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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유준상&연출 왕용범 ‘영웅본색’ 뮤지컬만의 세계관 만든 것

한국뮤지컬 배우와 작품이 세계로 뻗을 기세다. 최근 창작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작품이 만들어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의 창작진을 모셔가기도 하고 한 편에서는 원아시아마켓 형성을 개척하고 있다. 이는 누군가의 꿈이었으며 숙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 것을 지키고 탄생시키는 이들의 공로는 위대한 역사가 될 것이다. 2009년 뮤지컬 ‘삼총사’부터 ‘잭더리퍼’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다섯 편을 창작으로 함께한 배우 유준상과 연출 왕용범. ‘창작하는 것’과 ‘출연하는 것’에 대한 신념과 존중으로 뭉친 이들의 관계에서 한국뮤지컬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Q. 영웅본색 영화를 뮤지컬로 구상한 시기, 왜 영웅본색이었나?

연출 왕용범: 저는 젊을 때 꿈꾼 것을 이뤄나가는 행복한 연출가다. ‘프랑켄슈타인’ 할 때 ‘뮤지컬 되겠어?’ 했는데 잘돼서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공했고 일본에 대극장 최초로 수출한 작품이고 지금도 공연되고 있다. 전회 전석 매진되고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더라. ‘벤허’도 그랬는데 너무 잘됐고 ‘영웅본색’도 영화를 뮤지컬로? 라는 말이 있었는데 궁극적으로 결국 뮤지컬 되는구나, 이런 맛이 있구나, 영화에서 보지 못한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뮤지컬을 보려고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은 걱정했다더라. 지금 보면 템포도 느리고 많이 오마주 돼서 오리지널이 아류처럼 보인다고. 영화와 분명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영화의 1, 2편을 가지고 뮤지컬로 조화롭게 했기 때문에 뮤지컬 ‘영웅본색’만의 세계관이 있다.

Q. 남자들의 우정, 배신, 용서가 전통적인 가치인데 지금 세대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연출: 요즘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겠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을 위해 밥을 사는 게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더치페이 세대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작품을 보고 ‘엇, 저렇게 사네? 저런 것에 목숨 걸고 저런 것 때문에 눈물이 나네?’ 오히려 신선한 것이다. 기존세대에게는 익숙한 것, 잊혀가는 것에 대한 향수로 인한 만족감이라면 요즘 세대는 뉴트로적인 부분에 있어서 신선함을 느끼는 것. LP판을 보는 것 같지 않고 CD 이상의 음질을 듣는 것 같을 수 있다는데 최신기술과 접목되다보니 오히려 단점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 신선한 소재가 될 수 있다.

Q. 영웅본색은 과거의 추억인데 LED 표현의 방법에서 선택적 어려움은 없었나?

연출: 홍콩을 ‘빛의 도시’로 작품 콘셉트를 잡을 때 별이나 발광 되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보통 뮤지컬 장면은 20개에서 많게는 40개를 소화하는데 이번 극은 107개다.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지만, 영화 못지않은 템포나 장면 적인 풍성함을 줘야겠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시도는 낯선 것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관객이 표현하길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더라. 무대에 대한 편견 없이 보면 재미있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겠다. ‘벤허’에서 전차 8마리에 투자가 많이 됐다. 카이스트 출신의 기술, 생명공학 하는 분들과 만들었는데 그 부분이 화제가 됐지만, 배우에 대한 투자가 더 크다. ‘영웅본색’은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연기해준 캐릭터들이라 그분들 이상으로 연기할 배우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 중심이 유준상이다. 매회 절절한 연기를 하고 있다. 가장 볼거리는 LED가 아닌 배우의 연기다. 오랜만에 보는 현대극에서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에 대해 드라마틱한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Q. 화질이 뛰어나던데 특별하게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연출: 배우랑 영상이 붙기 때문에 실사 같은 이미지가 아니면 연기할 때 이질감이 생긴다. 영상을 쓸 때 입체적으로 보이기 위해 다층으로 배칭했다. 배우가 연기할 때 홍콩 어느 곳에서 존재하는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영화 촬영하듯 현장에서 배우가 연기할 수 있도록 실제 같고 다양한 장면을 구사했다.

