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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무용극 ‘경성, 1930’, 2008년 현재 우리가 1930년대의 경성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 몇 가지

 

지난 4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무용극 ‘경성, 1930’이 공연되었다. 이번 서울시 무용단의 정기공연 ‘경성, 1930’은 서울시 무용단의 임이조 단장을 중심으로 유희성 서울시 뮤지컬 단장이 연출 및 각색을 맡아 더욱 화제의 중심에 오른 작품이다.

‘경성, 1930’은 2007년 저술된 진옥섭의 ‘노름마치’를 원작으로 하여 예기들의 교습소인 ‘권번’을 모티브로 하였다. 이번 작품은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 속에서 우리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예기들의 예술혼이 무대 위에 되살아난 공연이었다. 80년에 가까운 시대의 변화가 흘러온 지금 1930년대의 경성을 다시금 돌아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전통과 모더니즘의 경계에 서다
1930년대 경성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무대 위에는 전통과 모더니즘이 공존했다. 무대는 경성 최고의 번화가인 종로의 사교클럽 ‘물랑루즈’와 우리 전통을 지키려는 예기들의 교습소인 ‘권번’의 배경을 오가며 교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음악 역시 그러했다. 사교클럽 ‘물랑루즈’에서는 스윙재즈 리듬의 밴드음악이 흘러나왔고 ‘권번’안의 음악은 우리 전통 악기들이 주를 이루어 라이브로 연주되었다. 여기에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주는 의상과 소품들이 더해져 무용극 ‘경성, 1930’은 1930년대 격동의 시대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생각해보면 변화의 형태적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사회 또한 다를 바가 없�. 어디를 가든 서양의 문물에 쉽게 물들어 있는 우리가 있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순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용극 ‘경성, 1930’에서 보여준 모더니즘의 흐름은 우리의 전통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노력을 더욱 숭고하게 보이게 해주었다. 이들은 춤을 통해 전통과 모더니즘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더욱 찬란하게 빛을 발했던 ‘우리의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 호흡과 혼이 깃든 전통춤의 향연
그야말로 ‘향연’이였다. 임이조 예술감독을 주축으로 한 서울시 무용단의 ‘경성, 1930’은 전통춤의 매력을 한 무대 위에 온전히 녹여낸 ‘춤의 향연’이였다. 우리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작품 속 춤에는 춤과 무예가 결합하기도 하고 현대무용의 요소가 첨가되는 등 서울시 무용단의 다양한 시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역시 무용극 ‘경성, 1930’이 보여준 춤의 절정은 우리 전통춤에 있었다. 권번의 춤 발표회장을 배경으로 하여 살풀이, 화선무, 선비춤에 이어 학춤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관객들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전통춤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중 선비의 기개와 절개가 돋보인 선비춤과 순백의 의상이 돋보인 학춤은 관객들의 큰 박수를 자아냈다. 사실 이번 서울시 무용단의 ‘경성, 1930’은 극으로써 지니는 스토리 자체의 완성 구조가 아쉬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전통춤이 갖는 아름다움의 극을 보여준 예기들의 학춤은 ‘경성, 1930’의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 조화 속의 부조화, 부조화 속의 조화
무용극 ‘경성, 1930’은 예기 ‘산홍’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 안에 조화 속의 부조화, 또 그와 더불어 부조화 속의 조화가 묘하게 얽혀있는 작품이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1930년대 경성의 모습은 최신 문명의 수혜를 받은 세련된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활보하는 곳이었고 경성의 중심가인 종로 거리는 그것과 걸맞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전통을 지키려는 옛 예술가들의 예술혼도 존재하고 있었다. 또 평화로운 종로 거리 한복판에는 일제 치하의 시대 상황에서도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펼치는 젊은이들도 숨어있다. 이처럼 무용극 ‘경성, 1930’은 고전과 현대가 한 무대에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러나 화려하게 이어지는 춤의 향연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도 그 이면에 최신 문명을 따르고 있는 세련된 모던걸과 모던보이에게 관객들이 느끼는 이유 모를 배신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모든 것이 불안정한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꿋꿋하게 전통을 이어 나가려 노력했던 전통 예인들의 노력이 더 아름다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무용극 ‘경성, 1930’은 조화 속의 부조화, 부조화 속의 조화를 바라보며 가슴 찡한 옛 예술가들의 예술혼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무용극 ‘경성, 1930’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고 어쩌면 2008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부드러운 일침을 주는 작품이다. 빠른 속도와 편리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우리의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에서 말이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남녀노소의 관객들이 새삼 느꼈을 우리 전통의 미에 대한 자부심, 그거 하나로 서울시 무용단의 ‘경성, 1930’은 충분히 그 가치를 해내주었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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