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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 손숙 “성의껏 만든 좋은 작품, 원캐스트로 보여줄 것”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두 노장의 명연기를 같은 호흡으로 볼 수 있는 네 번째 기회다. 배우 신구와 손숙은 2013년 초연부터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했다. 연극계 거장인 신구와 손숙은 이번 공연에도 단일 캐스팅을 고집하며 무대에서 인생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1월 30일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나선 두 배우는 기초예술을 위한 미래와 연극인으로서의 반성 등 연극계를 향한 고질적인 시각을 재정비하고자 했다.

<다른 예술, 연극>

tvN ‘꽃보다 할배’, ‘니들이 게 맛을 알어?’ 등으로 전 연령층의 사랑받는 배우 신구는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했다. 이후 72년 드라마 ‘허생전’을 시작으로 영화, 뮤지컬까지 두루 섭렵하고 2000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 큰 인기를 누렸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오히려 무대에 오르는 것이 화제가 되었지만, 그의 연기의 기초에는 연극이 존재했다. 그는 “연극은 시간을 할당해야 하는데 방송과 병행하기 어려웠다. 늙으니 매체에서 쓸모가 없는지 불러주지 않아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연극을 할 수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연극은 관객과 배우 사이에 기계가 껴있지 않다. 내가 하는 호흡이 바로 교류가 된다. 그 맛,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다. 기록이 안되고 사라지니 아쉬운 점이 또 생각나고 부활하려고 노력한다.”라며 연극의 매력을 전했다.

방탄노년단 멤버라는 신구와 손숙은 연극 무대에 자주 얼굴을 내비치며 중장년층 관객을 대학로에 이끌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에 손숙은 “연극이 어렵다고 해도 관객은 늘어났다. 제 지론은 좋은 작품에는 관객이 온다는 것이다. 어떻게 만드냐가 문제다. 휙휙 만든 극은 재미로 볼 수 있어도 진정한 연극 팬은 안 온다. 요즘에는 예술위원회 지원을 못 받으면 작품을 안 하더라. 제작비가 없으니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두 배우는 현역임을 강조하며 요즘 연극계를 진단했다. 신구는 “젊은 연극인이 마음으로는 연극만 하면서 생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나라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연극에서 제법 표현하는 배우는 매체에서 뽑아간다. 연극 종사자들의 판은 늘 허기진다. 연극만 하고 살 수 있게 도와준다면 연극이 풍부해질 것 같다.”라고 전했다.

1963년 데뷔한 배우 손숙은 연극 ‘셜리 발렌타인’ ‘엄마를 부탁해’ ‘신의 아그네스’ 등에 출연하며 1986년 대한민국연극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고 지금껏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뷰티 인사이드’, ‘나인룸’, ‘아스달 연대기’까지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만난 바 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는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홍매 역을 맡았다. 손숙은 “요즘 연극 풍토가 좀 이상해졌다. 지금은 진정한 연극이라고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러한 평은 티켓판매를 위한 과도한 출연진과 기초예술을 위한 복지 부재에 기안한다. 그는 “더블 캐스팅을 넘어 네 명이 같은 역을 하기도 한다.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연습실에서 만나지도 못하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원캐스트는 당연한 것”이라며 “무용이나 국악은 인간문화재로 대접을 받지만, 연극은 아무것도 없다. 나이 들면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기 쉽다. 연극을 하는 젊은 배우들의 미래를 위해 국립극단에 종신단원제를 만들자고 했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실정을 알렸다.

<노장이 알아가는 이별과 찾아온 또 다른 감정>

죽음은 누구나 불편할 수 있다.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작품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자기 생활이 바쁜 자식,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야기하며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캐릭터와 비슷한 연배를 연기하는 배우의 마음도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손숙은 “곧 닥칠 일이다. 요즘 웰다잉에 꽂혀있다.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관객도 작품을 보면 죽음에 대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요즘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가 화두다. 아이는 안 태어나고 노인은 안 죽는다.”라며 품격있는 죽음에 대해 소망했다.

신구는 “몸 건강이 제일이다. 건강을 위해 나름대로 이리저리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유지한다. 술 마시기 위해 운동한다.”라고 밝혀 좌중을 웃게 했다. 이에 손숙은 “신구 선생님은 매일 약주를 하는데 운동을 많이 한다. 나만 보면 운동하라더라. 옛날 같지 않게 앉았다 일어나면 ‘아이고’ 소리가 나온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네 번째 무대에 오르면서 새롭게 들어오는 대사나 장면도 있다. 신구는 “내가 지녔던 물건도 비켜 놨다가 다시 지니면 새롭게 보이고 느끼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며 연기 열정을 보였다.

손숙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편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현실적이다. 자식은 아버지를 완벽하게 이해 못 한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 착잡하다. 대사 중에 ‘그리 잘난 척하더니 왜 이렇게 됐냐’고 화를 낸다. 전 시즌에서 아버지가 아프다는데 다음 달에 온다는 큰아들에게 섭섭해 작은아들을 쥐잡듯이 잡았다. 큰아들을 혼내려는 마음과 절절함, 복합적인 감정들을 놓친 것 같다. 작가가 자기 아버지 임종을 보고 쓴 실화라서 굉장히 실감이 난다. 대사도 일상 대사여서 하나만 놓치면 산으로 갈 수 있다. ‘야, 아이고’ 등 집중 안 하면 놓치게 되는 대사다. 섬세한 작품이다.”

<좋은 배우, 좋은 연기, 좋은 작품>

연극계가 어렵다고 해도 연기에 대한 갈증은 무대로 향한다. 손숙은 “호흡이나 눈빛만 봐도 서로 신뢰가 있다. 무대에서 상대에게 그런 것이 중요하다. 무대에서 불안하지 않고 편안한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구의 연극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존경스럽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대본을 가장 먼저 외운다는 신구는 “움직일 때 대본을 보면 연출이 요구하는 동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대본은 미리 받으니 준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서 있기만 해도 이야기가 전달되는 연기. 1999년 제35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배우 신구는 연기에 대해 “캐릭터와 일체가 되면 안 되고 한 겹의 사이가 있어야 한다.”라며 “배우가 캐릭터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완전히 미치면 안 된다. 이성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이를 최소한 줄일 수 있는 것이 좋은 배우”라며 연기 지론을 펼쳤다. 더불어 마음에 와닿는 대사는 “살려줄 방법이 없냐”라는 대사를 꼽았다. “사람 욕심이 본능적으로 살고 싶다. 애절하게 아들을 붙잡는다.”고 전했다. 이에 손숙은 “아버지 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있는데 자세히 보면 절대 가만히 안 누워있다. 손을 움직이거나 환자의 어떤 것을 계속 표현하고 있다.”라며 섬세한 연기를 봐줄 것을 강조했다.

손숙은 한정된 캐릭터로 소비되는 전형성을 피해 가는 비결에 대해 “옛날부터 섹시하지 않은 배우라는 말이 상처였다. 사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줄리엣’을 해보고 싶지만, 이제는 지나간 꿈이다. 비교적 좋은 역할을 많이 했고 이제는 무대에 오랫동안 설 수 있으면 대사가 없어도 좋다. 무대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하고 재밌을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사랑과 갈증이 늘 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신구는 “젊었을 때 햄릿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닿았고 내 모양새가 햄릿과 못 맞춘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신구는 “안 보면 지 손해지”라며 너털웃음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이다. 이 작품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살냄새 나는 작품이다’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6회 차범석 희곡상을 받은 작품이다. 출연진은 배우 신구와 손숙, 최명경, 조달환, 서은경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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