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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타인의 상실에 위로와 위안을” 연극 ‘The Lost’ 김현우 연출8월 22일부터 9월 9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수현재씨어터

‘상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어떤 사람과 관계가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됨’을 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것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사라짐’을 의미한다. ‘상실’은 견디기 힘든 아픔을 주지만 우리는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며 조금씩 단단하게 여물어 간다.

연극 ‘The Lost’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작가로 구성된 창작집단 ‘독’의 공동창작연극 독플레이 다섯 번째 공연이다. 작품은 2013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 리딩 형식으로 출발해 오는 8월 드디어 정식 무대에 오른다. 김현우 연출은 창작집단 ‘독’ 소속 작가인 동시에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8명의 작가, 8개의 이야기...단 하나의 주제 ‘상실’

이번 공연에는 박춘근, 고재귀, 조정일, 김태형, 유희경, 천정완, 조인숙, 임상미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8명의 작가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쓰고, 연출은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는다. 이를 위해서는 꼼꼼한 분류 작업이 필요하다. 김현우 연출은 “작품을 분류하다 보니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감정, 시간, 기억, 추억 등의 ‘무형적 상실’이고 다른 하나는 ‘유형적 상실’이다. ‘유형적 상실’에는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실’이라고 하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작품을 4개씩 나눠 ‘Part1’과 ‘Part2’로 구성했다”라고 밝혔다.

한 명의 작가가 쓴 이야기를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하물며 8명의 작가가 쓴 작품을 하나의 이야기로 푸는 작업은 오죽하겠는가. 김현우 연출은 자연스러운 ‘합’(合)을 도출해내기 위해 골몰했다. 작품을 연출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단번에 “단편적인 희곡을 관객에게 커다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답은 김현우 연출의 욕심과 바람이 녹아 있었다. 그는 “다양한 작가의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엮는 작업은 우리나라 공연계에서 선례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하나의 작품으로 엮는 작업은 어렵지만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이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두렵지만 그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김현우 연출은 연극 ‘The Lost’로 차근차근 선례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여러 이야기를 하나로 녹이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활용했다. 하나는 공간의 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말’로 풀어내는 이야기다. 김현우 연출은 두 가지 방법으로 ‘상실’이라는 주제 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다듬었다.

‘Part1’과 ‘Part2’의 이야기는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아파트는 현대사회, 현대인의 단절을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김현우 연출은 작품의 공간을 ‘아파트’로 통일해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나갔다. 그는 “아파트에는 완전한 단절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소통도 있다. 작품에서는 아파트 안과 밖의 공간을 구분해 시선의 교차를 이끌어내고 싶었다”라며 공간의 의미를 확장시켰다. ‘Part2’는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보여준다. ‘Part2’ 에피소드는 들려주기 방식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무대는 ‘아파트’ 상가 안 레스토랑으로 한정되지만 다른 이야기가 들어올 때마다 다이나믹하게 전환된다.

이번 공연은 ‘Part1’과 ‘Part2’로 나뉘는 만큼 캐스팅도 각각에 맞에 구분된다. 이상은, 최희진, 구옥분, 윤석원, 이애린은 ‘Part1’에 출연하고 안병식, 최희진, 구옥분, 이애린, 안재영, 김정원은 ‘Part2’에 등장한다. 8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 연극은 작가, 연출은 물론이고 배우들에게도 힘든 작업이다. 배우들은 하루에 많은 작품을 연습해야 하고 1인 다역은 기본이다. 한 작품씩 연습을 하다 보면 연습의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배우라는 존재는 위대하다. 좋은 배우는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캐스팅은 평소 함께 작업해온 배우, 다른 무대에서 봤던 배우 중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위주로 진행했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러면서도 자기중심이 확실한 배우여야 했다. 이번 작품에는 자기를 버리지 않고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함께해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다.”

 

개인이 바라본 사회, 그 안에서 위로와 위안을

2004년에 창단된 창작집단 ‘독’은 어느새 9명의 작가가 모인 집단으로 성장했다. 영화, 연극, 뮤지컬 극작가는 물론이고 소설가, 시인도 함께한다. 글을 쓰는 작업은 언제나 외로운 일이다. 작가는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하다. 함께하는 글쓰기 열망이 창작집단 ‘독’을 만들었다. 창작집단 ‘독’은 서로의 글을 두고 토론하며, 플롯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내가 쓴 작품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작가와 손을 잡는 것은 굉장히 용감한 행동이다. 창작집단 ‘독’은 자기희생적인 움직임으로 자기정체성을 확고히 다져나가는 중이다.

“우리의 바람은 ‘사회’와 멀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창작집단 ‘독’이 적극적으로 ‘사회’ 이슈를 화두로 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사회를 한정된 하나의 시각이 아닌 8개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의미 있는 글쓰기라 생각한다. 사회 안에 있는 개인이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 해나가려 한다.”

‘내 생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는 연극 ‘The Lost’의 홍보문구다. 최근에 김현우 연출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그는 처음 3~4일은 버틸 만했지만, 직업 특성상 더는 버티지 못하고 새로 장만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3~4일은 그에게 편하고 안락한 자유를 선사했다. 단순한 ‘상실’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인간 삶에 있어 완벽한 ‘부재’란 없는 것 같다. 무언가 사라져도, 사람이 사라져도, 아끼던 물건이 없어져도 그 또한 완벽한 부재가 아니다. 추억은 그대로 있고, 기억도 그대로 있다. 심지어 사라진 물건, 사람 등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우리의 상실은 다리가 절단된 사람이 아직도 그 자리에 내 다리가 있다고 믿고, 아프거나 간지러워 허공을 긁는 행위와 비슷하다. 사람에게는 일종의 ‘상실’에 대한 ‘환지통’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연극 ‘The Lost’가 관객에게 어떤 공연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묻자 그는 “위로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진정한 위로는 타인의 슬픔을 공감할 때 나오는 행동이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거나, 부모님을 잃어버리는 등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실’이 존재한다. 이처럼 ‘상실’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라고 장황하게 자기 ‘상실론’을 펼쳐 보였다. 이어 그는 “연극 ‘The Lost’를 통해 타인에게 위로와 위안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라며 수줍게 희망했다.

백초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주)수현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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