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0 화 15:29
상단여백
HOME 연극
[일거양득] 출산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

 

결혼한 부부에게 있어 ‘출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성생활을 통해 아이를 갖고, 출산하고, 혈통을 잇는 것이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이를 원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남으로써 가족의 개념은 의미나 규모면에서 많은 부분 축소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으로 4.53명이었던 지난 70년에 비해 4분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지난 30년간 평균 3.23명이 줄어든 것으로 OECD회원국인 일본과 영국의 0.8명, 독일의 0.7명 등에 비해 감소 속도가 무려 4배나 빠른 것이다. 특히 출산율만 비교해 보더라도 미국은 2.03명, 프랑스는 1.90명, 일본은 1.33명으로 우리의 경우 OECD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현재 4천780만 명인 남한 인구가 오는 202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2050년에는 4천 434만 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축복의 계시였던 출산이 점점 책임감이 따르는 부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다. 현실은 언제나 준비되지 않은 자들에게 냉혹하기 때문이다. 여기 이 슬픈 현실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작품 두 편이 있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과 도서 ‘무자녀 혁명’은 연극과 도서라는 각각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며 현 시대에서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출산에 따르는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고민들을 나열한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 - 번안,연� 류주연/ 극단 백수광부
- 돈 없으면 애도 못 낳니? 2009년 대한민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면하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독일 희곡 <오버외스터라이히>를 원작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결혼 3년 차 신혼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는 월급을 쪼개 적금을 붓고, 기념일이면 소박한 외식을 즐기기도 하는 평범한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이 젊은 부부의 공개된 침실 앞에서 관객은 그들의 소소한 갈등과 투박한 삶을 들여다본다.

연극의 주인공인 종철과 선미 부부의 갈등은 예상에 없던 임신에서 비롯된다. 출산을 원하는 선미와 출산을 원치 않는 종철의 대립은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이들의 고민 또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 한번쯤은 해보았을 법한 것들이다.

특히 극 중 종철, 선미 부부가 따져본 출산 후에 예상되는 지출은 우리 가정의 경제현실과 너무 꼭 닮아 있다. 아이를 위해 외식, 담배 등의 소소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경남 창녕군 길곡면> 속 부부는 ‘돈 없으면 애도 못 낳는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다. 이처럼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현 시대 꼬집기는 관객들에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중대한 아이러니를 남긴 채 결말을 맺는다.

<도서> 무자녀 혁명 -매들린 케인 지음/ 북키앙
- 자녀가 결혼의 완성인걸까?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매들린 케인의 <무자녀 혁명>은 100여 명의 아이 없이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이제까지 ‘침묵하는 다수’로 지내왔던 그네들의 개인적 경험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그들이 느껴왔던 감정적인 혼란을 정당화해 준다. 임신할 수 없거나 여러 이유 때문에 임신하지 않기로 한 얼굴 없는 여성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편견 없이 보여주는 최초의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자녀 여성을,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여성, 아이를 가지려 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여성, 기타의 이유로 아이 없이 살게 된 여성들로 나누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편견과 달리 이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노년의 외로움도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이들이 육아 중심사회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세상의 오해와 편견이 이제는 교정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주장한다. 사람들의 이들에 대한 연민과 선입견과는 달리 이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또 자녀 없는 여성이 느끼리라 생각하는 노년의 외로움도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 한다. 오히려 세금 문제나 주거 문제 그리고 일터에서 이들 무자녀 여성은 육아 중심 사회가 낳은 역차별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 사회의 변화는 아이를 낳는 이유까지 변화시킨다. 과거에는 가정과 사회의 유지를 위해 아이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사회 안전망(의료보장, 사회보장 제도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필요에 의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원해서 낳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제는 여태까지 모성 신화에 압도되어 있는 기존의 여성성에 대해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이단시 되어 온 무자녀 여성들이 온전한 이해와 존중을 받고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주변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이고, 친구들이며 당신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