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극작가 패트릭 마버(Patrick Marber)의 대표작 ‘클로져’는, 1997년 초연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명품 연극이다. 현대인들의 사랑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들 스스로가 각자의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성공적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래는 연극 ‘클로져’를 ‘Up↑ & Down↓’이란 코너로 집중 분석해본 것이다. ‘Up↑ & Down↓’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의 장, 단점을 스스럼없이 토해냄으로써 작품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 연극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 21세기 사랑의 현주소, 이기적 유전자들의 고독한 사랑
Up↑차마 말로 할 수 없었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말하다!
‘클로져’의 연인들은 말을 숨기지 않는다. 침실에서나 오고가던 말들이 무대 위에 거침없이 쏟아진다. 대담한 현대인들의 사랑은, 자극적이고 저돌적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허무감에 젖어들게 한다. 상대방에 대한 욕망의 목소리는 자신의 욕망에 대한 고백이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소통되지 못하는 이기적 사랑이다.
Down↓더 이상 죽음은 결말이 아니다
죽음이 말하는 결말보다 더 강한 허무는 없는 것일까? 대현과 지현과의 사랑의 무게는 미처 해결되지도 못한 채 지현의 죽음으로 인해 파국으로 향한다. 달궈진 냄비를 욕조에 던져버리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신선한 담론으로 보다 새로운 성과 사랑을 이야기 하던 ‘클로져’의 호흡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 살아 숨쉬는 네 명의 남녀를 만난다!
Up↑인물의 직업과 성격을 통한 효과적 캐릭터 구현
이기적이기 짝이 없으면서도 사랑에 목매는 현대인의 모순적 사랑은, 각각의 인물이 가진 직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핵심적 주제로 극을 이끈다. 낯선 사람의 모습을 찍기 좋아하는 포토그래퍼 ‘태희’, 모르는 사람의 부고기사를 쓰는 ‘대현’, 낯선 이 앞에서 벗은 몸으로 춤추는 스트립댄서 ‘지현’, 성도착적 채팅을 즐겨하는 의사 ‘운학’까지. 이들의 공통분모는 ‘낯선 것에 대한 갈망’이다. 새로운 자극만을 욕망하는 그들의 눈에 비친 사랑이란 감정보다는 감각에 가깝다.
Up↑배우의 안정적 연기력
이미 확고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연극인만큼, ‘클로져’에서는 검증된 연기력의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관객이 노출강도와 스킨십 수위에 있어서 부자연스러움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 데에는 배우의 노련한 연기력에 그 공이 있을 것이다.
◎ 10년 롱런의 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정리해 내는 짜임새
Up↑연극다운 무대로, 아무것도 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리라
연극에서 무대는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나무 골격으로 뼈대를 갖춘 무대였지만, 재배치를 통해 수족관, 의사진료실, 사진전시관, 촬영실 등 오히려 표현할 수 있는 폭은 무궁무진해졌다. 관객은 무대가 수족관이 되면, 빈 사각의 나무틀에서 물고기를 상상하게 된다. 두 커플이 양분된 무대 위에서 다투는 장면은 가히 인상적이다. 공간의 한계를 오히려 강점으로 극복시킨, 연출의 재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두 연인들의 다툼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고 호흡을 달리하여 산만해지는 것을 막았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시도는 공연이 가진 현장성의 강점을 이백프로 살려준다.
Down↓어느 사이에 연인이?
얽히고설킨 네 남녀의 관계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태희’와 ‘대현’이 사랑에 빠지는 짧은 장면과 그들의 대화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모든 것을 파국으로 이끄는 ‘사랑의 크기’에 대한 설득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극의 완성도를 위해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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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고운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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