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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주된 로맨스는 김만석과 송이뿐이었다. 그러나 관객의 눈물을 가장 많이 뽑은 캐릭터도 가장 절절한 로맨스를 보여준 캐릭터도 바로 조순이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다루어졌던 것과는 조금 다른 치매노인이다. 그녀는 가엾지도 슬프지도 않다. ![]() - 그녀가 필요한 사람 조순이는 뽀얗게 아름다운 세상을 혼자만 가지려 하지 않는다. 지금 유일하게 곁에 있어 주는 든든한 남편에게 아름다운 세상도 둘만의 소중한 추억도 남겨주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벽 한가득 종이를 붙여준 남편. 그런 남편에게 좋은 것들 많이 남겨주고 홀로 먼 길 가고 싶은데 그 여행을 남편이 따라오겠단다. 조순이의 남편 장군봉은 그녀가 필요하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그녀와 함께 해야 자신이 살 수 있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도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삶과 존재의 이유를 찾아 헤맨다. 장군봉의 존재의 이유는 조순이를 살리고 조순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조순이가 없다면 삶의 이유가 사라진다. 장군봉은 이유 없는 여생을 보낼 자신이 없었고 그녀는 그런 남편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굳어진 입을 힘들게 움직여 “고마워. 미안해”라고 말할 뿐이다. -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당신을 사랑합니다’ 극 속에서 김만석과 송이뿐이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이루는 사랑을 보여준다면 장군봉과 조순이는 이미 하나가 된 부부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 남녀의 사랑. 헌데 부부는 친구이면서 남녀이고 가족이다. 어쩌면 부부의 사랑이야 말로 가장 따뜻하고 완벽한 사랑일지 모른다. 처음도 끝도 함께 하는 마지막 부부의 사랑을 보여주며 그들은 먼 길을 함께 떠난다. 함께 떠나기 전 조순이가 남편 장군봉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 “고마워, 미안해”에는 생략된 문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다. 김만석이 극중에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여보, 당신 할 때 쓰는 말이라 사별한 전 부인에게만 쓰기로 했으니 당신이란 말은 송씨에게 해 줄 수 없다”고. 김만석과 송이뿐은 끝까지 서로에게 해 줄 수 없는 말이 바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할 부부이기에 쓸 수 있는 말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조순이와 장군봉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 조순이는 아름다운 추억도 함께 먼 길 갈 친구도 당신도 가졌다. 이렇게 많은 것을 가진 그녀는 가엾은 치매노인이 아니다. 그저 마지막까지 행복한 조순이일 뿐이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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