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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와 함께 맞은 10주년, 김준수 인터뷰②“자신만의 무기와 개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것 같아요.”

2012년 김준수는 ‘엘리자벳’에서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도는 토드(죽음) 역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제18회 대한민국 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 당시 그의 여성과 남성의 경계에 놓인 듯한 중성적인 몸놀림과, 속삭이는 고음과 허스키한 저음의 이중적 목소리의 배합은 전에 없었던 비현실적 캐릭터를 매혹적으로 설득시키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

그의 10년간의 활동과 평가를 돌아보면, 토드(죽음), 드라큘라나 도리언 그레이처럼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이후 하나의 기준이 될 정도로 매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자신만의 강점과 매력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제 나름의 개성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개성적인 목소리와 스타일이 튀기 때문에 그 제가 가진 개성이 역할들과 잘 맞았을 때 시너지가 발휘되는 것 아닐까요. 예전에는 뮤지컬 배우들에게 획일화된 성악발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랩이나 판소리 등 각기 다양한 재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무대로 변화했어요. 저도 배우로서 자신만의 무기와 개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것 같아요.”

그렇다면 비현실적이고 진중한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일상적이고 코믹한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그동안 없었을까. “무거운 역할들이 많았지만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그 안에서 웃긴 포인트를 넣으려고 해요. 객석을 웃기는 지점에서 카타르시스와 재미를 느끼거든요. 웃어주시면 행복해요. 개그맨의 피가 흐르는 건가.(웃음) 지금은 계속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재미있는 역할의 기회가 있으면 도전하고 싶어요.”

그는 창작뮤지컬이나 초연뮤지컬에 두려움 없이 도전해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작품 선택의 기준은 뚜렷하다. 바로 음악이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요? 무조건 음악이에요. 시나리오가 아무리 좋아도 음악이 좋지 않다면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제 기준이지만 뮤지컬의 핵심은 역시 뮤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하게 될 뮤지컬들도 관객분들 역시 음악이 좋다고 느끼시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뮤지컬 음악을 사랑하는 그에게 그간 해왔던 작품의 좋았던 넘버를 묻자,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서 손꼽기가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지금 공연 중인 ‘모차르트!’에서 유독 아끼는 곡을 알려주기도 했다. “원래는 초연 때부터 ‘황금별’과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가 작품 선택의 계기였던 만큼 심취했던 곡이었어요. 그런데 현재는 ‘빨간 코트’가 좋아요. 모차르트의 첫 곡이면서도 그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천진난만하고 밝은 그 모습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갈수록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후반의 비극이 더욱 대비되는 거죠.” 

그는 ‘모차르트!’의 6연 무대에 다시 참여하면서 이번 공연이 오히려 초연의 감성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빨간 코트’가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빨간 코트’는 살아남았다. 모차르트의 성격과 아마데와의 관계가 명확해지고 무대 세트가 업그레이드된 이번 10주년 공연은 초연의 감성과 성숙함을 모두 갖췄다. 그런 점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 열정과 초연한 마음가짐을 모두 갖게 된 그의 뮤지컬 배우 10주년의 현재와도 닮아 있는 셈이다.

“10년 전 초연 때는 기술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 상황이 극중 모차르트의 상황과 같았기 때문에 더 녹아들어서 연기했었죠. 오히려 지금은 너무 기술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하고 다시 옛날 그때의 감성을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모차르트!’는 여전히 매번 하면서 제 자신이 위안을 받는 느낌이에요.”

첫 데뷔부터 김준수는 놀라운 티켓파워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10년 배우 최초로 3천석의 세종문화회관 15회 공연(총 4만 5천 석)을 완전히 매진시키는 기록을 세웠고, 그 이후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역시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뮤지컬의 저변을 넓히고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만큼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가는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매번 매진됐다는 말에 아직도 놀라니까요. 매진이 되고 안 되고에 대한 신경은 전혀 쓰지 않아요. 인기라는 것은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떨어지는 법이잖아요. 반대로 생각보다 저는 너무 많은 사랑을 오래 받아왔다고 생각해요. 기적같은 일이죠. 적어도 5년 전에는 끝났어야 하는.(웃음) 객석이 다 안 찼다고 결코 불행한 것도 아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늘 감사한 인생이에요. 표를 예매해서 제 무대를 보러오시는 한 분 한 분에게 적어도 아깝지 않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만 생각할 뿐이에요.”

앞으로 그의 10년은 또 어떨까. 그가 미래에 중년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일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주연을 계속 욕심을 내겠다는 생각도 아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모차르트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의 계획에 대해서 묻자 돌아온 대답은 “알 수 없다”였다. 그것은 과거 10년을 살아오면서 그가 자연히 깨달은 삶의 진리이자, 그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이기도 했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 같아 보이는 그에게 깊게 자리한 것은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겸손이었다.

“지난 10년도 지금의 10년 후를 목표로 온 게 아니었어요. 바로 앞의 일을 알 수 없었고요. 이 작품이 매번 마지막 작품 같았고, 언제 이 무대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결과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성공가도를 달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 과정은 늘 두려움이었어요.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달려오다 보니 지금에 온 거죠. 돌이켜보면 뿌듯하고 이렇게 해온 자신이 기특해요. 앞으로는 더더욱 알 수 없어요. 지금도 10주년 모차르트를 무사히 완주하는 것에 집중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면 또 10년이 흘러 있지 않을까요?”

그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무대에서 배우가 노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기회라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모차르트!’의 커튼콜에서 ‘황금별’의 가사가 관객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고군분투해온 배우들과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순간이어서가 아닐까.

‘모차르트!’의 제작사 EMK와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장 출입 전 발열모니터링과 QR코드를 활용한 전자문진 작성 등으로 그동안 안전한 공연환경을 무사히 지켜왔다. 관객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성원 속에서 ‘모차르트!’는 최근 2주 특별 연장공연을 결정했고, 오는 8월 23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10년의 노하우를 총망라했다는 이번 10주년 ‘모차르트!’가 배우들의 바람대로 힘든 상황 속에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쳐서 공연예술계에 희망적인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사진 제공_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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