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22 목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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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자기’ 쓰임을 생각하다. 포장 디자이너, 박진숙 책 ‘날마다 보자기 포장’배달의 민족, 아모레 퍼시픽, 반얀트리, 정관장, 드라마 ‘의사요한’ 등 트랜드 급부상

“보자기는 성격 좋은 친구 같아요” 포장법에도 다양한 성격이 존재한다. ‘선물 포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이나 플라스틱을 떠올리겠지만, 보자기만큼 활용도가 높고 친환경적인 소재도 드물다. 보자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고급 소재라는 인식 때문에 편하게 접하지 못했을 것 같아도 우리는 실생활에서 다양한 보자기를 접하며 살고 있다. 보자기 포장 디자이너 박진숙은 선물에도 옷이 있다며 “사용하는 손수건, 깨끗한 키친 클로스, 스카프, 머플러, 부직포나 한지도 훌륭한 보자기가 될 수 있어요.”라고 전했다.

한 장의 천, 다시 가치를 생각하다
배달의 민족, 아모레 퍼시픽, 반얀트리, 정관장, 드라마 ‘의사요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보자기 포장을 소개하고 있다. 각 업계에서 원하는 보자기의 쓸모는 다양하다. 배달의 민족은 입점한 사장님들을 위한 선물을 정성스러운 보자기 포장을 입혀 보냈고 아모레 퍼시픽은 직원들의 취미활동으로 보자기 포장을 장려했다. 이러한 트랜드를 반영하듯 드라마 등 방송 곳곳에서 보자기 소품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거리는 멀지만, 따뜻한 마음을 오래 소장할 수 있는 보자기는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 포장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매듭을 묶고 풀면서 그 안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것이 포장의 힘이다. 보자기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알려진 박진숙은 보자기를 제대로 배워볼 수 있는 책 ‘날마다 보자기 포장’을 발간했다. 15년 동안 근무했던 의류회사를 퇴사하고 7년째 보자기 제작과 포장 클래스로 친환경 포장법의 가치를 전해온 박진숙 디자이너는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이 보자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묶기, 접기, 꼬기, 감기, 땋아주기 등의 보자기 포장법은 어떤 형태의 선물도 품어주며 우아함을 더한다. 소재에 따라서 내용물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기도 하고 각종 꾸밈을 통해 포장만으로도 선물이 되는 것도 보자기 포장의 매력이다. ‘날마다 보자기 포장’에는 원단 선택부터 제작, 포장은 물론 응용법까지 자세히 담았다.

Q. 어떻게 보자기 포장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오랫동안 다닌 의류회사를 퇴사하고 전통 음식 일을 하게 됐어요. 전통 디저트인 떡, 한과, 약과 등을 만들어 선물하면서 포장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죠. 처음 보자기 포장을 시작했을 때는 포장법도 다양하지 않고 배울 곳도 마땅하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4~5일씩 원단 시장을 다니며 보자기 봉제 과정부터 배우며 어설픈 솜씨로 만들기 시작했죠. 당시에 판매되는 보자기들이 비슷한 재질과 조금 예스러운 스타일이 많았는데 가격까지 높았어요. 사계절에 맞는 새로운 소재를 찾고 컬라와 패턴을 매칭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보이지 않던 디자인을 접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

Q. 보자기와 포장의 매력은 뭔가요?

보자기를 포장하고 풀어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어요. 어디에나 잘 어울려서, 누구나 좋아해요. 포장법만 알면 주변에 있는 소소한 소재들이 보자기로 사용될 수 있어요. 사용하는 손수건, 깨끗한 키친 클로스, 스카프, 머플러, 부직포나 한지 같은 것도 훌륭한 보자기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떡을 포장할 때 면보와 행주 등을 사용하기도 해요. 보자기로서 목적이 끝난 이후의 새로운 쓰임을 생각해보는 거죠. 다른 용도로 사용되던 소재가 새로운 쓰임을 얻어서 버려지지 않고 순환한다는 면에서 보자기만 한 친환경적인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수강생들에게도 보자기가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는지 설명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Q. 보자기 포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화로움과 어울림을 가장 중시하고 있어요. 보자기는 선물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전시나 작품으로서가 아닌, 제품이나 선물을 포장하는 용도의 보자기로서의 쓰임을 더욱 중요시하며 디자인작업을 합니다. 상품과의 조화가 잘되는 소재인지, 선물을 받는 분과 어울리는지도 중요해요. 또, 포장법은 적당한지 전반적인 것을 고려해 보자기를 제작하고, 포장을 완성합니다.

