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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김소향, 극한의 아름다움 속 강인함 꺼낼 것

사랑스럽고 귀여우며 우아한 ‘최고의 여자’. 그 누구도 먼저 시선을 보낼 수 없지만 바라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 배우 김소향이 시대를 넘은 최고의 화려함 속 비운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를 입었다. 그는 왕비에 걸맞은 우아한 걸음걸이를 위해 책을 머리 위에 얹고 걷거나 온통 자수로 수 놓인 궁전의 벽 사진을 보며 프랑스 왕비를 그려보지만, 관객이 진짜 봐야 할 부분은 마그리드와의 대립을 통한 진짜 정의에 대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작품들은 기존 여성 캐릭터에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부여함으로써 변화한 시대를 주입했다. 김소향도 밝고 사랑스러운 인상에만 치우치지 않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에 힘을 실어 왔다. 이번 재연은 김소향으로 인해 혁명과 정의, 운명이 더욱 견고하게 보일 거라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엄마의 강인함까지 더해 자신만의 마리앙투아네트를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그는 “예술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서사를 강조하는 극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극이 생기고 그에 맞는 캐릭터를 맡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새로운 시각을 갈망했다.

김소향이 연기하는 마리앙투아네트는 공주로 태어나 정치적 희생양으로 프랑스 왕비 자리까지 오른 뒤 대중의 미움을 받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여인이다. 수 세기가 지나 그녀에 대한 재조명으로 일말의 억울함을 풀었다지만 아직도 그녀는 프랑스의 화려함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자’로 불린다. 초연 때 프랑스 궁정의 화려함과 아름다운 것에만 현혹되었다면 이번 재연은 각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춰도 좋다.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떤가?

화기애애한데 런스루 때는 굉장히 진지하다. 공연 날이 가까워지니까 배우들이 쏟는 에너지도 있고 보는 사람도 집중해서 보니 엄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난도 많이 친다.

Q. 전작 막공 후 심리상태는?

너무 허무하다. 작품 할 때 애정을 많이 쏟는다. 끝나고 집에 오면 일단 사진과 영상을 보며 보내주는 준비를 한다. 가끔 너무 좋아했던 배우들과 나눈 카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기도 한다. ‘엑스칼리버’는 소중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무리하면 안 된다고 깨달은 작품이기도 했다. 캐스팅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프랭크 작곡가와 여러 작품을 했지만 제게 팝적인 소리가 부족할 거라 짐작하고 캐스팅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첫 공 때 미안하다고 잘못 생각했다고 하더라.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와 친구도 되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저하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와 스태프들도 제가 맡은 역 중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엑스칼리버’의 그리움을 치유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마리가 끝나고 작품 없으면 우울해서 죽을 수도 있다.

Q. 캐스팅 비하인드가 있나?

저 마그리드 할 뻔했다. 하지만 변화의 기회가 필요했고 더 많은걸 보여주고 싶었다. 마그리드로 되는 분위기였는데 회사 분들과 상의해서 오디션을 다시 봤다.

Q. 어떤 점이 마리를 연기하기 적합하다고 하나?

진짜 모르겠다. 저도 궁금하다. 연습하면서 단계를 잘 가고 있는 건지 몰라도 넌 그냥 마리라고 얘기해주신다. 음악도 제가 부르기에 잘 맞고 워낙 드라마틱한 비극을 좋아한다. 여성 주인공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준다.

Q. 캐릭터를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제가 그동안 총총거리며 걷거나 귀여운 척(?) 말하고 날것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이 작품은 고품격 사랑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패션쇼 장면에서는 대놓고 사랑스러워도 되는데 그조차 저는 지적을 받았다. 보석 한 번도 못 본 애가 본 거처럼 눈이 너무 좋아한다고 하더라. (웃음)

Q. 역사적으로 비판받는 인물인데 새롭게 회자하는 부분은?

마리앙투아네트는 공주로 태어나서 어려운 것을 모르고 본의 아니게 무지하게 자랐다. ‘엑스칼리버’에서는 도토리 주우러 뛰어다니는 다람쥐 같다는 평을 들었는데 왕비는 걸음걸이부터 한순간에 바꿔야 할게 많더라. 이런 것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실제로 마리도 땅을 밟지 않게 보이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왕비답지 않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지금은 너무 왕비 같으니까 그만하라더라. 2막에서는 엄마로서의 강인함이 나온다. 저는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으니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배우로서 모든 직접 경험이 산물이 되지 않는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도 있고 여러 경험자에게 이야기도 듣고 있다. 아이에 대한 애착과 강인함은 생각보다 걱정되지 않아서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Q.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캐릭터 분석?

