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백수광부의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하 길곡면)’이 오는 2월 25일부터 3월 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길곡면’은 독일 극작가 ‘플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오버외스터라이히’를 모티브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에 그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와 두 배우의 리얼한 연기는 이 작품의 백미다. 진짜 부보다 더 부부 같은 ‘길곡면’의 두 배우 이주원과 김선영을 무대 밖에서 만나 보았다.
조아라 기자 (이하 조 기자): 공연을 본 많은 관객들이 가장 많이 가지는 궁금증이 “저 두 사람 진짜 부부 아니야?”인데요. 먼저 두 분을 부부로 오해하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이주원(종철 역): 진짜 부부 아닙니다. 아니구요. 선영이는 저 같은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진짜로 ㅠ.ㅜ
김선영(선미 역): 사실은 진짜 부부가 될 뻔 했는데 주원이가 저를 싫어해서 무산됐어요.
조 기자: 헉! 관객들의 오해가 더욱 깊어질 말씀들을! 그럼 만일 두 분이 진짜 부부가 되셔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셨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극처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으실 건가요?
김선영(선미 역): 아니요. (쉬크하게)
김주원(종철 역): 장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힘드네요. 뭐, 일단은 최선의 예방이 중요하겠지요. 아니, 그 전에 장가나 갈 수 있을지······.
조 기자: 김선영씨가 계신데 뭘 걱정하세요.(웃음)
김주원(종철 역): 그렇긴 한데 저희 둘이 동성동본일지도 몰라서요. (웃음)
조 기자: 허억! 그런 함정이 있었군요. 이름이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이 연극 제목이 정말 특이해요.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니 길기도 하고.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뭐가 좋을까요?
김주원(종철 역): 제목은 뭐 ‘면’이나 ‘읍’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지명이면 어느 곳이든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사는 거야 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독도’ 같이 특별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곳만 아니라면 말이지요.
김선영(선미 역): 원제 ‘오버외스터라이히’가 ‘길곡면’처럼 처음 듣지만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곳이잖아요. ‘영덕군 강구면’어떨까요? 제 고향이예요.
조 기자: 김선영씨의 출신지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면 ‘경창길’을 활용해서 삼행시나 한 번 지어 볼까요?
김주원(종철 역):
경 - ‘경창길’로 삼행시다.
창 - 창피하고 부끄럽네
길 - 길고 멋진 삼행시는 나한테는 무리라네.(저 이런거 진짜 못하는데······. ㅠ.ㅜ)
김선영(선미 역):
경 - 경험을 많이 하면
창 - 창처럼 날카로운 상처에도
길 - 길을 찾아내서 잘 살 수 있겠지?
조 기자: 두 분 모두 센스 넘치는 삼행시 감사합니다. 헌데 작품 속 무대의 소품이 모두 모노톤인데 빨간 앤틱 가구가 참 눈에 띄어요. 보니까 작품 속 두 부부가 화끈하게 지름신을 영접하고 지른 것 같은데, 저 빨간 엔틱 가구처럼 두 분이 최근 강하게 지름신을 영접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선영(선미 역): 없어요. (이번에도 쉬크하게)
김주원(종철 역): 최근엔 없는 것 같고, 예전에 노트북을 산 적이 있어요. 들고 다니면서 글도 쓰고 싶고, 커피숍에서 꺼내놓고 커피 한잔 하면서 쓰면 멋있어 보일 것 같아 샀는데······. 지금 후회가 많습니다.
조 기자: 김주원씨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낍니다. (한숨) 지름신을 막는 방법은 역시 가게부가 최고예요. 두 분은 가게부를 쓰시나요? 혹시 절약의 비법은 없으신지요?
김주원(종철 역): 안써요. 가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은지 몇 년 돼서요. 절약하는 비법은 역시 집에서 안 나가는게 최고죠! 극단적이고 초라하지만요.
김선영(선미 역): 가계부 안씁니다. 그리고 절약을 안하는 방법은 잘 압니다!

조 기자: 사실 저도 가계부 안써요. (소심하게) 에이! 우울해 지는데 작품 이야기 하죠! 김선영씨께서 가장 작품 중에 맘에 드는 대사는 어떤 대사인가요?
김선영(선미 역): “집도 팔고 빚도 얻고 그러는 거지, 인생 뭐 있어?” 이 대사요. 위에 질문과도 왠지 잘 어울리네요.
조 기자: 이번에는 김주원씨에게 질문! 술 취한 연기도 너무 리얼하시고, 싸우는 장면도 일품이십니다. 헌데 보는 사람이야 재미있어도 연기하시는 분들은 힘드실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가장 하기 힘든 연기는 어느 장면인가요?
김주원(종철 역): 다 힘들죠. 매번 관객들이 새롭게 느끼도록 연기 하는 것이 제일 힘들구요. 육체적으로는 아무래도 싸울 때가 제일 힘들지요.
조 기자 : 마지막으로 극의 인물들처럼 힘들게 이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김선영(선미 역): 제가 그렇게 살고 있답니다.(웃음) 인생 뭐 있나요! 신나게 삽시다!
김주원(종철 역): 전 세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누가 더 힘들게 사나’ 배틀 붙으면 말도 안 되게 힘든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모두 파이팅 합시다!
지금 한국은 출산율 1.2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출산율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 한다. 경제 불황과 겹치며 누구나 힘든 이 시기에 아이는 더 이상 ‘행복과 사랑의 씨앗’이 아니다. 이런 슬픈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지만, 그래서 우리 마음을 슬프게 다독여 주는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3월 8일 까지 아르코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이은경 charmg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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