Q. 어떤 분들이 보자기 포장을 좋아하나요?

보자기 포장을 선물하면, 남녀노소 매우 좋아하세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포장을 풀어보기 전에 한참이나 선물을 이리저리 둘러보곤 “이 예쁜 것을 어떻게 풀러요?”라고 한마디씩 하죠. 어린 친구들, 연세가 있는 분들도 좋아하는데 특유의 유연성 때문 같아요. 어떤 형태의 포장도 가능해서 묶기, 접기, 꼬기, 감기, 땋아주기 등 다양한 포장 기법으로 여러 모양의 포장을 할 수 있거든요. 고가의 식기류부터 가벼운 디저트까지 보자기를 만나면 모두 예뻐져요. 성격 좋은 친구 같죠? 선물에 따라 받으시는 분에 따라 소재에 따라서 무한 변화가 가능한 유연함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별것 아닌 작은 물건들이 보자기를 만나면 특별해지네요.

Q. 보자기 포장 클래스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결혼 준비를 하며 친정어머니와 딸이 함께 오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번은 예단보자기를 고르고 포장법을 상의하다가 서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저도 함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었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모녀의 모습이에요.

Q. 보자기 포장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보자기 포장 수업을 하고 나면 많은 수강생분이 보자기 책이 있었으면 했어요. 저 역시 한국에서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일본의 책을 참고하기도 했는데, 작년 초쯤 출판사의 의뢰를 받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클래스를 시작하고 2년쯤 되었을 때 출판의뢰가 있어서 계약까지 했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서 계약 해지를 했거든요. 이제 7년쯤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선물 포장을 진행해보니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포인트인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글과 사진으로 설명이 가능해졌어요.

Q. 책에서 중요하게 다룬 점은 무엇인가요?

보자기 포장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과정 사진만 봐도 어떻게 포장하는지 알 수 있게 과정을 자세히 안내했어요. 사진이 많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복되는 과정은 피하고 일부 매듭은 일러스트를 넣어서 쉽게 포장법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이미 배우신 분들은 다양한 소재와 여러 가지 보자기 스타일을 통해 새로운 작업물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에요. 같은 포장법이어도 소재에 따라서 보이는 게 많이 달라지니까요. 책에는 열두 달 시즌 이벤트에 맞춘 포장법 제안과 인생의 대소사에 맞춘 선물 아이템에 따라 포장법이 안내되어 있어요. 손수 만든 디저트, 수제 청, 송편과 같은 음식부터, 모빌, 비누 같은 소소한 선물까지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보자기와 함께할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Q. 가장 뜻깊었던 협업이 있다면?

작년에 DDP 작가님들과 DDP의 공간을 꾸미는 작업을  함께 했어요. 섬유, 도자기, 지승공예 등 각 분야의 공예 작품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보자기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와 포장까지 여러 면에서 생각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패키지 제작과 디스플레이 부분을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은 계기가 되었어요.

Q. 앞으로 목표는?

포장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목적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최근 보자기는 아름다움에 치우쳐 있어서 조금 더 쓰임에 집중한 보자기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최근에 유기를 포장한 적이 있는데 형태를 살짝 바꾸니 포장도 되고 티 매트로 사용도 가능했어요. 소재와 형태를 달리해 보자기가 패키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요. 또, 과일과 꽃, 도자기 등 더 다양한 선물을 포장할 수 있는 분야의 클래스를 확대해보려고 합니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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