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을 영화, 혹은 연극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당신에게도 생면부지(生面不知)의 형제 혹은 자매가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겠지만,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아주 너그러운 자세로 연극 ‘레인맨’의 스토리를 감상해보자.
‘찰리 바비트’는 교만한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다. (트레이더는 단기간 주가 변동으로부터 이익을 볼 목적으로 증권을 매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하루하루 바쁘고 잘난 도시일상을 보내던 찰리에게 어느 날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평소 증오해왔던 아버지 ‘샌포드’가 사망했다는 것.
곧바로 찰리는 동거녀 ‘수잔나 팔미에리’와 함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고향을 방문한다. 그러나 이게 웬걸? 300만 달러가 넘는 아버지의 유산이 이름 모를 어느 ‘환자’에게 상속됐다는 것이다. 정말 살아서도 죽어서도 찰리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아버지, 샌포드다. (故 샌포드의 명복을 빕니다.) 설상가상으로 찰리가 감내해야 할 뜻밖의 ‘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산을 상속받은 ‘환자’가 찰리 역시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았던 그의 친형이라는 것. 형의 이름은 ‘레이몬드’다.
이쯤에서 찰리의 유년시절을 되짚어보자. 泯竄塚� 앓고 있던 형 레이몬드는 모친이 세상을 떠난 뒤 ‘브루너’ 박사의 병원에 맡겨지게 된다. 이 때문에 찰리는 아주 어렸을 적 형과 생이별을 경험했고, 그 후 엄격한 아버지 샌포드 밑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견디다 못한 찰리는 결국 가출을 감행, 그 뒤로 한 번도 고향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다시 현실로) 파산 직전의 궁지에 몰린 찰리는 충동적으로 형 레이몬드를 데리고 떠날 것을 결심한다. 잘만 되면 아버지의 유산을 수중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레이몬드가 비행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대륙횡단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고, 바야흐로 어울리지 않는 두 형제의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교활’했으나, 끝은 ‘따듯’하리라. 오직 유산을 목적으로 형에게 접근했던 찰리는 점차 여행을 통해 뜨거운 형제애를 느끼게 되고, 둘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더불어 돈밖에 모르던 찰리가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개과천선한다는 내용 역시 빠지면 서운하다. 결국 큰맘 먹고 형과의 동거를 결심한 찰리.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의 결말이 그들을 기다리는데…….
이 작품은 1998년에 발표된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다. 영화 ‘레인맨’은 이듬해 제61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과 베를린영화제 금공상을 수상했다. 특히 레이몬드 역을 맡았던 더스틴 호프만의 자폐증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연기로 평가받았으며, 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오는 4월 24일부터 한국에서 초연되는 연극 ‘레인맨’ 역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버전의 캐스팅은 형 역에 영화배우 임원희, 동생 역에 배우 이종혁이 낙점됐다. 이들은 이 작품으로 무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연극 ‘레인맨’은 오는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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