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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안무가 황미숙의 ‘노랑 달팽이’, 편견과 오해의 시각에 대한 안무가의 고뇌가 묻어나다

 

‘(사)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한선숙/상명대 교수)’가 주최하는 ‘제27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8)’가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12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대극장, 소극장)’과 ‘남산 동랑예술원(드라마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지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이번 ‘MODAFE 2008’을 여는 개막공연으로는 안무가 황미숙의 ‘노랑달팽이’와 이용우의 ‘The freedom of the will’이 5월 27일, 각각 축제의 막을 올렸다. 아래의 글은 화제의 개막작품 안무가 황미숙의 ‘노랑 달팽이’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임을 밝혀둔다.

황미숙의 ‘노랑 달팽이’는 조명이 하나씩 켜지며 하얀 치마 안에 노란색 치마를 덧댄 아름다운 의상을 입은 남녀 무용수들이 등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러한 남녀 무용수들의 각각의 의상들은 초반부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 공연에서 또다른 특징이 있다면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와 똑같은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노랑 달팽이’라는 작품 의도에 걸맞게 겉으로 보이는 바가 다가 아니라는, 우리의 잘못된 오해의 시각을 의상으로도 표현한 듯 했다. 또한 극의 초반 부분 긴박하게 전개되는 음악에 따라 남녀가 한 쌍을 이뤄 서로 한 치마에 몸을 감아 달팽이의 특징인 ‘자웅동체’를 표현하는 듯한 동작도 선보였다. 이는 한 치마 안에 들어 있는 남녀 무용수의 독창적인 안무와도 잘 어우러져 표현되었다.

곧이어 오르간과 북소리가 혼합된 음악으로 바뀌며 여자 무용수의 독무가 펼쳐졌다. 여자 무용수는 달팽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동작화 시킨 몸짓을 선보이며 마치 슬로우 모션을 보는 듯 제자리에서 느리게 움직였다. 또한 극이 전개됨에 따라 남자 무용수들이 연이어 등장하여 여자 무용수와 서로 얽혀 마치 달팽이가 자신의 껍질을 얹고 목표물을 향해 전진하는 듯한 몸짓을 표현해내었다. 이러한 동작들은 무대의 뒷 배경에 등장하는 노란 형광등 불빛의 소품과도 잘 어우러져 달팽이의 특징을 움직임으로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노랑 달팽이’는 무용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극이 전개되는 과정과 클라이막스가 있는 공연이었다. 이 작품의 초반에는 네 쌍의 남녀 무용수가 마치 달팽이의 ‘자웅동체’를 표현하는 듯한 깔끔하고도 독창적인 안무를 선보이다가, 중반부에는 여자 무용수의 독무, 그러다 후반부에는 다시 여자 무용수, 그리고 남자 무용수로 나뉘었다가 또다시 남녀 무용수가 한데 어우러지는 공연이 펼쳐졌다. 이러한 아름다운 의상과 함께 한데 얽힌 남녀 무용수들의 동작들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무대를 잘 표현해냈다. 또한 무대가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뀌는 음악들 역시 어느 하나 모나지 않고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컨셉과 분위기에 잘 어우러졌다. 이 공연의 음악들 중에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바이올린의 섬세한 현의 음색이 함께 합쳐진 음악이 있었는데, 그러한 선율이 흐를 때에는 그에 걸맞게 절제된 듯 하면서도 아름다운 몸짓들이 펼쳐졌다. 또한 약간은 신비스럽고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에서는 그에 따라 동작이 크지 않으면서도 긴박하게 전개되어 갔다. 이처럼 ‘노랑 달팽이’는 달팽이가 천천히 목표지점을 향해 전진하듯이 결코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조금씩 극을 전개시켜 나아갔다.

이 작품의 제목은 ‘노랑 달팽이’이다. 그냥 ‘달팽이’도 아니고 ‘노랑 달팽이’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무용수들의 의상 또한 하얀 치마 안에는 노란색 치마가 숨겨져 있으며 극 중반부에는 언덕 같은 무대 장치 위에 무용수들이 노란 색 천을 조금씩 끌어내어 극명한 색의 대비를 보여준다. 사실 ‘노란색’은 관용이나 인내 혹은 지혜를 의미하는 색감이다. 그리고 밝거나 순수함을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들이 만들어 낸 하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 그냥 ‘노란색’ 자체로는 밝고 맑은 색이 될 수도 있지만, 노란색으로 변해버린 달팽이는 어딘가 맞지 않고 왜곡되어 보인다. 이 작품은 대체로 사람들이 ‘노란색’이라는 색감을 바라볼 때에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 그 안에 기존의 사람들 안에 박혀있는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점들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는 편견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 서로를 자신들의 머릿속 정형화된 틀에 가두고, 한번 각인된 편견과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달팽이는 참 느리다. 하지만 사실 달팽이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대한으로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목표지점을 향해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늘 우리의 눈에 보이는 한 단면으로써만 모든 것을 판단한다. 사람들 간에도 그렇다. 그저 그 사람의 겉모습, 혹은 그 사람의 행동 단면이나 어떤 생각의 조각들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모든 면들이 그러할 것이라 단정 짓는다. 그 안에 있는 다른 단면과 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바라보지 않고 말이다. 사실 달팽이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빠른 존재라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달팽이는 참 느리다. 황미숙의 ‘노랑 달팽이’는 이러한 시각의 차이, 그리고 편견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얼마나 진실이 혹은 진리가 타인에 의해 왜곡 또는 폄하되고 있는지를 춤으로 표현해냈다. 이는 안무가의 사물을 달리 바라보는 시각과 통찰력이 잘 점철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MODAFE 2008’을 성공적으로 연 개막작품 황미숙의 ‘노랑 달팽이’, 앞으로 더 다양화되고 레퍼토리화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이 공연의 발걸음과 이어 모다페의 남은 공연들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이종미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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