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연극
[취재기] 소통의 부재가 부른 참극, 연극 ‘수업’

 

지금 대학로에서는 부조리극(不條理劇)의 대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념하기 위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무대에 오른 이오네스코의 1951년 작 ‘수업’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장 쥬네의 ‘하녀들’과 함께 대표적인 부조리극로 꼽힌다.
세상사는 이치에 맞지 않으며 진정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함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부조리극을 이해하기에 ‘수업’은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부조리극은 어렵고 따분할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마주하고 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나는 A를 말하지만 상대는 B를 고집한다. 살살 달래도 보고 마구 몰아붙여도 보지만 요지부동. 도무지 들어먹질 않는다. 물리력을 써서라도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거기까지. 꾸욱 참고 만다. 대부분은 그럴 것이다.

연극 ‘수업’은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식에 목말라 교수를 찾은 여학생. 교수는 열과 성을 다해 뺄셈의 원리를 설명하지만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 모든 수의 곱셉을 외워버렸다는 여학생을 이해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학생 때문에 교수는 서서히 미쳐가고……. 수학에서 언어학으로 넘어간 수업. 교수는 온갖 궤변으로 여학생을 몰아가지만 그녀는 치통을 호소할 뿐이다. 광기가 극에 달한 교수는 급기야 여학생을 겁탈하고 살해한다.

극은 웃음으로 시작해 충격과 공포로 끝을 맺는다.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며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와 지식을 갈망하지만 이해력 제로인 여학생이 나누는 말장난 같은 대화는 관객의 실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웃음은 잠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전은 관객을 긴장시키며 사이코패스로 돌변한 교수가 휘두르는 칼날은 결말을 알고 간 사람도 움츠러들게 할 정도.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시체를 처리하러 나서는 교수의 모습은 최근 연쇄 살인범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리얼리티를 획득하며 섬뜩함을 더한다. 토막 난 채 버려지는 여학생의 운명은 일방통행적인 자기주장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의 치부를 보는 듯해 씁쓸하다.

* 이오네스코의 탄생 1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현대 연극뿐 아니라 예술과 사상계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친 극작가 이오네스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연희단거리패 등 7개 극단이 뭉쳤다. ‘수업’, ‘코뿔소’, ‘살인놀이’ 등 부조리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이오네스코의 초기작과 미공연작 9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 게릴라 극장, 스튜디오 76에서 3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조수현 lovestage@empal.com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