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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해자와 피해자 두개의 피…연극 ‘이혈’ 배우 원종철·김진영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예술공간SM

영화 ‘해무’의 원작자 김민정 작가와 ‘연극집단 반’ 박장렬 연출이 힘을 합쳤다. 바로 연극 ‘이혈’이다. 작품은 만화가 ‘강준’의 자살을 시작으로 그의 유작인 ‘이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품은 참혹한 우리네 역사 속 피해자와 가해자의 피가 섞인 사람들의 일상을 무대로 옮겨 놓는다.

작품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두 배우가 있다. 배우 원종철은 연극 ‘이혈’에서 자살한 만화 작가이자 만화 ‘이혈’ 속 주인공인 ‘강준’을 연기한다. 그는 “잊지 맙시다”라는 다섯 글자로 작품을 소개했다. ‘연극집단 반’ 소속 배우인 김진영은 극 중 사건의 프로파일러 ‘오해식’으로 분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그는 작품을 “명품연극 이혈”이라 정의 내렸다. 두 사람과 함께 연극 ‘이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연극 ‘이혈’과 만화 ‘이혈’

연극 ‘이혈’에는 자살한 만화 작가 ‘강준’과 두 명의 형사, 프로파일러가 등장한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무대를 채운다. 이들은 ‘강준’이 생전에 남긴 만화 ‘이혈’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야기는 그 순간 시작된다.

만화 ‘이혈’ 속에는 또 다른 ‘강준’이 존재한다. 그는 친부모를 비롯해 총 7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다. 작품은 만화 속 이야기를 통해 ‘강준’이 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묻는다. 이야기는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피가 섞인 ‘강준’을 제대로 바라보게 한다.

 

-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원종철: 저는 ‘연극집단 반’의 소속 배우다. 극단에 입단한 지 이제 6,000일이 다 됐다. 다른 작품에서 주연을 많이 해봤지만 극단 안에서 단독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출님이 연극 ‘이혈’이라는 작품을 할 것 같다며 함께하자고 제의했다. 그래서 함께하게 됐다. 

김진영: 연극 ‘이혈’은 제가 소속되어 있는 극단에서 제작을 맡았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오해식’이라는 배역을 맡게 돼 함께 작업하고 있다.

-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무엇인가.

 

원종철 : 연극 ‘이혈’이 작품성 있는 작품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가슴이 아팠다. ‘강준’이라는 인물 자체가 외로워서 안타깝고 불쌍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핏줄이기 때문에 더욱 슬펐다. 할머니는 위안부였고 할아버지는 일본 군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아버지가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해 자신이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힘들었다.

김진영: 제일 강하게 받은 인상은 가슴이 뭉클하다는 것이다. 요즘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품을 받았다. 저는 대본을 읽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연극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작품 안에서 제가 어떤 역이든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면 이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극 ‘이혈’ 안에는 젊은이들이 인식해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런 문제들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쳐나가야 하는지 각인시켜줄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작품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본을 받고 캐스팅된 후 책임감이 커졌다.

- 연극 ‘이혈’ 안에서 맡은 역할 소개를 하자면.

 

원종철: ‘강준’은 30세의 유명한 만화 작가다. 어렸을 때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하다. 만화는 친구, 가족도 없는 ‘강준’에게 유일한 안식처다. 그는 만화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만화 안에는 ‘강준’의 이상과 생각, 삶이 녹아있다. 그가 만화에 담지 못한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강준’은 사랑이 전해주는 따뜻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철저하게 외로웠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기 때문에 그림으로 그리지 못한다. 이 부분이 그를 훌륭한 만화 작가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다른 것은 신경 안 쓰고 만화에만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영: 저는 만화 작가 ‘강준’이 그린 만화 속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 역을 맡았다. ‘오해식’은 어떻게 보면 ‘강준’이 자기 마음을 대변하고 싶어 그린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보통 프로파일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작품 안에서 표현된다. 저는 이와 달리 ‘강준’을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그에게 다가가려는 프로파일러로 ‘오해식’을 그려나가고 있다.

- 각각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 나갔는지.

