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시작한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이 오는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궁핍하고 절박한 삶 속에서도 예술에 대한 혼을 놓지 않았던 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30회 서울연극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배우 정보석의 출연과 탄탄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극단 서울공장, 그리고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시연으로 감동과 볼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석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이중석 화백이 너무 존경스러워 실제 그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을 찾아다니기까지 했다는 배우 정보석은 무대 위에서 이미 뼛속까지 이중섭,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특히나 맑고 순수한 영혼이 주변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해 광기로 변해가는 모습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중섭의 예술혼과 일대기를 알리는 것이 작품의 주를 이루되 결국 이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앙상블의 몫이었다. 극단 서울공장의 단원들은 잘 훈련된 움직임으로 무대의 여백을 채웠다. 더욱이 샤막이 드리워진 너머로 이중섭 화백의 작품들을 몸으로 재연해내는 장면은 몽환적이면서도 예술성이 높은 장면이다. 다만 이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 샤막이 작품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다소 시야를 방해하는 답답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은 그림으로, 영상으로, 연기로, 그리고 온전한 마음으로 이중섭을 만나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공연 내내 조곤조곤 부르던 우리가곡 ‘소나무’의 ‘언제나 푸른 네 빛’이라는 가사가 더욱 겸허히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예술가의 위대한 업적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척박한 궁핍 속에서도 맑은 영혼의 끈을 이어나가던 화가 이중섭의 정직하고 올곧은 예술혼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메시지를 던진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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