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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머’의 신체로 만들어내는 이야기, ‘아그레콜라강, 오후 4시’

                   

 

‘아그레콜라강, 오후 4시’가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은 3번째로 맞이하는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씨어터 댄스 그룹 퍼포머’의 첫 공연이다.

-몸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씨어터 댄스 그룹 ‘퍼포머’
씨어터 댄스 그룹 ‘퍼포머’는 연극과 무용 외에도 무대 위에서 자신들이 하는 모든 행위를 몸으로 표현하는 그룹이다. 그래서 그들은 ‘배우’라는 말도 ‘무용수’라는 말도 아닌 행위자인 ‘퍼포머’로 불리운다. 이러한 ‘퍼포머’의 ‘아그레콜라강, 오후 4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고민을 관념적인 무용이 아닌 솔직한 움직임과 위트 있는 대사, 그리고 테크놀로지 음악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 아그레콜라 강, 오후 4시
이 작품의 무대에서는 4명의 퍼포머와 또 한명의 퍼포머가 등장한다. 4명의 퍼포머들은 각각 두 쌍의 남녀들로 이루어져 서로서로 그 관계가 얽혀간다. 이는 관계에 대한 지독한 인과의 부여가 담겨 있는 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다.
‘아그레콜라 강, 오후 4시’는 천장에 매달린 줄의 양 끝에서 자신들의 몸을 묶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무대의 왼쪽에서는 한 여인이생일케이크를 정성스럽게 들고 나와 화분 앞에 놓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는 여동생의 잠옷을 입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기지게 컵라면을 먹는다.

- 여자와 오빠, 그리고 아그레콜라 강, 루빠의 이야기
이 작품의 첫 장면에 등장했던 줄다리기를 하던 여자는 텔레비젼에서 컵라면을 먹던 남자의 동생이다. 여자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빠는 반갑게 동생을 맞이한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잠옷을 입은 오빠가 탐탁치 않다. 여자가 잠들면 오빠는 그 곁에 눕는다. 오빠의 의식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띠는 시간이다. 그것도 모르고 잠에서 일어난 여자는 다시 바쁘게 나갈 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 오빠는 ‘루빠’를 이야기한다.
‘루빠’는 돌을 캐러 다니는 8살 네팔 여자아이다. 텔레비젼 화면에서는 아침이면 일어나 돌을 깨러가는 8살 아이, 루빠가 ‘돌을 깨는 건 내 운명’이라고 이야기한다. 무대에서는 오빠가 루빠의 채석장 ‘아그레콜라 강’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컵라면을 먹으면서 보았던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루빠’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바쁘게 일과를 시작하려는 동생 옆에서 오빠는 루빠 이야기를 한다. “아침이면 루빠는 돌을 캐러 아그레콜라 강으로 갑니다”라고 말이다.
이렇게 ‘아그레콜라 강, 오후 4시’는 연극처럼 배우들의 대화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이야기’가 극 안에서 펼쳐진다. ‘아그레콜라 강,루빠의 이야기’ 속에서 루빠에게는 오빠가 있다. 오빠는 여유롭게 학교를 다니지만 루빠는 돌을 캐러 가야한다. 마치 무대의 등장인물인 오빠와 여자와의 관계를 가리키듯이 말이다. 그러다 여자가 일을 하러 나가고 오빠는 남겨진 임신 테스트기의 두 줄을 발견한다.

- 부부 이야기
줄다리기를 하던 남자와 케이크를 화분 앞에 놓던 여자는 부부이다. 부부 사이에는 아이 하나가 있었다. 극 중에서 아이는 어느 날 오후 4시, 하교 길에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 일로 남편은 ‘숨은 쉬지만 살아있지 않은’ 반은 미친 아내와 ‘숨은 쉬지 않지만 집안에서 살아 떠돌아다니는 아이’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런 남편에게는 또 다른 여자가 있다.

- 남자와 여자의 ‘사랑’
여자와의 사랑은 이 공연에서 유일하게 움직임으로만 표현된다. ‘사랑에는 말이 필요 없다’를 확인하는 순간이랄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주 간단하고 원초적인 움직임 표현으로 전해진다. 하나의 줄로 힘겨루기를 하는 남자와 여자,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아슬아슬하게 하나의 무게 중심을 만들어 가는 남자와 여자가 뒤섞인다. 그러다 새장 속에 여자를 가두어 버리는 남자와 여자의 몸부림이 펼쳐진다. 극 중에서 이러한 남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움직임의 구도로만으로도 쉽게 전해진다.

- 빨간 원피스, 새장, 노란 꽃 화분
‘오빠’는 임신테스트기를 들고서 산부인과를 찾는다. 산부인과 의사는 사실 여자가 사랑을나눴던 남자의 부인이었다. 그러한 부인과 오빠는 여자의 아이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오빠는 빨간 원피스를 동생에게 입히고는 여자의 배를 감싸 안으며 포옹한다. 그러다 점점 오빠의 손은 배를 옥죄인다. 그 와중에 남자와 부인 옆에 여자가 노란 꽃을 피운 화분을 들고 나타난다. 노란 꽃 화분은 그들에게는 새로운 생명, 곧 아이를 뜻하며 그들은 갈등에 휩싸인다. 점점 그들은 서로 화분을 빼앗으려는 치열한 몸짓으로 뒤엉킨다. 결국 여자의 두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부인의 손에 의해서 뱃속의 아이는 제거된다.

- 또 한명의 퍼포머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 위에는 받침대 하나와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있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에서도 여전히 노트북의 파란 화면만을 마주하고 있다. 사실 그녀의 존재는 음악을 담당하는 스태프이지만, 극의 중간에 ‘퍼포머’들과 소통하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극 밖의 인물이 극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4명의 퍼포머들은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스태프를 끌어들여 또 하나의 퍼포머를 만들어냈다.


김은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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