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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람냄새 나는 작품”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 배우 권혜영[인터뷰] “사람냄새 나는 작품”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 배우 권혜영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는 60년대·70년대 인천의 성냥공장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인숙’과 ‘인화’ 두 자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야기는 그 시대에 빈번하게 자행되던 노동 착취와 월급 미납 등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는다. 나아가 이들의 횡포를 폭로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그려낸다.

배우 권혜영은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에서 슈퍼가게 주인인 ‘지화자’ 역을 연기한다. “눈치가 없고, 용감하다는 것”이 ‘지화자’와 닮은 권혜영은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권혜영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극에서 뮤지컬로, 극단 십년후의 손길

권혜영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저는 극단 십년후 단원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는 제30회 인천항구연극제 최우수 작품상과 제30회 전국연극제 인천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된 연극 ‘화’를 원작으로 한다. 2014년 무대에 오른 작품은 연극에서 뮤지컬로 탈바꿈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극단 십년후가 제작을 맡았다.

“작품은 연극 ‘화’로 무대에 오를 때부터 알고 있었다. 저는 이번 대학로 공연부터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작품이 워낙 좋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극에서 뮤지컬로 형식에 변화가 생기다 보니 노래와 안무가 자연스럽게 추가됐다. 신나는 부분은 추가된 노래로 감정이 배가 됐다. 대사로만 꾸며질 때와 달리 작품이 더욱 풍성해진 느낌을 받았다. 춤도 군무로 들어가는 장면이 많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권혜영은 연극 ‘화’와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가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 있었다. 그는 “작품은 옛날이야기를 다루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네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인숙’과 ‘인화’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그 모습은 내 모습인 동시에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 모습에 집중하게 됐다”라며 작품을 함께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극 중 ‘지화자’는 작품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처럼 그는 권력자 사장과의 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인생이 트러블이고 윽박지르는 것이 일상이다. 극의 재미는 ‘지화자’가 책임진다. ‘지화자’의 삶의 터전인 슈퍼가게는 동네 사람들의 소통 공간이다. 권혜영은 그런 ‘지화자’를 연기하기 위해 컨디션 조절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지화자’와 저는 눈치가 없고 용감하다는 점에서 닮았다. 저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다. 다른 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지화자’ 캐릭터는 항상 밝고 수다스러운 아줌마의 모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연기할 때 힘든 점보다 원 캐스팅이다 보니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 매회 컨디션을 ‘업업’ 해야 하니 힘에 부딪힌다. 환절기에 감기 기운이라도 오면 큰일 난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려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권혜영은 “저는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다. 그럼에도 노래를 ‘통통’ 튀면서 재미있고 맛깔나게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욕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연습했다. ‘지화자’를 표현할 때는 푸근한 아줌마 느낌으로 연기하고 싶다. 그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민은 끝이 없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가져온 고민은 공연 중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공연이 끝나면 알 수 있을까. 완벽한 인물을 무대에 올려야 하지만 때로는 그 순서가 뒤바뀌기도 한다. 권혜영은 관객 반응으로 고민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관객들은 드라마를 보듯 그의 연기를 지켜봤고 그는 그런 반응을 체크하며 캐릭터에 살을 붙인다.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에 출연하는 배우 중에는 유독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많다. 나이 차이는 커야 한두 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 잘 맞는 부분도 있지만 의견 차이가 빈번하게 발생할 때도 있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체하고 분석하고 만들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은 긍정의 신호다.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은 속이 꽉 찬 작품, 배우, 이야기를 빚어낸다.

“연습할 때는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작품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와 캐릭터들이 갖고 가야 하는 것들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연습실은 이견 조율로 불꽃이 튀다가도 어느 순간 ‘파이팅’으로 가득 찬다. 또래 친구들이다 보니 의견 충돌이 살짝 생기다가도 금방 ‘그래, 가보자!’라며 의기투합하게 된다.”

권혜영이 바라본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

‘우린 꿈이 있고 내일의 희망도 있지. 고향엔 가족도 있고 사랑하는 그이도 있지. 성냥공장 아가씨 내 이름은’(생략)은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에 등장하는 넘버의 가사다. 이 외에도 작품에는 성냥공장의 삶을 대변해주는 노래가 등장한다. 그 중 권혜영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무엇일까. 그는 ‘강반장’과 ‘인화’의 사랑 노래, ‘인숙’과 ‘인화’가 화해하는 노래를 꼽았다.

“제가 처음 나가기 전 장면은 ‘강반장’과 ‘인화’가 책임진다. 두 사람은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그 노래가 굉장히 좋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감미롭게 빨려 들어간다. 다른 곡은 ‘인숙’과 ‘인화’가 화해하는 뮤지컬 넘버 ‘잊지 않을게’다. 이 곡은 그렇게 싸웠지만 서로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자매의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인화’는 미국으로 떠나는 ‘인숙’에게 힘들 때 언제든지 좋으니 자신 곁에서 쉬고 가라고 말한다. 관객들도 이 장면에서 많이 눈물을 보인다. 배우들도 무대 뒤에서 눈물을 훔친다. 저는 이 장면 바로 다음에 등장해야 하기 때문에 울다가도 빨리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

작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연이다. 어르신들은 공연을 보고 옛 추억을 회상한다. 젊은이들은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권혜영은 “가족이 함께 보러 오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가족극으로 작품을 추천했다. 그는 “대학로에는 로맨틱 코미디 위주의 작품이 많다.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젊은층뿐만 아니라 중년층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라며 작품의 매력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권혜영은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가 끝나면 11월에 새로운 작품에 합류한다. 차기작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찜질방 안에서 이뤄지는 여자들의 수다가 콘셉트다. 작품은 수다를 통해 바로 우리네 이야기를 들려준다.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와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배우가 주연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는 것이다. 요즘 공연계에서는 보기 드문 작품들이다.

“전에 참여했던 작품들도 이와 비슷했다. 의도해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바로 우리네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펼쳐내고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다. 저는 ‘하하호호’ 웃고 한바탕 울고 갈 수 있는 엄마, 아빠,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

뮤지컬 ‘성냥공장 아가씨’는 그의 말처럼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권혜영은 사람 냄새나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작품을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오면 흔쾌히 함께하고자 하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그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영광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 발전해 나가고 싶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극단 십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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