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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송상은 ③뮤지컬 배우 송상은과 사람 송상은, 마지막 이야기


(이 기사는 11월 7일 자 게재된 ‘뮤지컬은 곧 놀이,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배우 송상은② 에 이어지는 인터뷰 후반부입니다.)

배우 송상은의 사람들

송상은이 뮤지컬에 발을 들인지도 어느덧 3년에 접어들었다. 쉬지 않고 일해 온 그녀가 함께한 뮤지컬 배우는 수없이 많다.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하다 보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더욱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하는 배우라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더 크다. 송상은은 영향을 받은 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멋쩍어했다.

“함께한 배우 모두 나에게 영향을 끼쳤다. 뮤지컬을 하다 보면 롤모델이 생긴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 선배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흥은 남다르다. 같이 무대에 올랐던 배우 중에서 꼽으라면 전미도 선배님과 방진의 선배님이다. 두 사람은 나와 함께 작품을 했었다. 먼저 방진의 선배님은 정말 뮤지컬 교과서 같은 사람이다. 처음 방진의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정말 놀랐다. 노래나 연기가 큰 기복 없이 기본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기복이 없이 연기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방진의 선배님의 무대를 보고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이유를 깨달았다. 전미도 선배님은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는 배우다. 여배우가 가진 힘을 가장 잘 표출한다. 전미도 선배님 역시 어린 이미지부터 출발해 자연스럽게 어른 이미지를 구축했다. 나도 어린 이미지로 출발했기 때문에 전미도 배우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보고 배우는 것 같다.”

송상은은 친화력이 뛰어난 배우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어색하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송상은의 대답에서는 친한 배우 이름이 연이어 등장한다. 친한 동료는 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송상은은 가장 친한 동료 배우로 문성일 배우를 꼽았다.

“문성일 배우는 2011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함께한 배우다. 문성일 배우와는 어젯밤에도 통화했다. 서로 하소연하면서 친해진 친구다. 이성보단 동성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데뷔를 함께해서 그런 것 같다.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어떤 순간엔 친구같이 느껴지다가 동생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엄마 같기도 배우다. 의지가 많이 된다. 지금 함께 활동하고 있는 타우린 멤버들도 정말 친하다. 같이 연습하고 녹음하다 보니 더 돈독해졌다. 뮤지컬 배우들이라 공통분모가 많다.”

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이미 친한 사람도 있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여러 가지 갈래로 나뉜다. 송상은은 이건명 배우를 친해지고 싶은 배우로 꼽았다. 그녀에게 있어 이건명 배우는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이건명 선배님은 제가 신인상을 받던 날 처음 본 배우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날 이건명 선배님은 남우조연상을 탔다. 시상식이 끝나면 항상 뒤풀이가 마련된다. 나는 막 데뷔한 신인이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신이 나야할 뒤풀이가 어색하고 불편하더라. 혼자 구석에서 가만히 서 있는데 이건명 선배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어떻게 보면 작은 친절인데 나에게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날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하다. 나중에 뮤지컬을 꼭 같이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날들’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건명 선배님을 아직도 팬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가까워지고 싶다.”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배우에게 있어 팬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연기에 열광하고 매번 공연장을 찾아주는 일은 배우에게 큰 축복이자 선물이다. 송상은 역시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녀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느냐는 질문에 환한 미소로 답했다.

“데뷔 때부터 나를 좋아해 준 팬이 있다. 막 데뷔했던 터라 누군가가 내 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정말 고마웠다. 그분이 나에게 선물한 액자가 있다. 그 액자에는 내가 연기했던 인물로 만든 캐릭터가 담겨있다. 가장 감동적인 선물이었다. 그분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게 해줬다. 요즘은 장기간 작품을 쉬는 바람에 못 뵙고 있다. 팬 중에서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를 지켜봐준 분이다. 지금은 팬이 좀 늘었지만, 데뷔 당시에는 팬이 거의 없었다. 그분은 나에게 있어 1호 팬이나 다름없다. 가장 많이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팬이다.

배우가 아닌 사람 ‘송상은’

송상은에게서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밝은 기운을 내뿜었다. 91년생인 송상은은 아직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무대 밖에서 만난 그녀는 여느 여대생과 다르지 않은 풋풋한 모습이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진지한 질문으로 긴장해있는 송상은에게 좋아하는 음식에 관해 묻자 환한 얼굴로 ‘딸기 케이크’라고 답했다. 영락없는 여대생의 입맛이었다.

“제 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딸기 케이크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딸기 케이크를 보고만 있어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나 계기는 없다. 원래 딸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서 밥을 굶으면 생활이 안 된다. 공연이나 연습이 있을 때도 밥은 제때 챙겨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20대는 한참 사랑에 빠질 나이다. 혹자는 지나가는 이성만 봐도 눈이 돌아가는 나이라고도 한다. 송상은 역시 사랑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연애에 관한 질문에 울상인 얼굴로 대답을 이어갔다. 송상은은 바쁜 시간을 쪼개 연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다소 안타까운 답변이었다.

