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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 다른 감동 ‘그대를 사랑합니다’

 

드라마, 영화, 연극까지 만화가 강풀의 순정만화시리즈가 문화계를 휩쓸고 있다. 시즌1 ‘순정만화’는 연극과 영화로, 시즌2 ‘바보’는 영화로, 시즌3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연극과 드라마로 각각 제작되었다. 이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시즌3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젊은이들의 농후한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소년 소녀의 설레는 첫사랑도 아닌 이 세상 마지막 사랑을 하는 노년층의 러브스토리인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원작인 만화와 연극이 각각 다른 매력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 늘어난 군봉과 순이의 이야기

원작에 비하여 군봉과 순이의 비중이 늘어났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연출해주었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만석과 이뿐이었고 주된 이야기는 그들의 로맨스였다. 이에 비하여 연극은 군봉과 순이의 이야기가 만석과 이뿐의 이야기와 동일한 분량으로 전개된다. 원작에 비하여 만석과 이뿐의 후반부 이야기가 줄어들었고 무한한 시간과 장를 연출할 수 있는 만화와는 달리 연극의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군봉, 순이, 만석, 이뿐 네 사람이 동시에 출연하는 장면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 생략된 에피소드들
200페이지가 넘는 만화책 3권 분량의 만화를 10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과,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안에서 모두 보여준다는 것은 무리임을 관객도, 독자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두 마디 대사로 독자들이 스스로 알아듣고 넘어 가기를 바래서는 안 된다. 삭제해야 할 것은 아예 삭제해야 하는데 독자들이 원작을 알고 왔으리라 생각하고 스토리를 넘겨버리는 일부 에피소드들이 거슬린다. 예를 들면 한글을 배운 이뿐이 돌에 소풍기념으로 모두의 이름을 써 넣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부분은 “돌에 새겨진 이름처럼” 이라는 짧은 한마디로 넘어가고, 군봉의 택시이야기도 열쇠를 던져주며 “데려다 주게” 한마디로 끝났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은 “무슨 돌?”, “무슨 열쇠?” 라며 물음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략이 극의 집중도를 더욱 높여준 부분도 있다. 군봉할아버지의 딸 이야기와 가족에 관한 곁가지의 에피소드들이 생략된 점이다. 따라서 연극은 이 작품을 단순한 휴먼 드라마가 아닌 노년의 사랑이라는 러브스토리로서 인식하게 만든다. .


- 희화화된 만석
원작에서의 만석은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괜히 험한 말을 하고 나이를 뛰어넘은 열정도 있었지만 어린아이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극의 만석은 풍선으로 장난치고 할머니에게 작업을 걸고 끊임없이 홀로 중얼거리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다.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캐릭터로 변했다. 객석 곳곳에서 터지는 웃음소리의 90%는 만석으로부터 나온다. 희화화로 인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관객의 반응이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연극이 가진 특징인 즉효성을 살려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괴팍하지만 속 깊은 만석의 희화화로 인해, 그를 무뚝뚝하고 쑥스러워하면서도 열정을 가진 멋진 로맨스그레이로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 달라진 결말

원작은 총 30편중에 3편을 만석과 이뿐의 결말에만 쏟아 붓는다. 그만큼 희극적결말이냐 비극적 결말이냐를 떠나 독자가 담담히 노년의 애정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열린 구조를 만들어 준 반면, 연극에서는 95분간 이끈 스토리가 단 5분으로 모든 결말이 났다. 그것도 지극히 관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굉장히 원작에 충실하다. 100분이라는 시간과 좁은 극장이라는 공간적 제약 안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다 살려주었다. 군봉할아버지의 주차장, 만석과 이뿐이 마주치는 고개, 이뿐의 집, 군봉과 순이의 집, 우유가게뿐 아니라 소풍 장소까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모든 장소를 다 보여주었다. 순이가 보는 환상 속 꽃 비와 달은 조명을 적절히 사용해 주었고, 등장 인물뿐 아니라 배경까지도 원작과 최대한 동일하게 꾸몄다. 여기에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가 아닌 러브스토리라는 연극만을 색을 갖추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 원작의 웹툰으로 시작하여 연극으로 2008년 9월 선보였으며, 내년 4월에는 드라마로도 방영된다. 우유배달부 만석, 파지를 주우며 근근히 살아가는 이뿐, 주차요원을 하며 치매인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군봉, 치매에 걸렸으나 따듯함과 순수함을 잃지 않은 순이까지 네 사람이 삶의 마지막에서 서로 만나 보듬고 살아가고 사랑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이제껏 수 많은 만화와 소설이 연극화 되었다. 영화를 연극으로 만드는 뮤비컬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에 극만의 새로운 모습까지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더 많은 양질의 작품을 기대한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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