과 귀부인, 골동품판매상이 얼마나 조리 있게 자신을 변론할 수 있을까?
이에 4명의 변호사들이 직접 대학로에 나섰다.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용의자들을 변론해주기 위해서다. 변호사들의 연극 참여과정에 대해 극중 오준수의 변호인은 “소속 회사의 한 변호사님과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연출가 변정주씨의 인연으로 회사에서는 3년째 변론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변호사가 섭외 된다”고 설명했다. 리허설 당시 미용사 수지를 변론해주는 변호사의 노련한 연기에 변호사란 직업이 아닌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냐는 질문을 던졌다.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 이후 처음으로 해보는 연기다. 당연히! 변호사일에 더 매력을 느낀다. 법정과 반대되는 시선처리도 적응이 안 된다”며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마추어, 프로를 떠나서 처음 무대에 오르는 변호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리허설 시 가장 많이 긴장한 듯 한 죠지의 변호인은 “연극 ‘쉬어매드니스’를 3번 관람했지만 직접 무대에 서보니 매우 떨린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지금부터라도 애드립을 준비 해야겠다”며 농담 섞인 말로 긴장을 풀었다. 4명의 변호사 중 약간의 연기력을 요하는 역을 맡은 권여사의 변호인은 “회사 옆방을 사용하는 변호사가 2008년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변론 이벤트에 참가한 분인데, 연기가 섞여있는 역할이니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실제 공연에 들어가고 변호사들의 변론이 시작됐을 때 극장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멋있다.” 변론 이벤트의 존재를 모르고 온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현직 변호사들의 화려한 변론을 들으며 관객들은 각자의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이 날 공연장에는 영화배우 박해일 뿐만 아니라 몇몇 외국인들도 참석하여 연극 ‘쉬어매드니스’가 세계적으로 롱런하는 작품이자, 국민연극이라 불리는 까닭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이벤트로 관객들에게 시원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연극 ‘쉬어매드니스’는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7월 말일까지 공연된다. (문의:02-744-4334)
김수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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