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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이상한 사람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연극 ‘억울한 여자’

                    

 

일본의 작은 지방도시. 인적 드문 한 카페에 새 출발을 시작하려는 커플이 있다. 남자는 전 부인과 사별 후 두 번째로 맞는 결혼이지만 여자는 남자의 딱 두 배인 네 번째 결혼이다. 횟수야 어찌됐건 서로 마주보고 앉은 이 커플은 곧 시작될 새로운 인생에 대한 행복감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조금 많은 결혼 경험을 갖고 있는 여자 역시 이번만큼은 전과 틀릴 것이라고, 이 남자는 나를 이해해 줄 단 한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중이다.

그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부부의 깨소금 같은 신혼 일상을 들추는 게 보통이지만, 연극 ‘억울한 여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작품은 여 주인공 ‘유코’와 그녀의 남편 ‘다카다’가 어떻게 관계의 종말을 맞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제목이 ‘억울한 여자’인 이유다. 결혼 후 점점 드러나는 유코의 개성은 남편과 그 주변사람들의 거부감을 사게 되고, 끝내 그녀는 자기 사회에서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외국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릴 때 연출자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공감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해도 문화적 차이 때문에 현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없다면 그 작품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출자들은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원작에서 풍기는 타국의 냄새를 최대한 빼고, 한국적 접근을 시도하기 일쑤다. 반면 연극 ‘억울한 여자’는 과장되고 의도된 일본 특유의 코드가 강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새롭다. 번역이나 배우들의 리액션 모두 최대한 일본 사람에 가깝게 연출됐다. 일본 작품을 한국 사회 안에 억지로 구겨 넣는 대신, 이 작품이 일본 태생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일본 사회의 섬세한 문화를 비틀고 있다. 수상한 생물 ‘떨매미’를 찾겠다는 여 주인공 ‘유코’의 엉뚱함을 본 남편 ‘다카다’와 동네 주민들은 은연중에 그녀를 무시하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조직을 구축하고 그 조직 안에서의 융합을 각별히 중시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조명한다. 하지만 이는 꼭 일본 안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억울한 여자’를 바라보는 한국의 관객들 역시 답답하리만큼 올곧은 그녀를 보며 그녀를 평범의 범주에서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매사에 진지하고 열심인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타자와의 차이를 경험한 그들의 황당한 시선이 특히나 연대감을 중요시하는 동양적 사고방식 안에서 더욱 실감나게 전달된다.

연극 ‘억울한 여자’의 이름을 더욱 드높이고 있는 것은 화려한 배우진이다. 2008년 초연 멤버인 배우 이지하와 박윤희는 이미 동아연극상 수상을 통해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들이다. 또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류태호, ‘착한사람 조양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정선철, 연극 ‘환상동화’로 주목받은 이현배 등 대학로 중진 배우들이 만나 절묘한 콤비를 이루고 있다. 특히 주인공 유코 역의 이지하는 캐릭터 속에 절묘하게 녹아있다. 크지는 않으나 또박또박한 발성은 조용하면서도 집착에가까운, 똑부러진 유코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또한 언제나 주변인들에게 웃음, 혹은 비웃음을 사는 유코의 매사 진지한 태도는 희극 안에 씁쓸함을 담는 이지하의 진중한 매력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연극 ‘억울한 여자’는 오는 3월 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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