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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현실을 지나는 사람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어느 것에도 구애되지 않는 삶이란 불가능하기에 현대인들은 비참하다. 또 선택에 선택을 연속해야 하는 일상적인 하루는 너무나 분주하여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면서도 항상 외롭다. 이들을 늘 고민 속에 빠트리는 ‘선택’이란 방편은 기로에서 무언가를 조율하게 한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허덕이다가는 그 ‘선택’이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모양새로 변질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괴로운 진실이지만 갑갑한 세상에 물든 수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고, 누구나 알고 있듯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주인공 부부 또한 사소한 문제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도시인들이다. 그들은 같은 회사에서 배달운전수와 판매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개그맨의 연봉을 계산해 보기도 하고, 기념일이 되면 한강에 오리배를 타러 간다. 독일작가 ‘프란츠 크사버 크뢰츠’의 1972년 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리얼리티 연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익숙한 사람들의 더 익숙한 풍경을 그려낸다. 직장생활과 과일값, 서로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부의 도란도란한 모습은 어느 순간 우리네 세상살이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삶의 굴곡이 언제나 玖맨� 수는 없듯이 평범한 그들에게도 갈등이 찾아온다. 갑작스런 아내의 임신으로 선택의 기로에 선 부부의 각각 다른 입장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미 아기의 보라색 웃옷을 뜨기 시작한 아내와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형편임을 알고 있는 남편. 그들은 멀어진 의자의 거리처럼 그렇게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대화를 계속하기 시작한다. 이 연극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는 부부의 싸움이 결코 극단적일 수 없음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히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생활비 계산 씬’에서는 현실의 오묘한 가슴저림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어려운 과제에 성공했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는 이 부부와 비슷한 상황의 또 다른 부부가 살고 있다. 결과만 달랐을 뿐 근본적인 현대인의 고민은 모두 같다는 의미다. 그 사실은 일상속의 평범한 시선을 한층 무겁게 끌어내리며 동시대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사회라는 거대한 굴레 안에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연극 속의 부부는 막막한 세상에 지쳐있는 우리 자신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진정한 묘미는 막막한 세상 속에서 그들이 즉 우리가 끝까지 괴롭지는 않다는 사실에 있다. 절망적이지만 불행하진 않다. 당장 해결된 것은 없어도 서투른 섹소폰을 연주하는 남편과 뜨개질을 다시 시작할 아내는 다시 일상적인 하루에 조용히 흘러들어갈 것이다. 분명히 화려한 집과 반짝이는 자동차는 불가능한 미래지만, 그들에겐 아이와 함께 걸을 제주도의 푸른 밤이 있기에 이 연극은 우리에게 참으로 다정하다.


구소영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이은경 charmg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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