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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관객은 우리보다 똑똑하다” 연극 ‘홍도’ 연출가 고선웅 인터뷰화류비련극 ‘홍도’,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구리아트홀에서 공연

연극 ‘홍도’가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구리아트홀에서 초연된다.

작품은 하나뿐인 오빠를 위해 기생의 길을 택하는 ‘홍도’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다. ‘홍도’는 오빠의 학업을 위해 기생을 직업으로 삼는다. 기생이란 이유로 온갖 수치를 당하던 ‘홍도’는 마담의 아들 ‘광호’와 사랑에 빠진다. ‘홍도’는 마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호’와 결혼한다. 그러던 어느 날 ‘광호’는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오르고 ‘홍도’는 홀로 남아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화류비련극 ‘홍도’는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원작이다. 원작은 초연 당시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거두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고선웅 연출은 직접 각색에 참여해 ‘고선웅표’ 신파극을 선보인다.

고선웅 연출가는 그간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최근에는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연극 ‘푸르른 날에’의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작품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연출가에겐 카리스마가 필수 덕목이다. 편안한 차림으로 인사를 건네는 고선웅에게선 연출가의 예민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겸손한 모습이었다. 멋쩍은 웃음을 짓는 고선웅의 모습은 오래된 책을 연상시켰다. 책장에 놓인 헌책들은 색이 바랬지만 어딘가 모르게 빛이 난다. 고선웅도 마찬가지다. 꾸미지 않은 그의 모습에선 특유의 빛이 풍겨 나왔다. ‘고선웅표 연출’의 원천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날 것 그대로의 연극을 좋아한다는 그와 함께 연극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 ‘홍도’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파는 감정의 동화다. 배우가 감정을 담은 대사를 내뱉고 나면 관객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이미 예측되는 이야기와 감정을 관객은 바라보기만 한다. 이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싶었다. 감정을 배설하는 주체가 배우가 아닌 관객이 되었으면 했다. 관객들의 관점에서 감정의 흐름을 조율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등퇴장과 같은 요소들을 배제하면 관객들이 이성적인 상태에서 극을 본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지고 ‘홍도’라는 인물을 받아들이길 바랐다. 특별한 장치가 없이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다. 초기 연극에서는 해가 떠있는 하늘에 대고 ‘별이 가득 떠있다’라는 대사를 뱉으면 관객들은 별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장치로 ‘홍도’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홍도’의 각색을 직접 했다고 들었다

신파극의 언어로 극을 올리고 싶었다. 직접 각색을 해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신파극의 특성상 장면전환을 위해 끼워 넣은 대사가 많았다. 관객이 집중하기 힘든 요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이번 공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거의 잘라냈다. 작품을 그때의 정서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더라.

-위트적 요소가 돋보인다. 위트의 원천은 무엇인가

고심 끝에 나온 요소는 아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나온다. 극을 보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답답함을 깨기 위해 웃음 요소를 넣었다.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고 해서 본질이 깨지진 않는다. 몇몇 관객들은 코믹적 요소들을 불쾌해한다. 아직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평범한 연극이 아닌 신파극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은 일반 연극들도 감정이 과할 때가 많다. 과잉된 감정은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연극이 놀이가 됐으면 한다. 관객이 연극을 보면서 감정을 소모하기 보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바란다. 가장 유명한 신파극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장치로 관객이 연극에 빠져들어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

-조명과 음악이 없다. 특별한 의도가 있나

조명과 음악을 배재하면서 관객들이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길 바랐다. 요즘은 연극에 화려한 볼거리를 넣는 경우가 많다. ‘홍도’는 볼거리를 최대한 빼고 싶었다. 거친 연극을 좋아한다. 거친 것이 곧 연극의 매력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다.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대사에도 감정이 들어가면 관객은 2배의 감정 노동을 겪는다. 관객들은 이미 상황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읽는다. 대사에 감정을 눌러 담지 않아도 인물의 행동과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전달받는다. 관객이 훨씬 감정의 기복을 잘 탄다. 배우보다 풍부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관객이다.

-극공작소 마방진의 스타일이 있다고 들었다. ‘마방진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마방진의 스타일은 ‘관객은 우리보다 머리가 좋다’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특별한 작전을 짜서 관객들에게 극을 선보인다. 관객은 공연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존재다. 아무리 꼼수를 부려도 관객들은 다 알고 있다. 다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감추고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드러내서 보여주려고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들도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나면 관객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 점이 연극의 큰 매력이자 힘이다.

-원론적인 질문이다. 연출이란 어떤 것이라 정의하나

 

연출은 무난하게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연출의 관점이 강하면 스태프나 배우가 회의에 빠지기 쉽다. 연출의 뜻만 밀어붙이면 함께하는 사람들은 불행해진다. 제작진이 행복할 수 있도록 무난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다. 무난한 가운데서도 예술적인 미학을 만들어 내고 싶다. 연극은 정말 매력적인 장르다. 무난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장르의 미학이 없어선 안 된다. 미학적인 성취를 고집하면서 연극을 이끄는 것이 곧 연출이다.

 

-그렇다면 연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연기자들은 백지 상태의 무언가다. 작품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색이 다르다. 자신의 색이 너무 강하면 역할을 소화하기 쉽지 않다. 배우는 항상 하얀 상태여야 한다. 자신의 주장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약속에 맞춰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

 

-창작극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검증이 안됐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정해진 시간 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보이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 모두가 처음이기 때문에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홍도’는 원작이 있긴 하지만 내가 풀어가려는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연극은 날짜가 정해져 있어 미루지도 못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사진_ 박민희 기자

박은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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