창작뮤지컬이 한국에서만 공연되면 제작비를 최대한 아끼는 방법으로도 제작되는데 이 작품은 전 세계 마니아 시장을 겨냥한 것. 이런 투자가 가능한 것도 전 세계로 나가는 것이기에 역사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 중국본토에서는 원작사가 매우 만족해서 중국본토 투자를 끌어내고 있다. 한국영화는 어벤저스, 마블, 디즈니와 싸우듯 뮤지컬도 경쟁작이 전 세계에서 몇십 년 동안 노하우를 가진 훌륭한 콘텐츠 ‘오페라의 유령’ 등이다. 창작 뮤지컬도 경쟁에서 부족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객의 관심과 응원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도 일본에서 지금 앵콜되고 있는데 ‘데스노트’보다 더 많은 횟수를 공연하고 전석 전회 매진되는 신뢰가 생겨서 일본에서도 많이 오고 급기야 라스베이거스에서까지 온다. 라스베이거스가 전 세계 관광객이 오기에 A급 뮤지컬을 공연한다. 지금 ‘영웅본색’을 안 보면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봐야 한다.

Q. 구현하려고 했던 부분 중 안된 부분이 있나?

연출: 계산을 많이 하고 무대화시키는데 1,000개 LED도 이슈지만 라이브 무대의 목표는 배우의 연기다. 배우가 그 상황 안에서 믿고 연기하고 진실한 감정이 전해질까. 매회 유준상이 눈물을 흘리면서 진실한 연기를 한다. 배우가 느끼고 있다는 것은 곧 관객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가장 고민한 것은 이 작품이 배우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였고 성공했기에 관객에게도 그러한 감동이 전해질 수 있는 것 같다.

Q. 방송에서 뮤지컬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유준상: 창작 뮤지컬은 어떻게든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특히 ‘영웅본색’은 1,000개의 LED를 통한 장면전환이 영화처럼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보시면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Q. 유명한 캐릭터인데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었나?

유준상: 대본을 보고 함축적인 것을 어떻게 연기로 풀지 고민했고 연출님이 도움을 줬다. 창작이기 때문에 한 달 반 전에 런을 돌아야 해서 하루에 1, 2막 동선을 정해줬다. 영화 같은 뮤지컬이기 때문에 한 장면이라도 놓치면 공백이 생기는 순간 흐름이 깨진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1초까지도 연출이 배우 동선을 계속 잡아냈다. 마지막 일주일은 끊임없이 몇 초 싸움으로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총 쏘는 것 등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썼다. 무대에서 영화를 만드는 경험은 저도 처음이었다. 영화 한 편을 실제 배우들이 나와 연기하는 걸 보는 거다. 얼마 전 총 불꽃이 많이 안 나가서 교환했다. 지하에서 총알을 만들고 화약조절을 한다. 불발 없이 진짜 총이구나 느껴지게 효과음 등이 실제처럼 되고 있다. 배우들이 끊임없이 교대로 연습하면 할수록 재밌고 더 많이 찾아가게 된다.

Q. 영화는 주윤발, 장국영의 시그니처 장면이 있다. 뮤지컬은 유준상 배우가 기억이 남는데 어떤 의도로 설계했나?

유준상: 친구와 관계, 동생과 관계가 빠르게 이해되어야 끝까지 볼 수 있는데 대사가 많지 않다. 처음에 나와서 보여주는 모습들, 동생과 친구와 만나는 과정,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과정까지만 넘어가면 이야기는 끝까지 잘 간다. 순간에 엄청난 집중을 해서 지금 내가 현재 이 상황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함께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홍콩에서 보스로 살고 있다. 3년 뒤 감옥 갔다 왔더니 친구는 발목을 못 쓰고 동생은 날 잡으러 다니고 아빠는 돌아가시고 등이 단순하고 뻔한 스토리일 수 있는데 요즘 관객은 푹 빠져서 보더라.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는 거다. 진짜처럼 해야 된다고 지금도 배우끼리 연습한다. 창작의 묘미고 끊임없이 찾아가고 연습하고 발견하는 것이 아주 재밌다.

