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알프스’라 불리는 일본의 삿포로(札幌)는 197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제적인 도시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상당수의 사람들이 찾게 되었지만, 40년이 지난 현재는 이러한 스포츠 활동과 함께 뛰어난 수준의 눈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됐다. 이후 매년 겨울이 되면 스포츠 선수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삿포로에 모여든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동시에 문화적인 갈증의 해소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삿포로의 ‘유키 마츠리’다.

‘유키 마츠리’는 브라질의 ‘리우 축제’, 독일 뮌헨의 ‘옥토버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축제는 매년 2월 초에 1주일의 기간을 두고 열린다. 삿포로 ‘유키 마츠리’는 아이러니하고도 우습게 탄생됐다. 1950년, 2월 폭설로 인해 도로가 꽉 막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몇 몇 고등학생들이 오오도리 공원(大通公園)에서 6개의 눈 조각상을 만들었던 것이 너무도 멋지고 아름다워 지역 학생들이 너도나도 눈을 이용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작은 모습에 의미를 부여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아픔을 극복하고 춥고 긴 겨울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내자는 뜻으로 계획된 이 마츠리는 초기에는 소규모의 형태로 진행됐다.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만한 특별한 행사도 없었으며 눈으로 만든 조형물도 아마추어가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지닐 정도로 상당히 작았다.

상황이 바뀌게 된 것은 1953년부터 시작된다. 그 해에 마츠리에 참가한 홋카이도 삿포로 공업 고등학교에서 높이 15m의 조형물인 ‘승천’을 제작했다. 이 조형물의 경우, 눈 덩어리를 석재 같이 쌓은 아치형 건축물에 조형물을 설치한 것으로 많은 눈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유키 마츠리’ 주최 측에서는 트럭과 불도저를 동원해서 조형물을 제작하게 됐다. 이때부터 삿포로 ‘유키 마츠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눈 조형물의 등장이 시작됐다. 이후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가 아래 다양한 조형물들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1960년대에는 삿포로만의 축제에서 벗어나서 외부 관광객들이 ‘유키 마츠리’를 감상하기 위해서 삿포로에 오는 횟수가 증가하게 됐다.

‘유키 마츠리’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간 경쟁뿐 아니라 특색 있는 문화 행사를 통한 선수 간 교류도 상당히 중요시 생각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의도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삿포로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유키 마츠리’를 올림픽 문화 행사 프로그램에 포함하게 됐다. 전 세계가 아시아의 작은 지방에서 펼쳐지는 창의성 높은 모습에 감탄하게 됐다. 이후 ‘유키 마츠리’는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찾는 마츠리가 됐다.

‘유키 마츠리’는 삿포로의 오오도리 공원, 스스키노(すすきの), 사토 공원을 위주로 열린다. 마츠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오도리 공원은 삿포로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15m 이상의 높이와 25m 이상의 넓이를 지닌 조각상이 전시된다. 오오도리 공원에는 이와 비슷한 크기의 12개 조형 이외에도 10개 이상의 작은 눈과 얼음 조각상이 전시 되어 있고, 눈 조각상으로 꾸민 무대 위에서는 여러 콘서트가 펼쳐진다. 다양한 설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매년마다 참가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흥미를 돋운다. 이 제작에는 삿포로 시민뿐 아니라 주일 미군, 미국 포틀랜드에서도 참여하는 등 상당히 국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오오도리 공원의 동쪽 끝에 위치한 삿포로 TV타워의 전망대는 상당히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수많은 인파가 반드시 거치는 관광코스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곳에 설치되는 눈 조형물은 6개월 전인 가을부터 제작 계획이 이루어진다. 설상 제작단과 전문 작가들이 참여해 조형물의 모델이 되는 건축물의 자료를 수집하고 디자인을 결정하는 등의 과정을 선행적으로 거치게 된다. 그리하여 흙이나 나무로 구성된 기초 뼈대물이 만들어진 후 12월 말에 열리는 실행위원회에게 공개된다. 실행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본격적으로 눈을 이용한 구조물 작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삿포로의 번화가에 위치하며 그곳의 이름을 딴 스스키노는 약 100개의 얼음 조각을 전시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이곳을 ‘스스키노 얼음 제전’(すすきの氷の祭典)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1983년부터 이곳에 얼음조각 전시장이 만들어졌는데, 네온을 이용한 얼음조각상 조명이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새 건물을 본떠서 조각한 것이 대부분이며, 인근 호텔 주방장이 조각한 요리 장식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사토 공원은 구경만 하는 눈 조형물을 실제로 만져보고, 조형물 사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체험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족을 동반한 관광객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육상 자위대가 주체가 되어 이러한 체험관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2006년 이후에 시민 자원 봉사단이 그 역할을 물려받게 됐다. 사토 공원에서는 눈으로 만든 미끄럼틀이나 미로, 설상 래프팅을 체험할 수 있으며 휴게소 역시 눈과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매우 특별한 공간을 제공한다.

‘유키 마츠리’에 사용되는 눈은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 삿포로는 이러한 특징을 가진 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삿포로 근교에서 기본적인 양의 눈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눈이 적게 내려 ‘유키 마츠리’에 사용될 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육상자위대 헬기를 이용하여 홋카이도 북쪽 산악 지역까지 이동하여 눈을 모아온다. 이렇게 모아온 눈의 양은 5톤 트럭으로 약 6000대분 정도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눈이 모아져 구조물 제작을 위한 준비가 완성되면, 약 1개월 전부터 각 구조물이 위치한 곳에서는 각종 기계를 이용하여 모형물 제작에 돌입하게 된다. 오오도리 공원에서 전 조형물들이 작업되고, 최종적으로 완성되어 개막 전날 미리 정해진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 전문가들이 만든 작품들은 모델이 된 건축물들을 상세히 묘사한 점이 두드러지며, 시민들이 만든 작품들은 그 해의 유형과 시세를 반영하는 모델로 스포츠 마스코트, 유명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 작가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하고 재치 있는 작품들을 구상하여 전시한다.

삿포로 ‘유키 마츠리’는 겨울의 주된 테마라 할 수 있는 ‘눈’을 정확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츠리이다. 삿포로 지방에서 자연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료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으며,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전 세계 3대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모습이 상당히 놀라움을 더한다. 물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온 절호의 기회를 잡았기에 세계에 알릴 수 있었고, 또한 철두철미한 조직위의 노력과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배려해 준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겨울은 상당히 추운 계절이지만 그 안에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계절이다. 삿포로 ‘유키 마츠리’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세계화에 성공한 마츠리의 예를 제시했다. 이는 어떠한 기획과 참여도를 가지고 본질적인 축제의 의미와 더불어서 축제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글, 사진_석현수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예술감독 artstag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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