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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차미’ 배우 이아진 “발전은 두려움이 아닌 재미있는 경험 만든다”오는 7월 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

우리는 늘 편견과 평가 속에 스크래치를 주고받지만, 사람에게 치유된다. 그래서 여러 말보다 행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귀하다. 한 사람이 깨달은 작은 신념이 한 공간에 모여 큰 가치로 퍼졌을 때 그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뮤지컬 ‘차미’에 출연 중인 배우 이아진은 자신의 꿈인 행복을 위해 부딪히고 깨지며 둥글게 깎이고 있다. 자신보다 어린 배우 지망생들에겐 성장의 목표물이 되고 지구 저편엔 줄넘기를 좋아하는 소녀가 꿈을 키우고 있으며 그녀를 좋아하는 이들은 서로를 닮기 위해 오늘도 배우 이아진의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본다. “내 시간을 들여서 상처받고 깨지고 부딪혀서 얻은 것으로 인식하려고 해요.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거죠.” 좋은 뜻을 품은 이의 영향을 받는 것. 이것이야말로 SNS에 중독된 세상에서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우리가 공유할 진정한 자존감 아닌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와 한껏 처진 어깨는 ‘차미호’를 대표하지만,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해내면서도 연애까지 성공하는 그의 내면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자기 자신만 몰라서 그렇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금수저 친구까지 있는 인생에서 부족한 것이라곤 자존감뿐. 핸드폰이 깨지면서 새로운 나, ‘차미’가 등장하는 판타지하고 황당한 설정에서 시대의 화두인 자존감이 등장한다. 배우 이아진은 단단해진 내면을 무기로 극장을 찾아온 제2의 차미호들에게 외친다. “내 인생 망치더라도 내가 망치는 거니까 내가 해볼 거야. 내가 좋지 않지만 좋아하도록 해볼꺼야”라고. one step! two step! 나아갈 배우 이아진의 공간을 궁금해해도 좋다.

Q. 뮤지컬 ‘차미’는 ‘키다리 아저씨’ 이후 두 번째로 극을 이끄는 배역이다. 이제 중간 정도 해냈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부분과 변한 점이 있을까?

서로를 믿고 공연하는 단계다. 초반에는 약속된 것이 많아서 잘할 수 있을지 벌벌 떨었다면 지금은 여유가 생기니까 눈을 보게 된다. 내 것보다 상대방의 것을 들어주는 시간이 많아졌다. ‘차미’는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 순간에 집중하는 힘이 강해졌다. 배우들이 대처했던 방법을 듣기만 해도 ‘우리가 이제 믿고 받아주고 들어주는구나’라고 느낀다. 믿고 의지하니 사이가 끈끈해졌다.

Q. 창작 뮤지컬을 작업하면서 자유롭게 캐릭터를 만들어 봤는데?

유주혜 배우가 기본 틀을 잡아놨던 인물이라 자문을 구했다. 극 중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하는 장면이 많아서 나도 웃기고 싶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지켜야 했다. 간간히 재미있는 한마디를 찾아서 한다. 소위 말하는 주접 멘트다. 보러오는 관객도 ‘오늘을 무슨 멘트를 할까?’ 생각하는 것 같다. 같이 공연하는 그날 페어도 ‘오늘은 뭐 할 거야?’라고 묻는다. 무대 감독님도 제가 퇴장하면 바로 반응해준다. 원래 똑같은 멘트를 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은 숙제가 생겼다. 두세 개 하려던 것이 여섯 개까지 되니 이제 진짜 한계다. (웃음)

Q. 연출과 작가 등에게 어떤 조언을 얻었나?

박소영 연출님은 ‘차미’와 ‘미호’는 너무 다른 인물로 보이지만 미호 욕망에서 나왔으니 뿌리는 같다고 했다. 초반에는 둘이 너무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안 보이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을 중점에 뒀다. 지금은 믿고 맡겨주시는 게 느껴진다.

Q.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힌 극인데 참여해보니 실감이 됐나?