연출: 유준상은 방송에서는 ‘국민 남편’인데 무대에서는 ‘액션배우’다. 중세 칼, 격투기까지 다양한 액션을 했는데 급기야 쌍권총이 나왔다. 그만큼 저에게는 박력 있고 에너지 넘치는 액션 뮤지컬 배우다.

Q. 관객층에 대한 걱정은 안 됐나?

유준상: 진짜 걱정됐다. 영화처럼 이야기가 흘러가고 관객은 숨죽이고 보더라. 우리가 진짜 열심히 하는데 반응이 없으니까 배우는 흔들릴 수 있다. 집중해서 2막까지 가면 커튼콜 맛집이라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열광을 해준다. 우리가 지금 열심히 했고 잘하고 있구나라고 생각된다. 남자들의 이야기라 걱정했는데 오히려 여자 관객도 좋아해 주더라. 팬들도 19회를 다 보러오신 분들이 많이 있을 정도다. 그분들이 보면 볼수록 재밌다더라. 저는 하면 할수록 재밌다. 모든 회차를 보면서 뭐 하나만 틀려도 다 아시는데 끊임없이 재밌다고 해주니까 확신이 든다. 제가 아무리 공중파 방송에 나가서 외쳐도 창작 뮤지컬은 힘들다. 이번에 특히 더 외치는데 공연을 보러오면 후회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무대에 임하고 있다. 배우들도 작품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처음 연습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면 장소가 바뀐다고 다른 장소라고만 알고 등 퇴장을 했다. 막상 리허설 때 객석에서 보는데 배우들이 다 “와~ 어떡하죠”라며 너무 좋아하더라. 저도 장면이 바뀌면서 실제 영화처럼 장면이 움직이니까 ‘화면이 꺼지면 우리는 끝이야, 하지만 모든 연기를 동원해야 돼’라고 할 정도로 혼연일체가 되었다. 앞으로도 창작 뮤지컬을 끊임없이 하겠지만 또 하나의 벽을 넘는 작품이다.

Q. 공연이 속도감과 퀵 체인지가 많은데 혼선되는 어려움도 있었나?

연출: 자걸 역 배우가 다음 장면에 나와야 하는데 옷을 갈아입어서 못 나온 적이 있다.

유준상: 자걸은 너무 많은 체인지가 있다. 순간 장면이 바뀌면 다른 곳이라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면 안 된다. 처음에는 8마디, 6마디, 4마디, 이제는 들어가면 바로 나오게 의상 체인지에 5명이 붙어서 ‘후루룩 착’하면 4마디 안에 옷을 다 갈아입는다. (웃음) 무대 뒤는 공간이 작아서 많은 크루가 퍼즐 맞춘 듯 세트를 산더미처럼 쌓아놨다. 뒤 현장은 빠르게 엄청 많은 사람이 소리 안 나게 움직인다. 무대 위는 평온하게 해야 한다. 한 장면이라도 실수하면 끊길 수 있어서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대에서 앙상블은 안무, 배우는 총연습해보고 총도 바꿔서 불꽃이 진짜 총처럼 나가는 것처럼 해야 된다.

연출: 탄피에 화약량이 장면마다 다르다. 정서가 전달될 수 있도록 분노가 크면 불꽃도 크게 나온다.

유준상: 제가 자걸을 쏠 때는 불꽃이 ‘팍’ 나가고 총마다 디테일하게 한다. 계속 화약이 든 총을 바꾼다. 반납하고 다른 총을 가지고 한다. 연습하면서 마지막까지 힘들고 놀라웠던 건 총격신에서 1초를 줄이려고 수십 번을 넘게 연습했다. 레디, 액션, 컷을 총 맞고 쓰러지는 합을 맞추고 초 수를 줄이려고 세밀하게 해놨다. 그런 것들이 창작이기에 더 높이 평가해주고 싶고 자부심을 느끼고 이 악물고 하고 있다.

