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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늙은 신혼부부가 있다. 60이 넘은 나이의 신혼부부 박동만과 이점순은 젊은이들도 부러워 할 만큼 달콤하고 즐거운 신혼 생활을 보여준다. 직접 차를 운전해 신혼여행을 가겠다며 운전면허 공부를 하고, 커플링을 맞추고, 사랑의 선서를 한다.
- man meet woman 이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사랑스러운 부부였던 것은 아니다. 점순의 집에 동만이 세를 들어 살겠다고 찾아와 오랜만에 다시 조우하였을 때만 해도 둘은 타인 이었다. 알기는 알되 모르는 것과 같은 이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 시작했다. 60이 넘은 나이에 남녀가 한 집에서 산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였건만, 이들은 사랑을 시작했다. 그 두 사람은 그저 노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남자와 한사람의 여자였던 것이다.
- 배우들이 보여주는 캐릭터 이렇게 한사람의 남자와 한사람의 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연극을 모두 이끌어 나간다. 모든 공연이 그렇겠으나 이 연극은 등장인물이 단 둘뿐인 공연인지라 더더욱 배우들이 중요하다. 이호성과 사미자라는 두 배우는 각자의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 그 둘이 부부라는 착각이 들 만큼 노련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바람둥이 신사 박동만 역에 이호성의 굵은 저음의 목소리는 느끼할 정도로 잘 어울렸고, 욕쟁이 할머니였으나 사랑 앞에선 애교 많은 여인으로 변신하는 귀여운 할머니 사미자는 평소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젊은 배우들이 차지한 연극 마당을 아직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원로 배우의 저력이 무엇인지 보이는 순간들이었다.
- 진부함이 참신해진 소극장만의 매력 이들의 연기력이 있었기에 신파를 벗어날 수 없는 스토리도 진부하지 않았다. 남녀가 만나 호감을 가지다 사랑했는데 여자가 불치병에 걸려 죽고 남자 혼자 남아 그녀를 추억한다는 이제는 할리퀸 로맨스에도 나오지 않을 이 극의 스토리는 진부함 그 자체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인생의 황혼을 걷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진부하다기 보다 젊은이 못지않은 사랑과 열정을 품고 있는 그들이 오히려 참신하다. 거기에 실제 삶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소품과 무대가 더해져 이 극의 스토리를 청승 신파가 아닌 노년 멜로로 바꿔준다. 흰 원피스 입고 누워있어야 할 것 같은 불치병의 여 주인공 이점순은 고쟁이에 목 늘어난 셔츠를 입고, 수트를 빼 입어야 할 것 같은 남주인공 박동만은 러닝셔츠에 반바지 차림이다. 뿐이랴. 연두색 정장과 구멍 난 덧버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정말로 우리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입고 계실 것 같은 복장으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황을 보여준다. 연륜이 묻어난 대사와 성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낯설지만 현실성을 갖추게 한다. 마루와 마당만 보이는 작은 소극장 공연이었지만 이런 작은 소품들과 감칠맛 나는 대사와 세심한 복장 설정으로 이 극은 아기자기함을 갖추고 진부함을 탈피했다.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고 했다. 이들을 보면 정말 저 말이 맞구나 싶다. 마지막 사랑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늙은 부부의 사랑은 외면 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진부함에서 나온 참신함이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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