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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로 남기보다 끝없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싶다”하남시립여성합창단 홍영일 지휘자 인터뷰

 

 

어떤 지역의 문화예술 척도를 가늠하려면 그곳의 시립(공립) 예술단체를 둘러보면 된다. 아무리 좋은 공연장이 있어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할 예술인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경기도 하남에는 25년 전통을 자랑하는 하남시립여성합창단이 있다.

 

하남시립여성합창단은 1990년 20명 단원의 하남시 어머니합창단으로 출발해 2001년 시립예술단체로 승격했다. 하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간 지원을 담당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음악의 기쁨을 전달하고, 학생들에게 음악의 꿈을 키워주는 값진 일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홍영일 지휘자가 부임해 정기연주회 이외에 창작뮤지컬 공연에도 힘쓰고 있다. 홍영일 지휘자는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및 대학원 성악과를 거쳐 이탈리아 제노바 아카데미아 성악과, 로마 AIDM 지휘과를 졸업했다. 현재 합창단 활동 외에도 전남대학교 음악교육과에도 출강 중이다. 그와 함께 하남시립여성합창단, 지휘자 홍영일의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 하남시립여성합창단과의 첫 만남은?

 

이전에 12년간 성남시여성합창단에 몸담았다. 당시 제천음악합창제에 참가했는데 거기서 하남시립여성합창단을 만났다. 좋은 인상을 받고 둥지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던 차에 지휘자 모집 공고를 보고 이곳에 오게 됐다.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생 때 리틀엔젤스 어린이합창단 공연을 보면서 합창단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음악공부를 시작해 음대를 가고,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했다. 집안에 음악 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 혼자 힘들게 겪어 온 시간이 많았다.

 

- 이탈리아 유학시절을 회상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생각을 한다. 이탈리아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레슨 전에 된장찌개나 김치를 먹고 갈 수가 없었다. 정말 먹고 싶어서 먹었는데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연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인으로서 서양음악을 배우고, 생각이 다르니까 현지 학생들이 동양인 학생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너희가 아무리 잘해도 동양인인데 얼마나 잘하겠어’ 이런 식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해외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수석이나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 시험을 봤을 때도 이탈리아 학생들보다 제 점수가 더 좋았다. 그런데도 인정을 안 해주기에 힘들기도 했다.

 

즐겁고 기뻤던 순간도 있다. 어릴 때 배운 나폴리민요나 산타루치아 같은 노래들을 그 지역에서 부르고, 세계적인 극장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탈리아에는 전 세계 음악학도들이 유학을 온다. 여러 문화권의 학생들이 하나의 작업을 할 때, 비록 언어적 소통은 어렵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며 그것을 완성했을 때 기쁨이 크다.

 

-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는 누구인가?

 

서양 작곡가 중에서는 바흐를 가장 존경한다. 아마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바흐를 꼽을 것이다. 바흐는 시대를 앞서나가며 계속 새로운 음악을 시도한 사람이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그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연주가(성악가) 중에서는 소프라노 홍혜경을 좋아한다. 올해는 그가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로 데뷔한 지 30주년이 된다. 여자 가수로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그 정도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음악인이다.

 

 

- 전남대학교 음악교육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제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전남대학교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9년째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선생님을 길러내는 곳이라 졸업한 제자들이 전국에 퍼져있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양성과 창의성이다. 피아노를 예로 들면, 음악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피아노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무엇이고 그와 관련된 문학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뮤지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극 ‘우리 읍내’를 보고 감동을 받아 직접 대본, 곡을 써서 창작뮤지컬로 올린 적이 있다. 제자 중에는 뮤지컬 배우, 연출가도 있다. 교사가 된 제자들에게도 클래식뿐만 아니라 뮤지컬, 가요, 팝도 가르치라고 조언해준다.

 

- 홍영일 지휘자가 소개하는 하남시립여성합창단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창작뮤지컬을 올리는 합창단이다. 합창단 중에서 해마다 창작뮤지컬을 올리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반 뮤지컬도 올리지만 창작뮤지컬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껏 두 작품을 공연했는데, 첫 번째는 고아들에 대한 이야기고 두 번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각색한 것이다. 이번에는 뮤지컬 ‘유관순’을 올린다.

 

-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공연이나 연습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성합창단이다 보니 여자가 남자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한 작품을 3~4달 연습하는데 단원 중에서 자기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보이시한 옷을 입고 온다든지, 말투가 달라지는 것이다. 뮤지컬 ‘유관순’을 준비하는 지금도 단원들이 작품에 푹 빠져 있다.

 

- 여자가 남자 역할을 하기에 어려운 점들도 있을 것 같은데.

 

남자 노래를 여자가 부를 수 있게 편곡 과정을 거친다. 남자와 여자의 음역은 기본적으로 같다. 테너-소프라노, 베이스-알토가 그렇다. 옥타브 차이가 나서 소리의 빛깔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곡을 쓰거나 고칠 때 그 빛깔을 잘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성악은 두성을 쓰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 노래를, 남자가 여자 노래를 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

 

- 하남시립여성합창단 단원들 자랑을 하자면?

 

일주일 두 번 정도 연습하는데, 다른 상임 예술단체는 거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습한다. 우리 단원들은 공연 한 편을 소화하기 위한 연습량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도 불평불만 없이 각자 완벽하게 자기 시간을 내서 연습해 온다. 어떤 음악을 내주든지 숙제를 반드시 해오는 것이다. 뮤지컬을 올릴 때도 단원들이 직접 무대와 의상을 만든다. 보통 열정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 앞으로 어떤 음악가, 합창단으로 남고 싶나.

 

음악가로서 남기 다는 음악을 가지고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남시립여성합창단 첫 뮤지컬이 고아들 이야기였던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이번 뮤지컬 ‘유관순을’ 통해서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많은 사람이 뮤지컬 ‘유관순’을 왜 하는지, 재미있는 작품인지 묻는다. 저는 반대로, 바흐가 대단한 음악가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재미로만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하는데 저를 비롯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우리 합창단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음악을 보급하고 꿈을 심어주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 아직 하남시립여성합창단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 현충일 행사와 6·25 행사에 다녀왔는데 어르신들이 ‘이런 단체가 있었냐’고 물어보셨다. 우리는 열심히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지역에 연계된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더 좋은 예술, 더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하남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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