Q. 작품에 시그니처 장면들이 있다. 너무 유명한 장면을 재연하는 것이?

유준상: 주윤발이라면 부담됐을 텐데 마크라 부담이 없는 것이다. 연출님이 너무 잘 만들어줬고 마크와 관계 우정 등을 잘 매치해줬다. 첨언하자면 ‘잭더리퍼’ 회전부대가 돌면서 잭의 휘파람 소리가 나오고 자전거 타는 장면이 있다. 이번에도 총쏘기 전에 ‘침묵이 끝나면 알게 되겠지. 그 누가 살아서 웃을지(휘파람)’이 나오는 것을 똑같이 넣었다. 또, 공중전화에서 자전거가 지나가는데 ‘잭더리퍼’부터 이야기했던 그것의 연장선이다. 당시 연출님이 오우삼 감독 영화 ‘영웅본색’ 오마주라고 하면서 언젠가 ‘영웅본색’ 작품을 만들 거라고 10년 전에 얘기했었다. 엄청나다. 단순히 한 작품 만나서 이제 ‘영웅본색’ 만들었어요, 라는 게 아니라 10년 전에 ‘잭더리퍼’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고 ‘삼총사’를 하면서 언젠가 ‘프랑켄슈타인’ 할 거니 준비하세요라고 했었다. 또, 몇 년 뒤 ‘벤허’ 할 거니 몸 좀 만들라고 하더라. 그 약속을 다 지키고 있고 실제로 저는 듣는 사람이다. 그만큼 연출의 머릿속에는 다 기억되어있고 구현하는 것이다. 연출님과 동시대에 사는 것이 행복하고 건강 잘 지켜서 오래 무대에 서고 싶다.

Q.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열정과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나?

유준상: 뮤지컬은 동국대 다닐 때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다 말렸다. 그때는 연극 중심이었다.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던 시대였다. 다 말리는 상황에서 시작했기에 놓을 수가 없다. 제가 2000년 초반에 ‘더플레이’라는 작품을 할 때 연출님이 저를 보고 ‘삼총사’에 캐스팅했다. 왕용범 연출님과 지금까지 창작으로만 다섯 작품을 했다. 창작은 한편도 힘든데 계속 작품을 함께하니까 놓칠 수가 없다. 드라마와 영화는 제가 연기자니까 계속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무대 에너지가 결국 영화, 드라마에서 같이 낼 수 있는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맞나? 눈이 침침하다.

연출: ‘잭더리퍼’ 신문 보는 장면에서 예전에 하지 않던 연기를 하더라. 신문을 멀리 놓고 보더라. (웃음) 12년 전인데 똑같다. 힘든 게 뭐야, 지치는 게 뭐야 유행어를 만들었다. 박건형 등이 에너자이저 후계자다.

유준상: ‘프랑켄슈타인’은 일본에서 오리지널 배우라고 소개받고 관객이 기립박수를 줬다. 공연무대에서 소개받는 것이 너무 뿌듯했다. 90년 초에 일본에서 뮤지컬을 너무 대단하게 봤고 우리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부터 항상 고민이었다. 어느새 ‘프랑켄슈타인’까지 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 매년 뉴욕에서 공연을 보는데 요즘엔 작은 이야기를 너무 잘 만들더라. 우리 이야기가 거기 가더라도 손색없고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어느 나라에 가든 주목받을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 배우들은 외국에서 얼마든지 BTS 이상으로 뮤지컬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세대가 될 것이다.

Q.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인생 캐릭터라고 하던데?

연출: 평상시 배우와 닮은 것 같다. 제가 신작을 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한다. 이유가 무대에서 작품과 노래, 세트도 중요하지만 결국 배우의 에너지가 중요하다. 관객은 얼마만큼 정성이 담긴 배우의 에너지를 보느냐인데 요즘 사실 무대 정신이 많이 희미해졌다. 연예인들처럼 휩쓸리는데 유준상은 무대에서 뼈를 갈아야 된다는 어쩌면 고지식한 정성을 들인다. 후배들이 싫어하는 배우다. 큰형님이 대본을 빨리 외우니까. 그러한 것들이 신뢰가 되어서 유준상 배우가 하는 공연의 배우들은 큰 에너지를 내고 화합이 좋다. 무대를 사랑하는 만큼 모든 사람과 대화하고 챙겨준다. 상업화되는 무대에 본(本)이 되고 기둥이 되는 배우다.

