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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숨 막히는 심리게임” 연극 ‘도둑맞은 책’ 변정주 연출8월 29일부터 9월 21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매력적인 시나리오는 스승과 제자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이끌어 낸다. 이를 소재로 한 연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극 ‘데스트랩’을 시작으로 연극 ‘도둑맞은 책’이 뒤이어 바통을 넘겨받는다.

연극 ‘도둑맞은 책’은 본격 심리 스릴러 연극이다. 사건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나리오 작가가 우연히 제자가 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시작된다. 제자의 시나리오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뛰어나, 스승의 감쳐진 욕망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스승은 제자의 시나리오를 훔쳐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그는 미스터리한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흥미로운 시놉시스는 작품의 매력을 백 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필로우맨’, ‘날보러와요’, ‘쉬어매드니스’ 등을 선보인 변정주가 맡는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플래시백! 비밀을 찾아가는 재미

연극 ‘도둑맞은 책’은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 연출을 맡은 유선동 감독이 쓴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시나리오는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은 곧 연극 무대로 옮겨졌다.

작품을 함께 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제작사 측이었다. 변정주 연출은 제안을 받고 난 후에 원작 시나리오를 읽었다. 그는 “읽어보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더라.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연출 제안을 단번에 승낙할 정도로 변정주 연출을 끌어당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원래는 메인 작가의 지시를 받아 보조 작가가 글을 쓰기도 한다. 작품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역전된다. 역전된 상황에서 이야기는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진실을, 하나 둘 씩 역추적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메인작가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곧 그들의 과거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이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인지 초반에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이야기에 빠져들고 제자가 스승을 납치한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 지점이라 생각한다.”

원작 시나리오에는 6~8명 정도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요 인물은 영화 시나리오를 연극 무대에 맞게 각색하는 과정에서 단 두 명으로 축소됐다. 변정주 연출은 “영화 시나리오를 그대로 무대에 올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작 시나리오 속 주요 인물과 연극의 주요 인물이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은 숨은 보물찾기 하듯 새로운 발견에 흥미로웠다.

“영화는 등장인물도 많고 치정과 관련된 여성 캐릭터도 존재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영화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연극적으로는 그런 인물을 선정해 둘 만의 대화로 그들의 과거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제작사의 제안이었다. 예산·경제적인 면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오히려 그 부분이 작품을 완성 짓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두 사람의 심리게임은 영화가 갖지 못한 연극만의 재미를 도드라지게 했다. 덕분에 각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변정주 연출은 “연출 할 때마다 어렵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고민은 구체적이었다.

“원작 시나리오에는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온다. 그러한 작품을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각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등장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게 심리를 주고받는다. 배우들과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찾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와 같았다. 한편으로는 재미있었다.”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을 무대 위로 펼치기 위해 다양한 연출기법이 동원된다. 무대를 채운 소품, 인물을 비추는 조명, 그들이 오고 가는 동선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이 연출을 거쳐 진행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래야’ 밴드의 옴브레가 맡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음악은 물론이고 영상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극이 진행되는 중간 중간 시나리오 내용이 극중극 형식으로 꾸며진다. 때로는 영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때 음악이 많이 사용된다. 작품은 플래시백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의 과거가 어땠는지, 차근차근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의 이해를 돕고 시각적으로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마련해 놓았다. 그러한 역할을 음악과 영상이 수행한다.”

이것은 운명! 어쩌다보니 환상의 조합

이번 공연에서 스승 시나리오 작가 ‘서동윤’ 역은 김준원과 전병욱이 연기한다. 그의 제자인 ‘조영락’ 역은 강기둥과 정순원이 분한다. 작품은 캐스팅 공개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연극 ‘도둑맞은 책’의 캐스팅은 상상하기 힘든, 이색적인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이 나올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변정주 연출의 대답은 흥미로웠다. 캐스팅의 변수는 정말로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었다.

“김준원 배우와는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그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출연 제의를 먼저 했다. 전병욱 배우는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에게 전화를 해왔다. ‘꼭 해보고 싶다’라고 의지를 보여줘 처음 작업하는 배우임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강기둥 배우는 네 명 중 제일 먼저 캐스팅했다. 평소 이미지는 납치범과 거리가 멀지만 무대 위나 일상에서 납치범의 살기를 느낀 적이 있다. 잘 어울릴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

특이한 것은 정순원 배우의 캐스팅이다. 이번 공연에는 중간마다 다양한 이미지가 들어간  영상이 사용된다. 그중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손 그림도 포함된다. 변정주 연출은 영상에 들어갈 손 그림을 그릴 일러스트 작가로 정순원 배우를 떠올렸다. 그는 “사실, 정순원 배우는 캐스팅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변정주 연출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캐스팅 과정을 공개했다.

“정순원 배우가 평소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러스트로 캐스팅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정순원 배우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다행히도 흥쾌히 함께하겠다고 했다. 그에게 일러스트 작업을 위해 대본을 보내줬다. 대본을 보고 돌아온 답변은 ‘일러스트도 하겠지만 배우도 시켜달라’였다. 그래서 캐스팅을 하게 됐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캐스팅 비화에 이어 배우들에게 특별히 지시한 사항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 작품을 위해 특별히 지시하거나 요구한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대신 변정주 연출은 “창작 초연이다 보니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했다. 연출하면서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종종 배우들이 많이 찾아내 준다. 그런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덧붙였다.

첨예한 심리게임 속 미니멀한 현대음악 느낌 가득

변정주 연출은 이번 작품의 각색에도 일정부분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놓치고 가는 부분도 어쩔 수 없이 발생했다. 그는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꼼꼼하게 검증해 나갔다. ‘이런 것은 가능 하겠다’ 또는 ‘어려울 것 같다’ 등 배우들은 서슴없이 작품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의 바람은 한 가지다. 함께하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주고,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애정도 각별하다. 연극 ‘도둑맞은 책’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 대신 작품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팁을 전했다. 관객이 만나는 공연은 드라마가 엄청나게 강하거나, 뒤통수를 치거나, 대단한 감동을 주거나, 충격을 주는 작품 등 다양하다. 이번 작품은 어떤 느낌의 작품인지, 그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느낀 점을 지휘자에 비유해 설명했다.

“아주 미니멀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기분이 든다. 작품은 교향곡처럼 드라마틱하거나 정서를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두 사람의 심리게임을 통해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관객들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정서를 잘 따라가기 위해서 무대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출로서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그는 “작품은 스릴러물이지만 세상이 더 스릴러 같다고 느낀다. 요즘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변정주 연출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공연을 올리고 관객을 맞이해야 하는 창작진으로서 바람도 잊지 않고 전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하고 어려운데, 관객들이 작품에 관심을 가질까 걱정스럽다. 앞으로 관객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즐거움·희망·감동을 전해주는 작업을 하고 싶다. 때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갖는 작품도 해야겠다는 고민도 있다. 물론, 먹고 사는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주)문화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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