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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블루레인’ 박송권, 이주광 “가치 인정받을 작품”8월 9일부터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이 작품을 논하려면 일단 봐라” 뮤지컬 ‘블루레인’이 배우들의 연기로 ‘볼매’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2018년 DIMF 창작 뮤지컬상에 이어 2019년 DIMF 초청작으로 상연된 이 작품은 화려한 볼거리의 상징인 뮤지컬의 반전을 꾀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프로듀서 최수명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에너지가 꽉 차는 공연이 될 것”이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무대는 신이 내려다보는 어항을 상징하게 됐고 배우들은 여섯 개의 의자와 푸른색 조명 아래에서 팔딱거리며 무엇에도 기대지 못한 채 에너지를 내뿜고 있다.

관객에게는 이만큼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뮤지컬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섭외하고 싶은 배우는 다 모였다’라는 업계의 평도 납득할만하다. 배우들은 익숙함에 변질될 서로의 눈빛까지 감시하며 관객에게 극에 몰입도를 관철하고 있다. 배우 간의 시너지를 극한으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블루레인’에 출연 중인 배우 박송권과 이주광을 만나 작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6주년을 맞이한 소감?

박송권: 데뷔할 때에 비해 지금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16년을 위해 배우로서 잘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아침마다 뒷산에서 ‘야호’를 외친다. 복식호흡을 섞어서 소리를 컨트롤하고 내려온다. 작품마다 살을 빼거나 덩치를 키워야 하는 작업이 필요해서 앞으로도 운동은 기본으로 하려고 한다.

이주광: 어느덧 16주년이다. 계속 활동하는 것에 감사하다. 배우로서 16주년이면 열여섯 살의 인간을 성장시킨 느낌이다. 이제는 미래를 위해 더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배우로서 성인이 되는 나이가 됐을 때 더 깊어지고 멋있어지면 좋겠다. 주 2~3회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집중력과 포용력, 따뜻한 말도 체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끊이지 않고 운동할 계획이다.

Q.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면?

이주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원작을 각색으로 변형시킨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상징적인 요소가 많다. 원작의 거친 면을 포장지로 잘 포장한 느낌이다. 날카롭고 보기 흉할 수 있는 부분을 현대적으로 세공해서 현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처럼 만든 흔적이 느껴질 것이다. 원작에서 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가져왔지만, 뮤지컬은 다른 작품으로 봐주셔도 좋다. 원작과 비교해서 볼 때 장단점을 논하기보다 호기심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보면 좋겠다.

Q. 제목이 왜 ‘블루레인’일까?

박송권: 극 중 헤이든이 어릴 때 어머니에 대한 충격적인 일 때문에 비만 내리면 괴롭고 슬픈 감정이 있다. 다른 캐릭터들도 비에 대한 전사들이 있다. 그것이 제목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비는 위에서 내리고 우리는 비를 피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 않나. 하지만 인간을 어항 속 물고기로 비유했을 때 비가 내려도 아무렇지 않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Q. 대본을 받고 어땠나?

박송권: 대본을 미리 봤는데 첫 번째는 존이라는 인물을 1차원적으로 연기하면 악마 같은 나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연습하면서는 의자 여섯 개뿐이라 막막했고 배우들이 채워야 하는 부분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스트레스받았다. 하지만 추정화 연출과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배우로서 해보지 못한 도전일 거 같아 각오하고 들어왔다. 끝나면 나에게 어떤 것이 남을 것인가 연습 초반부터 고민했다. 이 작품은 도전적이고 들이댈 수 있는 자신감을 줬다. 공격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 같다.

이주광: 테오라는 인물이 주어진 대사가 많지 않다. 중요한 인물인데 표현해야 할 재료가 저한테는 부족했다. 대사 절반이 ‘아니야, 믿어줘’라고 한다. 억울하다는 입장만 있고 정보전달과 중간 역할의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런데도 맛을 잘 내달라고 하셔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됐다. 제가 요리사라면 춘장 없이 짜장 맛이 나게 만들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최대한 건강하게 맛있게 있는 재료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부분은 오랜만에 젊은 역할이라 반가웠다.

아직은 감정적이고 호기심을 끄는 작품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울분을 토할 일이 젊을 때보다 없지 않나. 배우로서 아직은 젊고 싶고 다이나믹한 영역을 깊게 표현하고 싶다. 표현하는 자만이 느끼는 희열이 있다. 다 쏟아낸 뒤 기립박수만큼 기쁜 것도 없다. 그 맛에 제가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Q. 무대가 없어서 당황스럽지 않았나?

박송권: 연습 때는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아무것도 없는데 기댈 곳은 앉거나 위에 올라가는 것밖에 없어서 힘들었다. 연기할 때 충분하게 채워지지 않으면 도구에 의존하게 된다. 어느 정도 채워지고 스스로 캐릭터에 믿음이 생기고 무대에서 테스트를 받고 나니 조명만 있는 것이 편안했다. 오롯이 플로어에서 제가 바닥을 물걸레로 닦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이주광: 연출님과 감독, 안무가와 작품을 해봐서 기댈 곳이 없는 것에 익숙하다. 연출님은 배우가 다 해내길 바란다. 장점은 처음부터 퇴장까지 모든 행동이 도구를 잡고 있듯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하게 된다. 관객은 작품이 배우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배우는 해내는 것에 익숙해진다. ‘루드윅’은 퇴장이 없었는데 이번에 김주호 배우가 ‘퇴장하니까 편하지?’라고 묻기도 했다. 행복하다.

