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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신인안무가전 ‘시선’, 신인안무가들의 참신한 시선이 무대 위에 살포시 내려앉다

                     

 

사단법인 ‘춤다솜무용단’의 신인안무가전 ‘시선’이 5월 14일부터 15일 오후 7시, 그리고 17일과 18일 오후 4시에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특별히 14일, 15일날 펼쳐졌던 공연은 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의 삶과의 공존을 모색해 본 선미경 안무의 ‘웃음, 그리고...’와 명성황후를 모티브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유효정 안무의 ‘비상’이 펼쳐졌다.

- 당신의 삶은 어떠합니까?, ‘웃음, 그리고...’
안무가 ‘선미경’의 작품 ‘웃음, 그리고...’는 첫 시작부터 의미심장했다. 조명이 모두 꺼진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숨소리만이 허공을 가로지를 때쯤, 박진영의 ‘kiss’가 울려 퍼지고 곧이어 여성 무용수들이 등장하여 어둠 속에서 야광봉을 사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박진영의 ‘kiss’의 조금은 끈적거리는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매혹적인 몸짓은 다음에 이어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곧이어 음악이 바뀌면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안무가인 ‘선미경’이 등장하였다. 그리고는 여성 무용수들은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그녀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원래 무용 공연에서는 대체로 무용수들이 맨발이나 토슈즈를 신고 공연하기 마련인데,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나와 자유로운 몸짓을 표현한 점이 참신하게 다가왔다. 안무가의 몸에 감긴 아름다운 의상과 여성스러운 몸짓은 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충분했고, 마치 살포시 꽃잎에 앉는 나비를 연상시키는 안무가의 몸짓은 관객들“�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웃음, 그리고...’는 소품 사용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극이 시작됨에 따라 무대 왼편에 옷걸이 위에 걸려있던 가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가면은 작품 중간 중간에 무용수들이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움직임으로 표현되곤 했는데, 이는 현대인들이 가면을 쓰고 자신을 포장한 채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듯 했다. 서로를 대함에 있어서도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기며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의 초상과 가면이라는 소품을 사용하여 표현한 점이 특히 돋보였다. 또한 이러한 ‘가면’이라는 소품은 이 작품의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즉, 서로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우리의 모습과 항상 남을 대할 때 한꺼풀의 가면을 쓰고 대하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웃음, 그리고...’라는 제목에 담아낸 듯 했다. 안무가 선미경의 ‘웃음, 그리고...’는 신인 안무가답게 나풀거리는 여성스러운 몸짓과 함께 매우 다양한 음악적 시도, 그리고 가면과 마네킹 등의 참신한 소품 사용이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 명성왕후의 삶이 무대 위에 펼쳐지다, ‘비상’
안무가 유효정의 ‘비상’은 마치 명성왕후의 삶을 무대 위에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재현해낸 듯 한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명성왕후의 삶을 요즘의 시대와 접목시켜 표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돋보였다. ‘비상’은 최근에 일어났던 ‘숭례문 화재사건’을 보도하는 아나운서의 뉴스보도 목소리로 작품을 시작했다. 숭례문 사건을 보도하는 아나운서들과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의 목소리 등이 오버랩되면서 이 작품은 관객들의 잠들어 있던 어떤 시각과 정신을 일깨워주는 듯 했다. 곧이어 양복 입은 남녀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별다른 음악 없이 아나운서의 기사 보도에 맞춰 움직임을 시작했다. 마치 요즘 시대의 현대인들을 연상시키는 듯 한 남녀 무용수들은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사람인형들 사이, 사이를 가로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사람인형들은 ‘숭례문 화재사건’을 접한 현대의 군중들을 뜻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표현해나가는 소품으로도 사용되어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표현력이 돋보였다. 곧이어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 펼쳐지며 선이 아름다운 드레스와 우산을 쓴 안무가가 등장했다. 그리고 다른 무용수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마치 ‘숭례문 화재사건’을 애도하는 듯 혹은 지금 하늘에서 이 사건을 보고 슬퍼하고 있을 명성왕후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안무가 역시 애틋한 표정으로 ‘숭례문 화재사건’를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처럼 몸짓을 표현해냈다. 그러한 안무가의 몸짓은 슬픈 조수미의 목소리와 더불어 여성적인 몸짓 속에서도 절제되어 있는 율동미가 느껴졌다. 마치 명성왕후의 영혼이 몸속에 들어간 것 같은 여성 안무가의 몸짓은 풍부한 표정과 힘이 느껴지는 손끝 표현, 그리고 자신감 있는 움직임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한 아름다운 움직임도 잠시, 곧이어 북소리와도 같은 초조하고 불안 한 듯한 곡조로 바뀌면서 어둡고 무서운 표정과 함께 두 명의 남자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북소리가 빠르게 전개됨에 따라 여자 무용수들의 몸짓도 점차 빨라지고 남자 무용수들은 마치 억지로 여자 무용수들에게 다가가고 억압하는 듯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안무가 주위를 돌며 억압과 압박의 현장을 재현해내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이제 안무가가 아니라 명성왕후였다. 그리고 두 명의 남자 무용수들은 일본 순사들이며 동시에 어둠이며 악의 존재가 되어 명성왕후를 유린하고 목을 조를 것처럼 억압의 몸짓을 이어갔다. 안무가는 계속적으로 고통스러운 몸짓과 두려운 표정을 선보이며 당시 명성왕후의 심정을 표현했다. 그러다가 점점 북소리가 클라이막스에 달하자, 안무가는 쓰러졌다. 아니, 명성왕후가 쓰러졌다. 한 마리 나비처럼 그렇게 풀썩 말이다. 관객들은 이 부분에서 숨을 죽이며 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명성왕후의 죽음은, 세월이 지나도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음악이 다시 조수미의 ‘나 가거든’의 BGM이 들려오면서 극의 초반부에 등장했던 양복 입은 남녀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그리고는 극의 초반부와 같이 종이 인형을 들고 그들을 마치 자신들의 연인인 양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도 하며 다양한 몸짓을 선보였다. 결국 ‘비상’은 우리 시대의 국모요, 우리의 피의 역사를 대변하는 명성왕후의 삶을 재조명하며 현 시대의 이야기와 접목시켜 표현해 내었다. 게다가 명성왕후의 삶을 무대에 재현해내는 것 뿐 아니라 ‘숭례문 화재사건’이라는 요즘의 사회적 이슈를 무대로 이끌어와 명성왕후의 이야기와 접목시켜 표현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했다. 이는 명성왕후라는 역사건 사건과 현대적 사건과의 합일을 모색하고 나아가 역사를 바라보고 현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조금은 나태해진 시각들에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그러면서도 ‘비상’은 명성왕후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공연이었다.

사단법인 ‘춤다솜 무용단’의 신인 안무가전 ‘시선’은 신인안무가들의 참신한 발상과 실험적 시도들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그에 따라 안무가로써 여러 가지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이는 공연이며 동시에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안무가들의 시선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신인안무가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의미성과 뜻을 무대 위에 춤이라는 매개체로 이어나갈지 함께 기대해 보자.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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