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설공찬전’이 오는 6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연극 ‘설공찬전’은 조선 중종시대 대사헌과 호조참판을 역임한 ‘채수’의 고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작품으로 최근 ‘묵재일기’ 뒤편에 한글로 은밀하게 베껴진 상태로 발굴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얘기하는 연극 ‘설공찬전’의 화두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소설 ‘설공찬전’은 조선시대 집권층에서 금기시하던 혼령과 저승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당시 많은 필사본이 수거돼 불태워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설 ‘설공찬전’이 발굴됐다는 건 누군가는 끊임없이 은밀하게 이 소설을 읽어왔다는 얘기다. 인간은 원래부터 이야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조선 희대의 빙의담’ 이라는 다소 생소한 소재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안정적이다. 특히 ‘공찬’의 혼령이 몸에 들어간다는 설정은 배우로서 이중의 부담을 안고 갔을 법하다. 그러나 주인공 ‘설공침’ 역의 배우는 ‘공찬’과 ‘공침’의 상반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어색함 없이 배역을 소화해냈다. 뿐만 아니라 공찬의 숙부 ‘설충수’나 ‘오매당 부인’, 그녀의 딸 ‘윤서임’ 등 조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는 다소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는 연극의 맥을 집어주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공찬’의 혼령이 들어가기 전의 ‘공침’의 성격은 거의 ‘망나니’에 가깝다. 술 좋아하고 학문에는 뜻이 없고 여자의 치마 폭 속에나 관심을 보이는 그는 똑똑하고 효성이 지극한 ‘공찬’의 성격과 천성적으로 대립된다. 그 때문에 ‘공찬’의 혼령이 들어온 ‘공침’의 연기를 보는 관객들은 보다 입체적인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항’이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거대하고 부담스럽다. 더욱이 연극을 보고 난 이후에 이런 단어를 떠올렸다면 일은 더욱 우스워진다. 그러나 연극 ‘설공찬전’을 통해서도 봤듯이 우리 사회는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연극은 ‘침묵’도 ‘저항’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극을 올리는 것이 이런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마는 이런 짓거리라도 하지 않으면 좀처럼 속이 풀리지 않는 세상이라 그렇다. ‘설공찬’의 아버지 ‘설충란’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조용히 ‘침묵’으로 일관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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