저도 트라이아웃 공연을 재미있게 봐서 기대작으로 꼽은 사람이다. 첫 공연부터 실감하고 안도했다. 요즘은 직접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하니까 편지를 받게 되는데 부딪히고 깨져가며 자기 색을 찾아가는 미호를 보면서 위로를 얻었다고 표현해줘서 힘을 얻는다. 재미와 감동, 곱씹어볼 수 있는 부분을 관객이 잘 알아줘서 즐거운 원동력이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

Q. ‘차미’ 오디션에 고민했던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면?

‘차미’는 한없이 진지하거나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극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이 앞섰다. 오디션 당시 지정곡의 난이도가 높아서 소화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 이미지는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역량으로 해낼 수 있을까. 퇴장이 거의 없어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중심을 잃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과 부담, 두려움이 컸다.

Q. 합격했을 때 어땠나?

얼떨떨했다. ‘안테모사’를 보러 가서 앉아있는데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테모사’도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라 더 남달랐다. 점점 여자 배우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 늘고 있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다. 당시만 해도 두려움이 크지만 ‘잘 해내 보자’라는 의지가 불탔다.

Q. 나만의 ‘차미’의 장점이 있다면?

극 중 스물 여섯 살인데 가장 근접한 나이다. 그리고 상대역이 하는 말에 대한 반응이 크다. 제가 원래 반응이 큰 편이고 미호도 자기 소리를 내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실어주는 것에 능한 인물이라고 느껴서 리액션을 열심히 하게 된다. 소심한 인물이어도 편한 사람에게는 무장해제 되어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Q. 무대에서 혼자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인상 깊었는데 어떤 기분이었나?

무대에 등장하기 직전이 제일 떨린다. 처음에 회전문으로 등장하는데 너무 떨려서 뒤에서 심호흡을 계속했다. 무대에서 조명 때문에 관객이 잘 안 보이지만, 반응을 받으면서 마음이 풀리게 된다. 공연 시작 30분 전에 목 사탕을 먹는 데 컨디션이 좋아도 사탕을 먹어야 안정이 된다.

Q. 미호는 왜 밝은 내면을 겉으로 펼치지 못했을까?

내향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요? 저도 소심한 면이 있는데 정말 친한 친구나 가족이랑 있을 때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미호는 SNS에서만큼은 ‘차미’라는 인물 뒤에 숨어 활동한다. 미호가 설정한 인물은 당당하고 화려한데 자신은 자존감이 낮고, 위축되어있다. 그런 차이에서 생기는 모습이 현대인과 닮아있다. 제 주변에도 SNS를 보면 본래 성격과 다른 사람들이 있더라. 카톡에는 ‘ㅋㅋㅋ’를 쓰고 있지만 무표정이다. 나에 대한 것은 자신이 없고 SNS에서는 용감해지는 것 같다. 차미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지만, 결국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서 미호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Q. 왜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지 생각해봤나?

미호가 뱉는 첫 가사가 “사실은 보정했지만, 길이도 늘였지만”이다. 외적으로 빼어난 게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실수투성이에 취업도 안 되는 게 미호의 현실이다. 네모난 세상 속 나를 봐달라고 나를 보고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원하는 이유는 현실 속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만 집중하고 좋은 점을 찾지 못해서 고대가 “내가 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알아?”라고 할 때도 인정하지 못한다.

Q.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남을 통해 인정받는 것뿐일까?

차미와 미호가 ‘이해 못 해’라는 넘버를 부른다. 미호도 내 인생이니까 의지는 생기지만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는 거다. 고대와 ‘스크래치’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내 색을 찾는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미호는 전부터 차미 대신 나로서 살아보고 싶다고 계속 말한다. “내 인생 망치더라도 내가 망치는 거니까 내가 해볼 거야. 내가 좋지 않지만 좋아하도록 해볼 거야”라며 싹을 틔운다. 그래도 위축되었을 때 용기를 준 것은 고대다. 미호에게 있어서 고대는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친한 친구 누구라도 가능했다.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만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한순간에 미호의 모든 것이 바뀐 게 아니라 너를 믿는다고 강력한 힘을 실어준 것이 쌓여가는 과정이 더 보이길 바란다. 외부적인 요인도 변화를 줬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잡는 내부적인 성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Q. 평소 대리만족을 느끼는 주제가 있나?

