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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연출가 ‘권호성’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대학로에서만 1900회가 넘는 공연으로 17만 5천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이른바 ‘국민 연극’이다. ‘오아시스세탁소’의 주인이자 대한민국의 소시민 ‘강태국’을 통해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선사하는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장기공연 되고 있다. 집 앞 허름한 세탁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는 연출가 ‘권호성’을 만나 ‘오아시스세탁소’의 진짜 속사정을 들어봤다.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과의 인연은 어떻게 닿았나요?

예전에 제가 살던 집 앞에 세탁소가 하나 있었어요. 허름한 동네 세탁손데 매일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보다가 그 안에 무슨 드라마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안에 가득 쌓여있는 옷, 드나드는 사람들과 주인 내외가 일하는 모습…동네 허름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저 세탁소를 소재로 연극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김정숙 대표에게 얘기를 했고 김정숙 대표가 그 얘길 듣고서 아주 재미난 희곡으로 쓴 거죠. 저는 모티브만 제공했고요.

- 집필이 끝난 대본을 받아 봤을 때 어땠나요?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미지가 잘 형상화됐나요?

이미지가 많이 들어와 있었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좀 ‘밋밋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은 김정숙 작가 선생님의 대본 중에서 가장 평이한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작품들은 임팩트가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소소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거기 드나드는 손님들의 이야기, 그 사람의 주변에 묻어나는 정서들 말이죠. 그러면서 오아시스 ‘습격’이라고 하는 작은 사건이 들어가 있죠. 다른 작품에 비해서 임팩트는 약하지만 그런 게 또 김정숙 작가가 가진 힘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죠.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2003년 첫 공연 이후 장기 공연되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공연과 지금 대학로에서 올라가는 작품 사이에 수정된 부분은 없나요?

맨 처음에 나왔던 대본과 등장인물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날 뿐 거의 수정 안됐어요. 처음 나온 대본으로 작품 연습을 하다가 중간에 한 1~2년 희곡을 덮은 적이 있었어요. 공연을 못하고 있다가 다시 하게 되면서 각색을 했어요. 그 희곡이 지금 대학로에서 올리는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희곡이에요.

- 연출할 때 가장 신경을 쓰거나 중점을 둔 장면이 있다면요?

엔딩장면이에요. 대본에 보면 마지막 장면에 세탁기에 들어간 사람들이 빨래가 되어서 빨랫줄에 걸린다고 나와 있거든요? 세탁기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세탁이 되어서 빨래로 걸리는 것을 어떻게 형상화시킬까가 제일 고민스러웠고, 물론 풀어낸 걸 보면 그 고민에 비해 ‘저게 뭐 아무 것도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기계적이고 디지털적인 장치로 인해서 하는 것 보다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가장 쉽고 가장 평이하게 작품을 풀었는데 그게 의외로 관객들이 좋아하는 장면이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연극을 보시면 그 장면 얘기를 많이 하세요.

-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처음에는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감동 코드로 넘어가잖아요? 그 흐름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어떤 요소 때문에 그런 걸 까요?

첫 번째는 연출을 잘해서 그렇고 두 번째는 희곡이 좋아서 그렇고 세 번째는 연기를 잘해서 그렇고(웃음) 첫 부분인 ‘이석운’의 등장부터 감동이라는 게 숨겨져 있어요. 사실은 연극에서 그런 걸 너무 강요하다 보면 목적극이 되어버리고 지나치게 딱딱해져 버리니까 재미라는 것과 감동이라는 것의 경계를 잘 걸어가야 하는 거죠. 그런 거에 대해서 배우들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 주인공 ‘강태국’은 옳게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현실 속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기준을 지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주인공 ‘강태국’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강태국’이라는 인물은 사실 없기도 하지만 있기도 해요. 또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해요. 그건 무슨 말이냐면, ‘강태국’이라는 인물은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우리가 늘 답답해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판타지일 수도 있어요. 저런 인물이 세상에 있을까. 근데 저는 어떤 누가 생각해도 이 두 가지를 다 생각나게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 주변에서 봄직한 사람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하는 거요. 자칫 너무 없을 것 같은 인물로 빠지면 너무 허구적인 인물이 되어버리고 또 너무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들어버리면 때가 묻죠. 그래서 적적하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드림’을 그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 관객들이 연극을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세요?

편안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이 연극을 보고 가슴에 뭔가 하나 생각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넘쳐나는 자극적인 영화나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드라마들 속에서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같은 작품이 선전하고 있다는 건 정말 이 연극이 이 세상에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자극적인 작품에 지친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뭔가 위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것 같아요.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있는 ‘오아시스 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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