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뉴스를 보면 억울하고 분한 일 뿐이다. TV를 봐도 그렇고 신문을 봐도 그렇고 또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자살과 우울증이란 단어가 어느새 이 시대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됐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지만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어디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대학로에서, 그것도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3년 간 장기공연으로 17만 관객을 동원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이 질문에 대해 대답한다. 희망을 가진 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연극은 작은 세탁소 주인일 뿐인 ‘강태국’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아시스 세탁소의 주인, ‘강태국’이 사는 법
몇 주 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한 죄 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더불어 숲,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꿨던 그는 돈과 권력이 행사하는 폭력 앞에 무참히 쓰러졌다. 돈 없고 빽도 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그를 이젠 다시 볼 수가 없다. 낮은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기를 그는 바랐던 그는 보통의 기득권자와 달리 “먹는 것, 입는 것 걱정 좀 안 하고, 아니꼽고 더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살 수 있는 세상에 자신의 희망과 열정을 걸었던 사람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는 더럽고 때 묻은 이 세상 한 귀퉁이 닦고 문질렀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부른다. 그는 ‘바보 노무현’이다.
연극에 나오는 오아시스 세탁소 주인 ‘강태국’도 그렇다. 쉬운 길 놔두고 꼭 어려운 길만 골라 다닌다. 영악하게 자기 잇속만 채우려는 사람들 틈에서 그는 정직하게 일하고 또 정직하게 사람을 대한다. 세탁소 아저씨 ‘강태국’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강태국’처럼 사는 건 어렵다. 요즘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없다. 강태국의 캐릭터는 어쩐지 눈물겹다. 말하자면 ‘강태국’도 ‘바보 강태국’인 것이다.
-웃음과 재미 뒤엔 자연스러운 감동, ‘보여주기’의 미학
누군가를 계몽(?)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게 되면 촌스러워진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구구절절 주제에 해당하는 대사들을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와 연출가는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장면을 통해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좋은 연극이다. 어디까지나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 위에서 울고, 웃고, 웃기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들은) 어떤 메시지를 부여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그걸 보는 관객,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감동도 여기에 근거한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하지 않고 관객들을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관객들에게 장면만 딱 보여주고 끝낸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서사구조의 릴레이
“우리가 진짜 세탁해야 되는 것은 말이야, 옷이 아니야. 바로 이 옷들의 주인 마음이야”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은 강태국의 이 한 마디를 위해 존재했다. 앞에 연결된 장면들은 그러니까 낚시로 치자면 ‘떡밥’이다. 미끼를 던져 놓고 사람들이 그것을 덥석 무는 순간 강태국의 저 한마디가 날아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럴려고 연극은 40년 전 동네를 떠난 이석운을 등장시키고 배우를 꿈꾸는 철가방도 등장시키고 유학 보내달라고 떼쓰는 철없는 딸도 등장시켰다. 한참 딴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정작 하고 싶었던 그 얘기를 꺼내는 방식이다. 씨줄과 날줄의 집합처럼 짜임새 있는 서사구조가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연극에 몰입시키는 힘이 돼준다.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대본이 내년부터 중1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중학교 교과 과정에 실제 공연 중인 현대 창작 희곡이 소개되는 것은 최초다. 세탁소 습격 장면부터 결말까지의 내용이 실릴 예정인데 이만하면 그것이 가진 서사구조에 집중해 볼 만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는 한 세상 한 귀퉁이라도 작지만 닦아보겠다고 나선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그들의 조용한 ‘습격’은 지금도 대학로에서 계속된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평택아트센터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