랜선 이모다. 귀여운 아기들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키운 느낌이 든다. 대리만족의 최고는 먹방이 아닐까. 자기 전에 배고픈데 먹기에는 늦었고 다양한 메뉴 중 먹고 싶은 메뉴를 찾아본다. 상상 못 한 스킬을 보면 다음에 꼭 그렇게 먹기를 다짐한다. 전날 본 메뉴를 다음 날 저녁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먹는 것에 대한 행복을 놓칠 수 없다.

Q. 영화나 드라마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은데, 본인이 연출해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SNS는 어렵지 않게 받아드리는 소재다. 우리가 표현하는 코믹한 부분이 매체를 만나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제가 연출을 한다면 핸드폰을 뚫고 ‘차미’가 나오는 CG가 있을 것 같다. 또,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차미가 미호에게 ‘네 안에 항상 있을게’라는 말을 하고 끌어안으면 암전 후 라이트인이 되면서 미호가 혼자 남아 에필로그 노래를 부르는데 매체를 만나면 차미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고 혼자남은 미호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싶다. 무대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날아갈 수 없잖나. (웃음)

Q. 배우들끼리 서로에게 부러워하는 점을 이야기해본 적 있나?

남녀불문하고 서경수 오빠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재밌고 노래 잘하고 몸 잘 쓰는 탤런트를 부러워했다. 서경수 오빠도 사람의 장점을 잘 봐준다. 훈훈하게 칭찬하는 분위기인데 부끄러워서 다들 초점 안 맞는 눈으로 칭찬만 하고 바쁘게 사라진다. 낯간지럽지만 서로를 아끼는 것이 느껴졌다.

Q. 칭찬하는 것은 낯부끄러워하는데 받는 것은 잘하는 배우가 있었나?

한 명도 없더라. 그런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 (웃음) 서로가 칭찬받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기에 칭찬할 때 초점 없이 말하고 사라지는 거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부끄러웠다.

Q. 배우를 꿈꾸는 분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저도 몰랐는데 입시를 준비하거나 이제 막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제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되어있더라. 정선아, 옥주현, 차지연 등 대선배들이 그들에게 최종 목표인 존재라면 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룰 수 있는 단계인가보다. (웃음) 예고를 다녔고 학생 역을 많이 해서 그들이 공부하는 참고자료에 제가 많이 나왔다. 저라는 존재를 학생들이 알고 있고 퇴근길에서 꿈이 배우라는 분도 많이 만났다. 영광이고 감사하다. 상상 못 했다.

Q. 이아진이 부러워하는 이상향은 뭘까?

카리스마 있는 배우가 부럽다. 멋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제가 맡았던 역은 귀엽고 순수하고 어리거나 사랑스러운 역이 많았는데 (웃음) 가죽옷을 입어야 할 것 같고 스모키 화장하고 말로 기선 제압할 수 있는 멋진 역을 소화하는 분들이 멋있다. 너무 하고 싶다. 뮤지컬 ‘리지’를 보면 시대적인 옷을 입다가 가죽옷과 망사스타킹으로 갈아입고 핸드마이크를 잡고 록을 부른다. 영상만 봐도 너무 멋있고 이런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언니들 멋있다!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여배우의 멋있는 역은 아직은 한정적인데 도전하는 분들이 멋있다. 젠더프리가 많아지고 있어서 더 다양한 역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기쁘고 언젠가 도전해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많은 도전과 시도가 생기는 이 시기에 제가 도전하기 충분한 나이대의 배우라는 것이 감사하다.

