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 27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8)’가 오는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12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과 ‘남산동라예술원’, ‘서강대 메리홀’ 등지에서 열린다. 올해로 27회를 맞이하는 ‘국제현대무용제(이하 모다페)’는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무용 양식을 공유하고 한국의 유망한 젊은 무용가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무대이다. ‘뉴스테이지’에서는 장르를 초월한 예술개발에 힘쓰고 있는 ‘모다페’ 국내 초청 안무자 11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초청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번 ‘MODAFE 2008’에서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Story of B’는 두 명의 무용수가 힘없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삶의 고통을 다채로운 언어와 움직임으로 풀어내는 공연이다. 이 작품은 2006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올해 ‘MODAFE 2008’에서는 소극장 공연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간다. ‘Story of B’의 안무가 ‘김남진’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과 ‘쎄드라베 무용단’에서 활동하였으며 일찍이 유럽의 진보적인 움직임의 테크닉과 문화를 접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안무가 ‘김남진’과 함께 관객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이라 평가받는‘Story of B’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이번 ‘MODAFE 2008’에서 ‘Story of B’라는 작품의 안무를 맡으셨는데 이 작품을 만들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 이번 작품인 ‘story of B’를 처음 만들게 된 것은 런던에 갔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길거리에 계신 노숙인을 보았는데, 그의 모습을 통해 외로움이라던지 슬픔에 대한 모티브를 가지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노숙인들이 물질적으로는 빈곤한 상태이지만은 분명 그들 안에도 사랑이 있고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면에 현대 사회의 대중들은 그들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그러한 노숙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 이 작품의 제목을 ‘story of B’라고 이름 붙이셨는데, 이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 ‘story of B’에서 ‘B’는 ‘beggar’로 노숙인들, 즉 거지를 뜻합니다. 결국 이 작품의 제목은 ‘거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안무가님께서 만드신 ‘댄스씨어터 창’이 어떤 무용단체인지 일반 관객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 ‘댄스 씨어터 창’은 제가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2006년도에 만든 댄스팀입니다. 제가 이 ‘댄스 씨어터 창’을 창단한 목적은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로 좀 더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관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현대무용이 관객들에게 추상적 이미지로 다가가기 보다는 사회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우리가 피부로써 직접 접할 수 있는 그런 문제들을 현대무용의 소재로 다루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story of B’도 그러한 의미의 연장선상에서 만든 작품입니다.

▷ 이번 작품의 안무적 표현에 있어서 특별히 사용한 점이나 주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된 장치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 이번 ‘story of B’에서의 안무적인 특징은 25분 정도 되는 극 중에서 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극 중에서 음악은 한 3분 동안 팝송 한 곡만이 나오고 그 나머지는 무용가들의 목소리와 숨소리, 그리고 안무를 추면서 나오는 소음이라던지 그런 것들이 모두 음악적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 안무가님께서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현대무용단’과 ‘쎄드라베 무용단’에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계신만큼 외국의 무용문화를 많이 접하시고 또 우리 나라의 무용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가지고 계실것 같은데요, 안무가님의 ‘춤’에 관한 철학이나 혹은 앞으로 한국 무용계에 대한 전망 및 바람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가요?
▲ 저는 철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현대무용과 같은 예술을 하는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어떤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 시대는 점차적으로 무용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져 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무용가들이 점차 사라지는 이유는 슬프지만,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무용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생업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무용을 어떤 취미생활로 밖에 치부하지 않기 때문에 무용가들은 주로 제 1의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고, 제 2의 직업으로, 즉 취미생활로 무용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현대무용이라는 것도 이제는 전문화가 되어야 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 직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안무가님께서 ‘춤’을 만나고 ‘안무’를 만들게 되신 동기나 배경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 저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관객들에게 쉽게 공감되고 직접 피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안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이 접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현대무용으로 가지고 표현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사회 문제 등과 같은 이슈들을 예술로 탄생시키는 것이 현대 예술가들이 해야 하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 앞으로 ‘댄스씨어터 창’과 더불어 활동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 지금 현재로서는 저희 무용단이 다양한 야외극에 초청이 되어 있습니다. 5월달에는 아시다시피 ‘제 7회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공연합니다. 또한 9월달에는 ‘과천 한마당 축제’에서 ‘bird’라는 작품으로 야외극에서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bird’는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건에서 새가 기름에 젖어드는것을 보고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10월달에는 저희 ‘story of B’가 10월말인 10월 29, 30일, 그리고 11월 1일, 2일 뉴욕에 초청되어 공연합니다. 또한 ‘brother’이라는 작품도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안무가 ‘김남진’은 우리나라 무용계의 위치와 그에 따른 전망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고민하며 또한 진심으로 ‘춤’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였다. 또한 안무가 ‘김남진’은 안무가의 역할을 그저 춤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몫임을 강조했다. ‘MODAFE 2008’의 국내초청공연 작품인 안무가 ‘김남진’의 ‘story of B’는 오는 6월 5일 6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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