많은 이야기가 있고 책이 있어서 비주얼적인 것은 영화에서 참고했다. 연출님이 추천해준 책에서 마리는 그냥 한낱 공주가 아니라 사람 사귀는데 능하고 성깔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말을 섞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 강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라는 심리 묘사가 잘 되어있더라. 실제로 프랑스의 재정 상태도 다른 왕비들에 비해 적게 썼고 배고프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많은 모략에 시달린 가여운 왕비였다. 그렇지만 잘못한 게 없다고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Q. 마지막 장면에 대해

정확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거리에서 생활한 마그리드가 알고 보니 마리와 자매였다면 엇갈린 운명 때문에 얼마나 희생을 하고 다른 삶을 살았겠는가. 인생의 굉장히 처절하고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다 평등하고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많이 보여준다. 누구를 위한 혁명이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것인지에 관해 생각하려고 이 극이 만들어진 것 같다.

Q. 여인으로서 마리를 바라본다면?

프랑스가 미국전쟁을 도우면서 국고가 바닥이 나고 전쟁에 휩싸이면서 막판에 기로에 서서 몰매를 맞은 비운의 여성이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것도 타이밍이지 않나. 이 여인은 평범함을 꿈꿨지만, 정치적 이유로 엄마에게 휘둘렸다. 남편과 아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큰소리 내지 않았던 어른스러운 여자다. 15살 나이에 시집갔는데도 성숙했고 질타와 몰매를 받아드렸던 멋진 여성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헌신적인 엄마였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마음이 짠하다. 제가 처음에는 ‘엄마 역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연습하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울분이 터지고 눈물이 펑펑 나올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프랑스의 역사가 우리와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극을 보면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보인다.

Q. 의상도 화려한데 체인지가 힘들지 않나

지난 2009년에 ‘드림걸즈’를 한 이후로 그 어떤 것도 힘들지 않다. 의상이 21벌, 가발은 15개가 넘었다. 무대 뒤에서 벗다시피 갈아입었다. 이번에는 무거운 의상을 우아하게 입어야 하는 것이 어렵다. 또 무대가 경사여서 드레스 입고 힐을 신고 넘어지지 않게 걸어야 하는 것이 힘들다. ‘아이고’ 소리가 나오고 다리가 저려서 잠을 못 자기도 한다.

Q. 초연과 달라진 부분?

초연에는 마그리드와 마리가 대립하는 노래가 사랑받았더라. 마그리드의 넘버 ‘더는참지않아’ 노래로 둘의 대립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새로운 노래로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심리묘사다. 초연에 못 보여준 심리상태를 고민해서 재해석했다. 마리와 페르젠도 그냥 불륜이 아닌 정신적 연결 상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관객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을 많이 했다. 민중들의 캐릭터도 정당성을 다 넣어서 기대된다.

Q. 김소현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나?

엄청 많이 배운다. 마리 장인이다. 워낙 공주 같아서 말투나 말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연출님이 김소현은 공주같이 예쁘고 저는 왕비 같은 면이 잘 보인다고 한다. 서로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저는 약간 귀여움이 있는데 여기서는 사랑스러운 차분함이 필요하다. (웃음)

Q. 나만의 강점은?

한국 연출님이 저의 강점을 많이 끄집어내 주신다. 2막에서 감정이 고조될 때 진짜 싸우는 것처럼 시원하게 많이 터트리려고 노력한다. 왕비로서 무대 위에서 누구한테도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강점 같다. 키는 작지만, 꼿꼿이 올려다볼 수 있다.

Q.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이번 페르젠은 혈기왕성한 청년들이다. 초연에서 도겸과 택운도 있었지만, 엄기준, 류정한, 카이 등 대선배들과 함께였다.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또래다. 형이 있으면 좋은 점을 본받겠지만 자기네들끼리 넘치는 젊은 혈기가 엄청 귀엽고 연습실이 활기가 돈다. 로버트 연출도 남자들 때문에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고 한다. 아기들 같이 각자 돌아다니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면 엄청 남자 같다. 민현도 처음인데 아이돌 활동했던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의젓하다.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하다. 눈을 피하지 않고 담대하다. 눈빛을 보면 느껴져서 기대된다. 다들 철부지 상남자들이다. ‘아름답다’는 대사도 너무 상남자스럽게 말해서 연출님이 부드럽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Q. 마그리드와의 호흡은?

장은아는 털털하고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이 있다. 남동생같이 성격이 좋아서 분위기가 좋다. 연지는 처음 노래를 듣고 반했다. 목소리가 너무 매력 있다. 못 들어 본 목소리다. 호소력이 있어서 뒤에서도 배우끼리 칭찬한다. 연지는 은아의 연기나 노련함을 배우더라. 워낙에 가수 출신 배우들의 태도와 자세가 예쁘다. 너무 열심히 한다.

Q. 체력관리는?

이걸 하려고 태어난 것 같다. 땀, 눈물, 콧물이 나도 안 힘들다. 집에 가면 발가락도 안 움직이지만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만큼 공연장에서 많이 뛰고 무용, 요가를 계속한다. 몸 풀 때 배우들이 언니처럼 오래 연기하려면 운동해야겠다고 한다.

Q. 관점 포인트?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강인한 여자를 보여드릴 예정이다. 제가 생각하고 연기하는 마리를 기대해도 좋다. 김소향에게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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