 

원종철: 만화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강준’은 부모까지 죽인 살인자다. 어쩌면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저는 ‘강준’을 사이코패스로 풀어내기보다는 ‘연민’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는 분명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잉태한 불쌍한 존재다. ‘강준’을 과거에는 고아였지만 현재는 만화 작가로 성공해 떵떵거리고 사는 인물로 그려내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그를 피해자로 그려내고 싶은 마음이 훨씬 강했다. 누가 봐도 그에게 ‘연민’이 생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싶었다.
 
김진영: 일차적인 이미지 컨설팅을 위해서는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수사물과 책을 봤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파일러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도 참고했다. 이후에는 작품 안에서 ‘오해식’이라는 인물을 녹여내기 위해 다른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저는 팀 안에서 막내다. 운이 좋아 좋은 배역을 맡았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오히려 선배 배우들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극 중 팀으로 활동하는 선배 배우들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긴장하지 말고 무대에 섰을 때 ‘내가 최고 멋진 배우다’라는 생각을 하라고 말해줬다. 자신의 연기를 믿고 무대에 오르라며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연극이 가진 힘,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

 

- 포스터가 특이하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원종철: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는 ‘이게 뭐지?’, ‘이게 작품과 관련 있나?’, ‘이 여자는 누구지?’라는 생각을 했다. 막상 작품에 참여하고 연습을 하고 공연을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없어졌다. 연극 ‘이혈’은 소재 자체는 무겁지만 관객들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감히 공연하는 입장에서 ‘명품’ 연극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김진영: 공연을 보고 난 뒤 포스터를 보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의 파급력이 강해질 거라 생각했다. 포스터를 보고 ‘공포물이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촛불, 반딧불이 하나도 밝게 보인다. 포스터 배경은 어둡고 그 안에 밝은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다. 연극 ‘이혈’은 스스로를 블랙 리얼리즘이라 명명하고 있다. 포스터는 극 중 인물들이 처한 현실은 어둡지만 그들에게도 있을 희망을 밝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 작품 안에서 ‘강준’을 피해자로 그려내면 그가 저지른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닌가.

 

원종철: 만화 속에서 ‘강준’은 사람을 죽이지만 현실 속 만화 작가 ‘강준’은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강준’은 자신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된다. 그가 쓴 만화 ‘이혈’은 곧 ‘강준’의 이야기다. 만화에서는 ‘강준’이 7명을 살인하지만 현실의 ‘강준’은 괴로움을 ‘만화’라는 예술로 풀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처음에 저희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런 고민을 했다. 그러나 작품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정당화가 안 되더라. 물론 작품을 보고 그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관객은 아직 없었다. 모든 살인은 만화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관객도 만화와 현실을 철저히 구분해 바라본다.

- 연극 ‘이혈’의 매력은 무엇인가.

 

김진영: 연극 ‘이혈’은 관객이 지켜볼 수 있는 공연이다. 작품 안에는 생각할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작품은 그 메시지를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 그것이 매력이다.

작품은 위안부, 사회적인 문제가 작품에 녹아 있지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의 메시지는 던지지 않는다. 이번 공연은 철저하게 사실적인 부분을 무대에 펼쳐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게 한다.

- 연극 ‘이혈’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원종철: 연극 ‘이혈’은 청소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 작품에는 일본군이 위안부를 희롱하고 조롱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연습할 때도 가슴이 아팠다. 교실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보다 연극 ‘이혈’을 한 번 보는 것이 더 많은 가르침을 전해 줄 수 있다.

요즘 대학로에는 로맨틱 코미디, 개그 공연이 주를 이룬다. 이 작품은 대학로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고,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연극이다. 작품을 본 관객들도 많은 것을 느낀다더라.

김진영: 저는 저와 같은 20대와 30대는 물론이고 빠르면 대학생, 고등학생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사회, 정치, 역사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단편적으로만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인식만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그런 부분에서 깨어 있어야 우리나라의 문화, 정치 등의 미래가 밝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 연극 ‘이혈’을 보러 올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종철: 요즘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많다. 우리 역사에는 위안부의 가슴 아픈 과거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금은 잊혀져 간다. 심지어 망언을 일삼는 사람도 목격된다.

연극 ‘이혈’은 역사극이 아니지만 작품을 본 관객들이 ‘그래도 알고 있자, 잊지 말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작품 속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공연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면 기쁠 것 같다.

김진영: 공연을 보러 올 때 어떤 선입견도 가지고 오지 않기를 바란다. 일단 지켜봐 주고 오픈된 마음으로 관람했으면 좋겠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김명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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