Q. 원작을 겪은 김주호 배우와 더블인데, 부담은 없나?

박송권: 김주호 배우는 정보나 내면이 더 많다. 연습실에서 형은 그의 스타일대로 거침없이 해나갔고 저는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부담됐다. ‘형보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없었다.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말자라는 배우로서 놓으면 안 되는 욕심을 가졌다. 형이 저걸 왜 하는지 생각하고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했다. 그 시대의 인물이 나라면 어떻게 하면 될지 고민했다. 한 번에 표현하면 굳어질까 봐 조금씩 공간을 계속 밀어냈다. 연출님은 좀 더 보여 달라고 욕심은 내셨고 주문사항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고민을 많이 하니까 오히려 무대에서 단순해지더라. 저는 처음에 광기가 부족했다. 제가 어디까지 눈이 돌아갈 수 있는지 실험을 해봤다. 집에서도 제가 아닌 것처럼 말하고 표정을 바꾸면서 어제보다 오늘 더 어디까지 광기를 표출할 수 있을지 찾고 있다.

이주광: 같이 상대하는 입장에서 김주호 배우는 광기와 일그러지는 느낌을 선호하더라. 그를 보면 15년 만에 찾아간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면서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송권은 ‘정정하다’라는 느낌이 들어 섬뜩하다. 마음속으로 수백 번 죽였을 인간이고 이제는 힘이 없겠거니 했는데 당당하게 다가온다. 그 모습이 섹시하면서도 더 무서운 상대가 된 느낌이다.

Q. 테오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이주광: 대사 절반이 ‘아니야, 믿어줘’인데 관객에게 진짜 범인이 아니게 보여야 하는 건지 긴가민가하게 보여야 하는 건지. 애매하게 연기하면 제가 힘들고 관객에게 거슬리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제 선택은 죽어도 아니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또, 사건의 발달이 제가 헤이든을 사랑해서 도와주려 다 보니 생기는 상황인데 헤이든과 두 장면밖에 안 만난다. 둘은 많이 지친 관계지만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되는 거라고 짧게라도 보여줘야 한다. 재료가 부족하긴 한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제가 기타를 못 치는데 마이크를 연결하니까 ‘띵똥땡동’만 쳐봐도 선명하게 잘 들리더라. 불안해서 계속 연습했다. 이창희는 ‘원스’에서 실제 연주를 했고 기타도 세계에서 한 대밖에 없는 모델이다. 저는 회사에서 준 연습용 기타다. 소리 자체가 다르더라. 역시 돈에 장사 없다. 작품에서도 그놈의 돈 때문에 가족들이 서로 죽였네, 안 죽였네 한다. 앞으로 계속 배워서 기타 잘 치는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한다.

Q. 작품에 대해 달라진 감상?

이주광: 전에는 창작이라서 공연 올리는 이전까지 설계했다면 반 남은 지점에서는 인물 간의 밀도가 생겼고 지루할 틈 없이 채워나가는 게임으로 즐긴다.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관객 반응을 보면 등을 떼고 관람하는 게 보인다. 콘서트 끝났을 때처럼 환소성과 기립박수를 쳐주는 반응에 의아했다가 나중에는 고생을 인정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송권: 공연 올렸을 때는 정신도 없고 계속 빠르게 진행되다가 익숙함에서 오른 루즈함과 상대방의 공간이 생긴다. 초반에는 모르지만 익숙해지면서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변질될 수 있다. 밀도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의 싸움이다.

Q. 딤프에서 상 받은 작품이다. 작품보다 배우 보는 맛이라는 평도 있는데?

이주광: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이 많아졌다. 어떤 프로듀서는 좋은 배우가 ‘블루레인’에 전부 모여 있다고 공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더라. (웃음) 초연에 큰 평을 받기는 힘들 수 있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면서 같이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박송권: 열 명 중 세 명은 이런 장르를 싫어해서 작품에 노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분명히 연출님과 배우 등 모든 사람이 수정, 보완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본과 스토리가 안 좋다면 배우가 아무리 맛있게 표현해도 배우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재연에는 분명히 필터링을 거쳐 더 좋은 평가를 얻을 것이다. 그런 가치도 없는 작품은 아니다. 더 커질 수 있는 작품이다.

Q.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박송권: 인물들이 어떻게 작품을 끌고 가는지 봐 달라. 보시고 직접 본인이 판단해주면 좋겠다. 무대 세트도 없고 원작이 있으니까 볼 수 있는 건 배우밖에 없을 수 있다. 전체적인 큰 틀이 있지만, 무대에 처음 등장한 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부딪히며 끝을 향해 달려서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이주광: ‘볼매’다. 볼수록 매력 있다. 이 작품을 논하려면 일단 봐라. 보면 작품에 대해 호불호를 계속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이 확실하다.

Q. 생각나는 대사 한 줄?

박송권: ‘내가 신이야? 난 그냥 날 위해 살아갈 뿐이야’라는 대사가 캐릭터로서 강하게 와 닿았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산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모습이 악하거나 선하게 보일 수 있다. 작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야, 내 생각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나빠? 그게 죄야?’라고 한다. 단순할 수 있는 대사가 저를 잡아주고 있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선(善)과 악(惡)의 경계'라는 묵직한 주제를 친부 살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배우 이창희와 이주광, 임병근, 박유덕, 김주호, 박송권, 김려원, 최미소, 한지연, 한유란, 임강성, 조환지가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블루레인’은 8월 9일부터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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