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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의 명연기, 명장면 베스트 3

                       

 

이만희 작가의 대표작인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똑똑하고 야무진 여의사 ‘채희주’와 훈남 조폭 ‘공상두’가 그리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다. 영화 ‘약속’과 드라마 ‘연인’을 본이들 이라면 이 작품의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영화와 드라마에서처럼 이들의 사랑을 가슴 아픈 눈물로 그려냈다. 하지만 현장감 넘치는 무대에 배우들의 표정, 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전달된 점은 바로 연극만이 가진 매력인 것 같다. 이번 연극에서 이들의 사랑이 더욱 깊은 감동으로 덧입혀진 것이다.

베스트 1 -교도소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채희주: 내 생각해.
공상두: 간수가 아까 ‘1208번 공상두!’ 이랬을 때 ‘오늘(사형)인가?’싶었다.
채희주: (와락 안기며)기도할게.
공상두: 마지막 예식을 천주교식으로 볼까?
채희주: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공상두: 그럼?
채희주: 아무한테나 꼬옥 안아달라고 해. 내 품에 안겼다고 생각해.
공상두: 고마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휴머니즘이야.

이것은 공상두가 사형을 앞두고 옛 애인 채희주를 만나는 장면이다. 채희주는 공상두가 감옥에 들어가자 의사를 그만두고 수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둘은 지난날 서로 많이 위로해주지 못하고, 힘들 때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것을 무척 후회한다. 공상두 역을 맡은 유오성은 사형을 앞둔 두려움과 희주에 대한 미안함을 눈물로 대신한다. 유오성의 밀도 있는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명장면으로 관객들을 극 속에 몰입시킨다.

베스트 2 -자수하러 가기 전


공상두: 고등학생 때 이백 명쯤 되는 떼거리들한테 둘러싸인 적이 있었다. 우린 고작 다섯인데. 잘못하면 다 죽겠다 싶더라고. 내가 나섰지. ‘나만 패라. 나 혼자 얻어맞겠다’하자 ‘어쭈 이 새끼!’ 하면서 주먹 발길질이 사방에서 날아오더라고. 하나도 안 아팠어. 특별봉사니까.
채희주: 그런데?
공상두: 내가 남을 위해 좋은 일 한건 고작 그런 거야. 내 자신이 그렇게 미운 거 있지. 죄가 깊으면 은혜도 깊다. 큰 죄를 지었기에 다행히 큰 뉘우침이 있었어. 행여 이 뉘우침으로 바른 삶을 보았다면 그걸로 족한 거겠지. (이하)
채희주: 그래 니가 큰 죄를 짓고 그래서 큰 뉘우침을 얻었다면 그건 분명 은혜겠지. 그 누군가가 너에게 준……. 난 상갓집에 가도 안 울어. 그 날은 슬프지 않아. 서너 달쯤 지나야 진짜 슬픈 거 있지. 혼자 목욕하다가 밥 먹다가 문득문득 생각나. 그럼 밥 먹다가도 숟갈 놓고 엉엉 울어대는 거야. (이하)

이것은 공상두가 자수하러 가기 전 채희주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공상두는 자기 대신 감옥에 들어간 이를 구하기 위해 자수를 결심한다. 채희주는 그런 공상두가 너무 밉고 애처롭다. 그동안 2년이 넘게 소식한 번 없다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자수하러 가야한다니……. 채희주에겐 청천 벽력같은 말이 아닐 수 없다. 공상두는 자신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런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애인인 채희주를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줄곧 도망 다녀야 했던 공상두의 인생이 참으로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던 명장면이다.

베스트 3 - 애인을 남겨두고 쓸쓸히 떠나다


공상두: 희주야. 내 딱 한 번 울어 봤다.
채희주: 언제?
공상두: 농장에 있는데 니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 서울로 올라와서 니 병원에 갔더랬다. 낙엽 떨어지던 겨울이었어. 드디어 니가 퇴근을 하는 거야. 바바리 깃을 올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는 힘없이 걸어가는 거야. 니 뒷보습이 너무 슬퍼보였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이하)
채희주: 기다릴게. 불 켜놓고.
공상두: 내 생각이 짧았어. 누군가를 너무 쉽게 미워해서는 안 되는데. 힘내.
공상두: 가버리지 말까?
채희주: 돌아서서 떠나라.

이것은 관객들을 눈물 쏟게 하는 명장면이다. 두 사람은 집에서 간단히 결혼식을 갖고 이제 헤어지게 된다. 공상두는 채희주에게 어떤 것을 선물해도 양이 안찬다며 입고 있던 윗 양복까지 걸쳐준다. 채희주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공상두에게 돌아서서 떠나라고 말 하지만, 맘속에서는 이미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이때 관객들 역시 울고 또 울며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명장면이다.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는 오는 3월 8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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