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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알고보기] 극단 전망의 연극 ‘억울한 여자’ vs 일본연극 ‘억울한 여자’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극단 전망의 연극 <억울한 여자>vs 일본연극 <억울한 여자>

극단 전망의 연극 <억울한 여자>는 2008년 국내 초연 당시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공연을 통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하였으며, 2008년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에서는 2001년 초연되었으며 국내에는 2007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2008년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으로 초연될 당시 방한한 원작자 ‘쓰시다 히데오’는 한국 공연 관람 후 작가의 의도를 120% 살려낸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원작 깊이보기 : 일본연극 <억울한 여자>

<억울한 여자>는 현재의 남녀관계를 가볍게 풍자한 희극인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는 집단과 거기서 소외되는 개인의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일상에 안주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파헤치려 하는 사람들의 대립은 입센의 <민중의 적>, <들오리>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히 나뉘고 악에 맞서는 주인공의 모습이 비극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원작자인 ‘쓰시다 히데오’는 이 극의 주인공 ‘유코’를 결코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녀가 파헤치려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수께끼의 매미와 남편의 바람일 뿐, 사회적인 비리나 절대적인 악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말꼬리를 잡고 사사건건 따지는 그녀의 모습은 의처증 환자처럼 보이며 다소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절대적인 악과 선이 등장하지 않으며, 관객은 ‘유코’에세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채 이 극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이 작품이 진지한 사회극이 아닌, 경쾌한 희극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모든 것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집단의 폭력성, 그리고 타자와의 차이를 두려워하고 집단에 안주하려고 하는 일본인의 특성이 풍자적으로 드러나 있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쓰시다 히데오

아이치현 출생으로, 리쓰메이칸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연극을 시작했다. 1989년에 극단 ‘B급 프랙티스(현재 ‘MONO’)’를 창단하였으며, 1990년 이후 극단의 모든 작・연출을 담당해 왔다. 긴박한 상황 속에 놓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이면서도 엉뚱한 반응이나 인식 차이에서 오는 희극적인 상황,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애절함 등을 경쾌한 템포로 묘사하는 작풍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99년에 <그 철탑에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로 제6회 OMS희곡상 대상수상, 2001년에는 극단 분가쿠좌 위해 집필한 <무너진 돌담, 올라가는 연어>로 제56회 예술제상우수상을 수상했다.

그 외 대표작으로 <약 서른 가지의 거짓말>(1996), <첫사랑>(1997), <제비가 있는 역>(1999), <비단잉어>(2000), <다리를 건너면 울어라>(2002) 등이 있다. 2003년 9월부터 문화청 신진예술가유학제도로 일 년간 런던 유학. 최근에는 방송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소설 집필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번안극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극단 전망의 연극 ‘억울한 여자’

극단 전망의 연극 <억울한 여자>는 2007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최소화된 무대와 의상으로 국내 배우들의 낭독 공연 당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박혜선 연출은 대본을 접하다마자 작가 ‘쓰시다 히데오’를 만나 한국공연을 계획하였으며 이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기획 공연으로 초연된 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2009년 앵콜 공연에 이르렀다. 한편 연극 <억울한 여자>를 번역한 ‘이시카와 쥬리’는 지난해 ‘오장군의 발톱’을 번역하여 일본에서 우수 번역 희곡에 주는 ‘유아사 요키코상’을 받아 한-일 양국 언어와 문학에 능통함을 인정받은 극작가 겸 번역가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2008년 9월 초연 때 열연한 배우 이지하, 박윤희를 비롯하여 이선주, 김문식, 김주령, 이지영 등이 다시 참여한다. 또한 이번 앵콜 공연에서는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류태호, 연극 <착한사람 조양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정선철, <환상동화>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현배 등 공연계의 중진세대와 신세대가 만나 절묘한 콤비를 이룬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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