“이상형은 즐거운 남자다. 웃기거나 코믹한 사람이 아니다. 같이 있으면 재미없는 일도 즐겁고 따뜻한 사람이 이상형이다. 함께 있으면 나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유독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 말까지 통한다면 금상첨화다. 외모는 솔직히 보는 편이다. 아예 안 본다는 것은 속 보이는 거짓말 같다. 그렇다고 외모만 보고 사귀지는 않는다. 아까 말했듯이 함께하면 즐거워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송상은의 톡톡 튀는 매력만큼 취미도 톡톡 튄다. 그녀의 취미는 맥주와 함께 드라마 감상하기다.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한 대답이었다. 송상은은 드라마 매니아답게 다양한 작품을 줄줄 꿰고 있었다. 거창하지 않은 취미에서 그녀의 소탈함이 묻어나왔다.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드라마 역시 가장 좋아하는 장르다. 집에서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를 본다. 좋아하는 드라마가 한둘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tvN ‘나인’을 정말 재밌게 봤다. 반전에 반전이 더해져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더라. SBS ‘괜찮아 사랑이야’도 매시간 챙겨본 드라마다. 드라마 속 배우들은 대단한 것 같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드라마 출연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굳이 찾아다니면서 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뮤지컬 배우로서 만족하지 못한다.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 꼭 도전하고 싶은 분야다.”

 

뮤지컬 배우 ‘송상은’ 이야기

음악은 뮤지컬 배우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배우는 연기를 업으로 삼는다. 뮤지컬 배우는 음악도 사랑하고 연기도 사랑해야 한다. 송상은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음악을 많이 접했다. 송상은의 음악사랑은 특이한 질문을 낳았다.

“누군가 ‘말을 안 할래. 노래를 안 할래’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고민했었던 경험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아마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 경우는 좀 달랐다. 노래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나는 노래로 말을 하면 되니까 노래를 택하자’라고 결론지었다. 노래는 말도 대신할 수 있다. 그만큼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말은 포기해도 음악은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음악을 너무도 사랑한 송상은은 뮤지컬 배우로 발돋움했다. 가수와 뮤지컬 배우는 엄연히 다른 분야다. 가수는 노래를 부르며 퍼포먼스를 펼치지만, 뮤지컬 배우는 다르다. 무대 위에 서는 순간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로 보여야 한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와 춤, 연기를 동시에 선보여야 하는 만큼 부담감이 크다. 송상은은 뮤지컬 배우는 부담감을 이기고 무대 위에서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즐거움은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나는 무대 위에서 즐기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다른 배우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중요한 부분이다.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오르면서 내가 지켜야겠다고 다짐한 부분 중 하나다. 관객은 뮤지컬을 즐기러 온다. 뮤지컬의 즐거움은 배우에게서 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대본이 좋아도 배우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관객들이 느끼는 바가 적다. 마찬가지로 내가 무대에서 즐기지 못한다면 관객도 즐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항상 즐기자’가 가장 큰 목표다. 나도 종종 즐기지 못할 때가 있다. 역할에 혼자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매일 공연장에 나간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는 없다. 유난히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관객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관객들의 박수가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한다. 즐기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엔 없다.”

송상은은 무대에서 즐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한다. 자신만의 연습 규칙 역시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이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은 자신에게 생채기를 내는 꼴이다. 스스로를 들여다볼 줄 아는 시간은 한계를 극복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녀 역시 자신을 혹사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상을 지키면서 공연에 임하는 것이 송상은식 연습 방법이다.

“연습은 연습실에서만 하는 편이다. 나만의 시간을 공연에 모두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장도 덜 받는 편이다. 데뷔 후 맡은 작품이 주로 힘든 작품이었다. 캐릭터 자체가 상처받고 어두웠었다. 장기간동안 어두운 캐릭터에 얽매이면 진짜 ‘나’도 조금씩 바뀌더라. 웬만하면 캐릭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품은 작품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분명하다. 작품과 현실에 경계를 두지 않으면 배우가 지치고 힘들 것 같다. 연기를 하다 보면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때도 문제에만 목매지 않으려고 한다. 부여잡지 않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에 대한 해답이 생각난다. 그때 연습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습실에 갔다가 연습이 끝나면 노는 스타일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려다 보니 캐릭터에서도 금방 빠져나오는 편이다.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웃음)”

뮤지컬 배우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변화무쌍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고유의 이미지는 풀기 어려운 숙제와 다름없다. 주로 어린 역할을 맡아온 송상은 역시 ‘소녀’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송상은은 지금 나름의 성장기를 거치고 있다. 고유의 모습을 탈피하라는 주변의 걱정이 때로는 엄청난 압박이 된다. 그녀 역시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목소리가 어른보다는 소녀에 가깝다. 목소리 때문인지 어린 역할을 많이 맡았다. 처음에는 엄청난 고민이었다. 혹시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버릴까 봐 조마조마하더라. 지금은 그냥 받아 들였다. 소녀 목소리를 가진 배우가 많지 않다. 작은 체구도 그렇고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을 준다고 생각한다. 굳이 노력해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지 않다. 주변 분들이 오히려 더 걱정해주신다. 아직까진 담담하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맞는 옷을 입고 싶다.”

송상은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믿고 보는 배우’라고 힘차게 대답했다. 당찬 20대다운 대답이었다.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다’라고 말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배우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관객들이 오로지 배우만 보고 공연장을 찾는 것은 곧 배우의 안목과 연기와 호흡을 믿는다는 얘기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지금 반 정도 걸어온 것 같다. 앞으로 열심히 무대에 올라서 ‘믿고 보는 배우’로 다시 만나고 싶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백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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