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가에 핀 민들레가 노란 옷을 벗고 홀씨가 되어도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꽃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랑이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 그것은 누구에게나 뜨겁고 달다. 그리고 또, 아프고 시리다. 예외는 없다. 그것이 70대 노인들의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깊어진 주름만큼 그들의 사랑은 더 뜨겁고, 더 달콤하며, 더 아프고, 더 시릴 수도 있겠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흔한 사랑 이야기지만 그 사랑의 주체들을 칠순 노인들로 설정함으로써 식상함을 피했다. 최근 공연 관람의 주 타겟층인 2,30대를 벗어난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작품을 비롯해 ‘늙은부부이야기’, ‘늘근도둑이야기’와 같은 작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루며, 적절한 유머와 눈물을 자극해 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주제의 다른 작품들과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힘이 크다. 여타의 작품들이 2인극 위주에 머물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한정되었다면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의 도입을 시도했다. 더욱이 이러한 설정은 두 명의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네 명의 이야기로 이어져 그들의 모습이 외롭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게 한다.
웹툰이라는 원작의 고정된 이미지들을 동적으로 바꿔놓은 연출력도 돋보인다. 이미 탄탄한 스토리로 검증된 작품이고, 시·공간적 제약이 없었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자칫 잘못하면 극이 산만해지거나 늘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총 30화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원작을 무대에 옮겨놓으며 내용은 축약시키되 스토리의 개연성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김만석-송이쁜, 장군봉-조순이 두 커플 사이를 오고가며 진행되는 에피소드들이 극을 전개해가는 재료가 되었다면, 후반부로 극이 진행되면서 네 명의 이야기가 한데 모아져 작품의 결말을 완성시킨다.
작은 무대 위에 재현해놓은 소박한 공간들도 그들의 사랑을 만화 속 이야기에서 현실의 이야기로 탈바꿈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무대전환에 있어 큰 욕심을 내지 않고 무대의 공간을 여러 개로 등분하여 사용함으로써 소극장이 갖는 취약점을 극복하였다. 송이쁜 할머니의 집, 장군봉과 조순이의 집, 그리고 장군봉이 일하는 주차장과 김만석의 우유배달국 등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공간들이 한 무대에 위치함으로써 연극 속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자리 잡는다.
소재와 캐릭터, 무대연출 등도 큰 힘이지만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갖는 진짜 매력은 눈물샘 자극하는 스토리에 있다. 김만석의 귀여운 사랑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장군봉과 조순이가 보여주는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랑이야기에는 저절로 눈물이 머금어진다. 마음을 풀었다 조였다, 이것이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갖는 스토리의 쫄깃한 매력이다. (9월 2일~오픈런, 대학로 더굿씨어터, 평일 8시 수 3시/8시 토 3시/7시 일,공휴일 3시 (월 쉼), 전석 3만 5천원)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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