Q. 작품 만들 때 주요배역에 배우를 지정하고 구상했나?

연출: 유준상 배우는 워낙 이번 작품에 싱크로율이 거의 100%다. 배우와 오래된 작업을 통해서 좋은 점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금방 질린다. 계속 새로운 면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난번과 연기가 똑같으면 제가 제일 잘 알지 않나. 매력을 새롭게 말해주고 배우도 저에 대해 또 다른 기대로 채찍질하는 사이가 된다.

Q. 자호라는 캐릭터는?

유준상: 친구, 동생과의 관계에서 본인이 어쩔 수 없이 잃어가는 것, 지켜야 하는 것, 삶의 방향이 마지막에 죄를 뉘우치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많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연출님 작품은 ‘넌 신의 존재를 믿냐’는 대사가 나온다. 신의 존재 앞에 무기력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영웅본색’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에서도 보여주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야기에서도 인물을 통해 구현해주고 있다. 어떨 때는 철학적으로 꽂힐 때가 있다. 저는 지금도 공연일지를 쓰는데 끊임없는 채찍질을 하고 있다. 매회 공연하면서 작은 단서를 찾아낼 때만큼 기쁠 때가 없다. 가사 의미가 훅 전달될 때 바로 글을 쓴다. ‘다음 공연에서 어떻게 해야 돼’라는 것, 찾아낸 기쁨이 매 순간 다르게 생긴다. 연출님이 매 공연을 통해 커다란 숙제를 준다.

연출: 누군가를 위해 수고한다는 것. 저 친구가 연기를 잘하게 하기 위해 내가 같이 연습해주는 것. 앙상블이 공연하다 보면 늘 배고 고픈데 유준상의 카드를 준다. 넘치고 많아서 주는 게 아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너희가 행복하면 좋아, 돈 이상의 가치를 얻는 것이다. 연예인은 시간이 돈인데 연연하지 않고 시간을 준다. 희생이라는 말로 표현 안 되는 돈 말고 명분에서 움직여지는 모습들 때문에 큰형님으로 일컫는 것 같다. 자호도 내가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도망갈 텐데 돈으로 환산하는 시대를 살면서 자기희생의 부분이 젊은 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물질적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권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명분에 의해 지불되는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 가족 관객이 많은데 그러한 명분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즐기는 것 같다.

Q. 많은 이를 포용하는 원동력은?

유준상: 공연이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모이는 것이고 관객을 위한 사명감이 크다. 공연 전 ‘오늘도 관객과 스텝과 배우가 하나 되는 공연이 될 수 있게 해달라’ 매번 기도한다. 배우는 마지막이다. 셋이 하나 되는 공연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같이 가는 구성원이 한명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같이 화합해서 갈 수 있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 이제 나이 많은 선배가 돼버려서 꼰대가 되면 아무도 저한테 안 온다. 앙상블의 부모님 나이가 저보다 똑같거나 어리다. 아들딸의 상황이다. 안타깝죠. (웃음) 전혀 그렇게 안 보이게 편안하게 인사도 먼저 하면서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Q. 내 인생에 나를 위해 희생해주고 이끌어주는 자호가 있다면?

유준상: 저는 연출님이다. 계속 캐스팅해 준다.

연출: 창작 뮤지컬이 처음 나오는 작품이라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변화도 많고 많은 배우가 사실 잘 안 하려고 한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출연해서 다 차려진 밥상에 빛나면 되는 배우인데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 뮤지컬, 우리 혼이 담긴 작품을 해야 한다고 출연해주는 것이 배우로서 희생이고 투자다. 그러한 애정이 있기에 오늘날 영웅본색이 있는 것이다. 이런 배우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 작품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유준상 배우 팔순 잔치 선물로 예술의 전당에 물을 받아 배 띄워서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만들 것. 30년 후 개막한다. 꼭 와서 그 순간을 봐달라.

Q. 뮤지컬 ‘영웅본색’을 봐야 하는 이유?

연출: 1, 2편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시리즈의 장점을 뮤지컬로 승화했다. 어떤 평론가분이 왕용범이 오우삼이라고 평해줬다. 뮤지컬 자체의 독창성을 인정해주셨다. 뮤지컬 ‘영웅본색’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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