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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연극판 ‘사랑과 전쟁’? 그러나 결말은 해피엔딩,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투박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리란 기대와 달리 너무나도 평범한 가정집 거실.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넉넉지 못한 살림 속에서도 소박한 행복을 키워가는 부부가 여기 서있다. 그들은 함께 TV를 보며 개그맨의 출연료를 따져보면서 수다도 떤다. 간혹 특별한 기념일에는 외식을 하면서도 선뜻 비싼 음식을 주문하지는 못하고,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놀면서도 술값 걱정을 하는 여느 실제 부부와 같은 삶을 보여준다.

행복하기만 했던 그들의 삶에 갈등을 안겨준 것은 바로 예정치 않았던 임신이다. 비정규직 배달원인 남편 ‘종철’과 판매원 아내 ‘선미’에게는 한 달 생활비마저 빠듯하기만 하고 이에 남편은 심한 부담감을 느낀다. 돈 없는 사람은 아기 갖는 것조차 사치인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좋기만 했던 결혼생활은 사사건건 틀어지고 싸움은 늘어만 간다. 선하고 낙천적이었던 남편은 매사 부정적이고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한다. 급기야 낙태를 권유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심한 모욕감과 혐오감을 느낀다. 가지런했던 거실은 부부의 마음처럼 어느새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관객마저 숨죽이게 했던 부부싸움 장면에서 배우들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저 깊은 한 켠에는 여전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남편에게 유일한 로망이자 취미생활인 색소폰 할부금과, 아내가 세 달에 한 번가는 미용실비만은 서로 줄이지 않으려는 배려와 애정은 남아있다. 유일한 문화생활이 되어버린 신문을 읽던 아내와 색소폰을 손질하던 남편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극이 종반을 치달을 때쯤 겨우 한번 언급되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신문 기사에 실린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부부와 같은 상황이건만 누군가는 살인자가 되었다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극을 보는 내내 관객들은 이들의 삶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결혼한 지인을 통해 듣게 되는 그저 그런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골치 아픈 현실에 대해 토로하면서도 결론은 그래도 행복하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들. 그러나 ‘그저 그렇다고’ 치부하게에는 너무나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야기들’. 여기에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실제로 부부일 것처럼 보이는 배우들의 일품 연기가 더해졌다. 대사나 행동뿐 아니라 얼굴을 쓰다듬고 음식을 먹여주는 작은 손놀림에서조차 그들은 부부였다.

“자기는 행복하나?” 머쓱해하며 묻는 남편에게 “안 그럴 이유는 없어요.”라며 빙긋이 돌아보며 웃는 아내의 모습에서 우리는 각박한 삶 속에서 느끼는 짠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이것이 리얼한 결혼생활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홍애령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이은경 charmg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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