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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시대를 타지 않는 고전, 소설 ‘설공찬전’ vs 연극 ‘설공찬전’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소설 ‘설공찬전’ vs 연극 ‘설공찬전’
연극 ‘설공찬전’은 고소설 ‘설공찬전’의 단순한 각색을 넘어 새롭게 재탄생 시킨 작품이다. 고소설 ‘설공찬전’이 귀신이 강림하여 저승에서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 이야기라면, 연극 ‘설공찬전’은 원작이 앞부분밖에 없어 이야기의 전개를 알 수 없는 것을 권력문제로 주제를 설정하여 원작의 공백을 메꿈은 물론 인물과 사건 역시도 새롭게 창작해 낸 작품이다. 설공찬, 설공침, 설충란, 설충수, 김석산이라는 인물들 외의 인물들을 만들어내며 불의한 권력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원작에서 대부분 저승 소식만을 들려주고 있다면, 연극 ‘설공찬전’에서는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권력욕에 눈먼 세상에 대한 경고를 하는 데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 원작 깊이보기 : 소설 ‘설공찬전’
‘설공찬전’은 채수(蔡壽 : 1449~1515)가 지은 고전소설이다. ‘설공찬환혼전 (薛公瓚還魂傳)’, ‘설공찬이’라고도 부른다. 실록(實錄)의 기록에 따르면, 1511년(중종 6), 사헌부에서는 이 이야기를 ‘윤회화복지설(輪廻禍福之說)’로 매우 요망(妖妄)한 것으로 여겨 문자로 베끼거나 언문으로 번역하여 읽는 것을 금했고, 그 결과 모두 거두어 태웠기 때문에 한문 원본이 전하지 않는다. 어숙권(魚叔權)의‘패관잡기 (稗官雜記)’에서는 이 작품의 이름을 ‘설공찬환혼전 (薛公瓚還魂傳)’이라 하고, 주인공 설공찬이 남의 몸을 빌려 몇 달 동안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원한을 자세하게 적은 내용이라고 했다. 국문 필사본은 이문건의 ‘묵재일기 (默齋日記)’ 제3책에 적혀 있는 것이 1997년에 발견되었는데, 이 국문본도 13쪽까지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귀신 또는 저승을 주요 소재로 하여 현실정치를 비판한 내용이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채수(蔡壽)
채수(蔡壽)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인천(仁川)이고, 자는 기지(耆之), 호는 나재(懶齋)이며, 남양 부사(南陽府使) 채신보(蔡申保)의 아들이다. 1449년(세종 31)에 나서 1515년(중종 10)에 죽었다. 1470년 수찬(修撰)이 된 뒤 교리(校理)·지평(持平)·이조 정랑(吏曹正郞)을 거치면서 ‘세조실록(世祖實錄)’과 ‘예종실록(睿宗實錄)’ 편찬에 참여하였다. 1476년 문과중시(文科重試)에 을과(乙科)로 급제하여 사가독서(賜暇讀書)하였으며, 1477년 응교(應敎)가 되어 임사홍(任士洪)의 비행을 탄핵하였고 1479년 남대문 중수(重修)에 참여하였다. 한편 승지를 거쳐 대사헌으로 있을 때 폐비 윤씨의 존휼을 청하다 파직되었으며, 1485년에 충청도 관찰사로 서용되었다. 1499년 이후 예조 참판·형조 참판·평안도 관찰사에 임명되었으나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았으며 갑자사화 때는 단성(丹城)으로 유배되었다. 1506년 중종반정(中宗反正)에 가담하여 분의정국공신(奮義靖國功臣) 4등에 책록되고, 인천군(仁川君)에 봉해졌다. 경상도 함창(咸昌)에 은거하여 독서와 풍류로 여생을 보냈으며 서적과 산경(山經)·지지(地誌)·시문·패관소설·음률에 뛰어난 당대의 재사였다. 시호는 양정(襄靖)으로 임호서원(臨湖書院)에 제향되었고, 좌찬성(左贊成)에 추증되었다. 저서로 ‘나재집(懶齋集)’이 있으며 작품으로 ‘설공찬전(薛公贊傳)’이 있다.

◎번안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연극 ‘설공찬전’
연극 ‘설공찬전’은 극단 신기루만화경이 ‘로빈슨크루소의 성생활’에 이어 도전한 또 하나의 금서다. ‘설공찬전’은 당시의 정치 상황을 해학과 풍자 넘치게 표현한 작품이지만, 지금 보아도 유효한 내용으로 2009년의 현 정국이 개탄스럽다면 꼭 한 번 봐야 할 공연이다. 또한 설공찬이 못다한 효를 행하러 온 것이나 설충란이 어린 나이에 죽은 설공찬을 맞는 장면 등은 이 시대 희박해진 아버지와 아들의 정과 효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극의 최고의 재미는 바로 배우들의 열연이다. 특히, 설공찬과 설공침의 극과 극의 인물을 연기하는 정재성은 ‘연기는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 하여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tip : 극중 설공찬의 혼이 빙의될 때 외우는 주문인 ‘지리다도파도파’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이 작품의 초연당시 제목은 ‘지리다도파도파 설공찬전’이다. 이 ‘지리다도파도파’란 말은 처용가가 수록되어 있는 ‘처용랑 망해사’에서 헌강왕에게 남산의 신이 춤을 추며 ‘지리다도파도파(智理多都波都波)’라고 노래로 경고한 가사다. ‘지혜로써 나라를 다스릴 자들이 미리 알고 많이 도망했으니 나라가 장차 망하리라’라는 뜻이다. 공찬이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빙의될 때의 주문으로 그 의미와 어감이 적절하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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