Q. 자신의 모습에서 가장 좋아하는 점이 있다면?

둥글둥글한 성격이다. 외적으로도 그런데(웃음) 좋은 게 좋은 거고 안 좋은 것에 상처가 되면 되는대로 놔두면 털어지고 맛있는 걸 먹으면 금방 풀릴 때도 있다. 한번 시원하게 울면 말끔해지기도 하고 쌓아두는 스타일이 아니라 병을 키우지 않는다. 울적함이나 우울감이 왔을 때 방치되면 작은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대면하면 작은 것이 이유일 때가 많다. 내가 지쳤으면 나 자신에게 쉬는 시간을 선물하면 된다. 게임이나 LP 음반, 맛있는 음식 등 해소할 수 있는 구간, 통로를 만들려고 했다. 내가 우울하면 스스로 ‘게임 할래? 음악 들을까?’라고 묻는다. 미호처럼 필름 카메라 찍는 걸 좋아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할 때 일기로 다 털어내면 시원하다.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은 문제가 커지기 전에 소화할 수 있는 둥글둥글한 성격이 좋다. SNS는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남기지는 않는다. 마땅히 털어놓을 사람은 생각나지 않고 위로의 손길이 필요한 행위여서 이해 못 하거나 싫어하지 않지만, 제 안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성격이다.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자 노력한다.

Q. 활동명을 이아진으로 정했다. 뜻이 ‘참된 아름다움’인데 본인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뭘까?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대화한다. 일면식이 없는 사람도 누군가의 평가로 좌지우지된다. 사람뿐 아니라 어떤 영화가 재미없다고 들으면 안 보게 되고 맛없는 식당이라고 안 가야 할 것 같다. 저는 겪어보기 전까지는 공감을 안 하는 편이다. 사람도 제가 만나봤을 때는 좋은 면모가 많을 수 있다. 타인의 평가에 편견으로 휘둘리면 제 주관이 없어진다. 맛없다고 알려진 음식도 내가 먹었을 때는 맛있을 수도 있고 정말 맛이 없더라도 ‘나도 맛없네’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의 시선보다는 내가 겪어보고 내 시간을 들여서 상처받고 깨지고 부딪혀서 얻은 것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제가 편견을 갖게 되는 순간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많이 생기더라. 반대로 일면식도 없는 나를 누군가 편견으로 대할 때도 있었다. 겁 많고, 도전하거나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는데 나에게 남들과 다른 견해가 생기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Q. 예고를 다녔고 아버지는 배우다. 살아오면서 꽤 편견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가?

타인에게 판단을 당했던 경우는 “어릴 때부터 활동했고 아버지도 배우인데 당연히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들었다. 잘하면 당연히 잘하겠지, 못하면 왜 못해라고 한다. 잘해봤자 100점이 없다. 못 하면 큰일 나고 무조건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다그쳐서 상처받으니 행복하지 않더라. 꿈이 행복이라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를 시작했다. 행복을 선택했는데 왜 나를 망가트리면서까지 하지? 나도 발전하려고 공부하는 중인데 그들의 손가락질이 중요한가? 라고 인정한 뒤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졌다. 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못하는 것은 시도조차 안 하게 된다. 아버지도 제가 그늘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아신다. 근데 저에게 티 내지 않으셨다. 지금도 공과 사가 확실해서 관여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관계는 아니다. 제 강박과 마음 앓이를 다 아셨겠지만, 그 과정 또한 제가 성장하는 것임을 알고 믿고 맡겨주신 것이 지금의 성격 형성에 작용한 것 같다. 공연도 몰래 보러 오신다. 예전에는 아버지와 한 무대에 서면 편견이 생길까 두려웠다. 아버지에게 장난으로 “지금은 이정열 딸 이아진, 언젠가 이아진의 아빠 이정열이 될 거다”라고 했다. 근데 그런 일이 진짜 일어나고 있다. 이제 좀 더 배우의 자질을 다지고 도전하고 발전하다 보면 아버지와 만나는 것이 두려움이 아닌 재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도 아버지 공연과 제 공연을 오래 보셔서 같은 무대에 있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고 하더라. 언젠가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

Q. 어릴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가까이에서 접해왔는데 직업적으로 배우란 무엇인가 깊게 생각해본 적 있나?

배우는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다. 보이고 드러나는 직업이다. 선배들을 만나도 계속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생각하더라. 사람에 대해서도 배우고 말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고 무대에 서 있는 것도 배워야 하는데 안주하는 순간 무너진다. 다들 신체 훈련은 기본이고 여행에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책을 읽으면서 고민한다. 몸과 마음이 부지런해야 하는 직업이다. 안주하지 않고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새로 합류한 이무현과의 호흡은 어떤가?

