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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도, 관객의 여백 되길 ” 연극 ‘홍도’ 배우 예지원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구리아트홀에서 공연

화류비련극 ‘홍도’는 ‘홍도’를 중심으로 기구한 운명에 놓인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홍도’는 하나뿐인 오빠를 위해 기생의 길을 택한다. 기생은 당시 가장 천하다고 여겨진 직업이다. 어쩔 수 없이 택한 직업은 ‘홍도’의 사랑에도 걸림돌이 된다. ‘홍도’는 자신을 아껴주는 ‘광호’와 사랑에 빠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질 위기에 놓인다. 작품은 극적으로 결혼에 성공한 ‘홍도’가 예상치 못한 계략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예지원은 꽃을 떠올리게 했다. 꽃은 화려하지만 때가 되면 고개를 숙인다. 예지원은 배우라는 화려한 수식어에도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대답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선 ‘홍도’의 모습이 겹쳤다. ‘홍도’는 희생하는 삶 속에서도 사랑으로 인해 강인해진다. 예지원도 그렇다. 그는 지친 기색 속에서도 단단한 내공으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2시간은 짧지 않다.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에겐 더더욱 그렇다. 프레스 리허설로 인해 지쳐있을 그의 열변이 ‘홍도’에 대한 애착을 가늠케 했다. 연기가 즐거움이라는 예지원과 ‘홍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 중 눈물을 많이 흘렸다. 공연 중 힘들지 않았나

이번 작품에서는 눈물을 최대한 참아야한다. 눈물을 참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홍도’의 삶은 정말 기구하다. ‘홍도’란 인물은 우리 어머니 세대의 역사이자 삶이다. 어머니들은 ‘홍도’처럼 모진 삶을 살아왔다. 대사 중에 ‘모진 목숨이라 죽지도 못하고’라는 말이 있다. 참아야만 하는 ‘홍도’와 어머니 세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어머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감정을 절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중간에 ‘홍도’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원래대로라면 뒤에 배경음악이 깔려야 한다. 고선웅 연출님이 음악을 빼자고 말씀하셨다. 연출님 말씀에 동의했다. 빼기에서 오는 것들이 오히려 더 와 닿았다. 감정을 절제하면 관객은 배우에게 더 집중한다. 관객이 오직 배우만 보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부담감이 좋은 자극제가 된다. 오늘 첫 공연을 앞두고 있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보통 연극은 등퇴장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데 ‘홍도’는 다른 방식이다. 배우로써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통 연극은 종소리로 작품을 시작한다. 이번 작품은 다르다. 끝맺음이 애매하다. ‘홍도’는 그야말로 ‘여백의 미’를 몸소 보여준다. 여백은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백 때문에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편안하게 극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연출님의 의도에 마냥 따랐지만 지금은 그 의도를 알 것 같다. 작품을 전에도 함께 했지만 대단하신 분임을 다시 느꼈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고 있다. 다른 장르와 연극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연극은 관객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작품에 참여하는 제작진들은 하나의 호흡으로 공연을 이어나간다. 호흡이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긴 시간 동안 관객 앞에서 쉼 없이 연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연극은 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연극의 가장 큰 힘은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연습’이다. 연극만큼이나 드라마도 좋아한다.  시대마다 연기법이 조금씩 다르다. 드라마는 그 시대의 연기를 따르게 만들어준다. 연기자로써 시대에 따라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요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학장으로 출연하고 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많은 점을 배우고 있다. 각 장르마다 매력이 다르다보니 다 욕심내고 있다.

 

-고선웅 연출은 현시대 가장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다.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나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드라마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었다. 작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고선웅 연출님만 믿고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연극에 참여할 때는 거의 혼자 역할을 맡았다. 연습기간에는 스케줄을 하나도 잡지 않고 오로지 연습에만 임했다. 연극은 연습이 주인공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스케줄이 겹치다보니 이전에 비해 연습량이 줄었다. 여기서 오는 자신감 결여도 있다. 연출님의 전화를 받고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고선웅 연출은 어떤 사람인가

고선웅 연출님은 마음으로 연극에 임하신다. 꾸밈없이 연극을 사랑하는 분이다. 작년에 작품을 함께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고선웅 연출님이 ‘사랑을 담아서 연기를 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이 잊히지 않는다. 연출님은 회식 때 각자 작품에 대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사소한 행동이 작품을 계속 분석하게 만드는 힘이다.

-어떤 장면이 가장 와 닿나

‘홍도’가 오빠에게 ‘오빠의 말이라면 뭐든지 듣지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좋다. ‘홍도’에게 오빠는 ‘부모’다. 시대적 상황에서 보면 ‘홍도’와 오빠는 단순한 남매가 아니다. ‘홍도’에게 오빠가 부모님이듯 ‘홍도’는 오빠에게 자식이다. 현대 가족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에게 '홍도'는 어떤 의미였으면 하나

‘홍도’를 보러온 관객들이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한다. ‘홍도’가 곧 ‘휴식’이 되길 바란다. ‘홍도’의 여백이 작품을 빛나게 만드는 것처럼 ‘홍도’가 관객들의 삶의 여백이 되었으면 한다. 대사 중에 ‘우리의 열녀 춘향이는 왜 모르십니까’라는 말이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신파극이나 고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램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즐겁게 ‘홍도’를 봤으면 한다. 관객의 즐거움이 배우가 꿈꾸는 가장 큰 바람이 아닐까 한다.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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