오빠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짧은 기간 내에 연습해서 저희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배역을 맡아 무대에 처음 서는 것인데 얼마나 원했던 순간이겠나. 대기할 때도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더라. 무사히 마쳤고 ‘차미’의 완벽한 식구가 되었으니 끝까지 잘 해냈으면 좋겠다. 공연하면서 중간에 연습 스케줄을 만들어서 만났고 무대에서도 함께 연습했다.

Q. 현실에서는 (김고대/오진혁) 두 남자 중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나?

무조건 고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누가 안 좋아할 수 있겠나. 외모를 중시하고 어디서든 사진 찍어 줘야 하고 SNS를 활발히 하는 오진혁은 안 맞는다. 극 중 차미와도 보여주기식 인증샷을 찍는다. 저는 진중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고대와 성향이 맞는다. 고대 역을 맡은 배우들이 고대의 면모가 있다. 세 명의 배우가 만들어낸 고대의 성격이 다른데 배우 본체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서경수는 ‘차미’를 다시 하면 고대를 하고 싶다며 연습실에서 고대의 노래를 부르곤 한다. 강영석도 ‘스크래치’만 시작하면 좋아하고 경청한다. 문성일은 ‘차미’를 잘할 수 있다고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동감한다. 톡톡 튀는 캐릭터다. 이무현은 진혁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하지만 회차가 거듭되다 보면 다른 역을 슬쩍 보게 될 거다. (웃음)

Q. 이아진은 SNS 어떤 콘텐츠에 관심이 있나?

진짜 재밌는 걸 좋아한다.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 요즘엔 옛날 영상을 다시 보는 것이 유행이다. 비의 깡, 전국노래자랑에 진화라는 아이가 있는데 15년 전 영상이다. 진화가 작년에 수능을 봤다더라. 댓글이 너무 웃기고 창의성이 있다.

Q. 자존감과 좋은 영향을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저는 감사함을 잘 표현한다. 쑥스러울 수 있는데 고맙다는 말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면모가 누군가에게 고마울 수도 있구나라고 깨닫는다고 하더라. 서로에게 상처를 줄 확률이 낮아진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처음 공개하는 건데 해외 아동 정기후원을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줄 몰랐을 때 떡볶이 좀 참고 아이스크림 참으면 누군가는 학교 다닐 수 있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데 줄넘기를 좋아하는 아크테르 루마와 매년 주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후원이 처음 몇 달은 고민될 수 있지만, 사진을 보면 너무 잘 크고 있더라.

코로나 기부는 길거리에 마스크를 버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때였다. 환경미화원분들이 치울 때도 불안할 거다. 기부하면서 마스크에 관한 기사를 캡처해서 올리고 잘 이겨내자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저를 좋아해 주는 팬분들이 팬 사이트 이름으로 기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런 행동이 돌아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힘든 시기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힘을 보탠 것인데 또 다른 힘이 더해졌다. 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명석한 두뇌를 가져서 빨리 백신을 개발하고 싶다. 이 사태를 멈추고 싶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를 너무 하고 싶다. 평화를 지향한다.

Q.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제 꿈이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연기하고 노래하는 게 행복이다. 전혀 다른 직업에서 더 행복을 느낀다면 도전할 거다. 아직은 더한 행복을 못 만났다. 이 마음가짐으로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역할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고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전미도 배우처럼 되고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무대와 매체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배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조언이나 오디션 합격 노하우가 있다면?

제가 감히 조심스럽고 부끄럽지만 나 자신을 많이 알아야 한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만들고 되고 싶어 하면 모순인 것 같다. 나와 소통하고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순간의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도 자책할 필요 없다. 배우라는 직업은 멀리 봐야 하는 것 같다. 계속 기다려야 하고 이번에 하나 됐다고 다음에도 무조건 뭔가가 있는 게 아니더라.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저도 엄청 많이 떨어지고 있는데 자책하면 누가 할 수 있겠나. 지금 활발히 공연하고 있는 배우들을 오디션장에서 많이 만난다. 그 사람들도 무조건 작품에 뽑히는 게 아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찾아오지만, 경주마처럼 다그치면 온 기회도 놓치는 것 같다. 마음을 내려놓고 길게 보면 기회가 보인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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