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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처받은 영혼에 사랑과 위로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 ‘시드니 칼튼’ 役 서범석 배우

2014년 대한민국의 봄은 유난히 아프고 쓰리다. 떠난 이들도, 남은 사람들도 무거운 마음에 갈 길을 잃었다. 상실의 시대, 절망의 시대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까. 상처를 어루만지고 지친 어깨를 다독이며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먼저다. 사랑과 위로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돌아온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012년부터 매년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자극적인 소재, 스타 마케팅으로 중무장한 작품들 사이에서 ‘메시지’ 하나로 승부를 본다. 3년째 ‘두 도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와 주인공 ‘시드니 칼튼’으로 분하는 서범석 배우를 만났다.

- 최용석 대표는 세 번째, 서범석 배우는 두 번째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만난다.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최용석(이하 최): 놀랍다. 3년 연속으로 매년 여름에 ‘두 도시 이야기’를 올릴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신 관객분들과 좋은 극장을 허락해주신 관계자 여러분에게도 감사하다.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뒤따른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반응이 올까 두렵기도 하지만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서범석(이하 서): 영광스럽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인데, 이렇게 선택되어 사랑하는 역할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는 것만큼 기쁘고 또다시 작품 안에 빠져들 생각으로 더욱 기쁘다.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여름에 올라가는 이유가 있나?

최: 글쎄다.(웃음) 극중 ‘I Can't Recall’ 노래 가사에 찬바람도 나오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는 장면도 있다. 사랑 이야기를 하는 작품 정서상 겨울에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든다. 희한하게도 겨울에 대관 신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본의 아니게 폭풍우와 더 인연이 깊다. 천둥번개만 쳐도 어느 장면이 생각난다고 좋아해 주시는 관객분들도 있다. 작은 바람으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하고 싶다.

- 작품은 ‘사랑과 용서의 대서사시’라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작품 소개를 듣고 싶다.

서: 그 주제에 ‘구원’이라는 메시지가 더해진다. 작품은 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지만 현재 우리들의 삶도 비슷한 소용돌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우리가 또 한 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사람으로서 느끼는 소중함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성, 가족, 동료 간의 사랑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다.
  
최: 근본적인 메시지는 사랑이다. 두 번의 공연을 하면서 작품에 한 가지 메시지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작가는 궁극적으로 ‘불공평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극중 혁명이 일어나던 당시에는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비상식적인 세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 후회보다는 만족감이 남을 것 같다. ‘시드니 칼튼’이 마지막에 단두대로 올라가면서 ‘더 평안한 곳으로 간다,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얘기한다. 본인의 믿음을 실천하기 때문에 후회가 없는 것이다. 그때부터 150년이 흐른 지금도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오히려 공평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봐도 그렇다. 절망하지 말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는 것이 2014년 ‘두 도시 이야기’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최용석 대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최: 처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지금, 여기에 이 작품이 올라왔나’였다. 당시 브로드웨이 트렌드는 밝고 재미있는 작품들이 이끌고 있었다. 9·11테러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슬픈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했다. 진지하고 클래식한 매력이 아시아권에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후 이 작품의 프로듀서, 작가와 만날 기회가 생기면서 제작 계획을 구체화했고 한국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 서범석 배우는 지난해에도 같은 배역으로 열연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진 ‘시드니 칼튼’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나?

 

서: 큰 변화를 준다기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작년에는 연기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노래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박자와 음정을 더 단단히 연습해서 고급스러운 노래 실력으로 답하겠다.

최: 서범석 배우는 여백이 있어서 좋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이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작품 자체가 큰 화선지에 먹물로 난을 치듯 은은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걸 정말 잘 소화한다는 느낌이었다. 말, 행동, 노래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이 묻어나는 배우다. 관객으로서 모든 것이 약속한 대로 맞춰졌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지만, 서범석 배우가 컴퓨터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연기만 한다면 매력이 반감될 것 같다. 연기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배우와 캐릭터가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범석 배우는 이러한 점이 뛰어나고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이 좋아서 다시 만나게 됐다. 경험치도 있으니 더욱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

- 서범석 배우가 생각하는 이건명, 한지상의 ‘시드니 칼튼’은?

서: 이건명 배우와는 세 번 정도 함께 연습했다. 번역극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외국인 특유의 제스처가 배어있다. 나는 어떤 라이선스뮤지컬도 창작뮤지컬같이 만드는 재주가 있는데, 이건명 배우는 오리지널에 가깝도록 세련되게 표현한다. 자신만의 ‘시드니 칼튼’을 어떻게 연기하겠다는 기준도 분명하게 서 있다.

한지상 배우는 노래할 때 ‘배음’이 뛰어난 친구다. 쉽게 설명하면 피아노 건반을 눌렀을 때 쭉 따라오는 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가창적인 면에서 감성적으로 다가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두 배우 모두 연기는 기본적으로 잘해주고 있다. 공연에서는 세 명의 색깔이 다르면서 작품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드니 칼튼’들이 만들어질 것 같다.

- 왕용범 연출가가 한진섭, 제임스 바버를 이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세 번째 연출로 나섰다.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

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제게 생명 같은 작품이다. 지금 알고 있는 작품 중에서는 텍스트, 노래 모두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애착이 크다. 많은 관객들이 다녀가셨지만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 새로운 연출가를 섭외했다. 하지만 연출이 바뀌었다고 ‘두 도시 이야기’가 ‘레미제라블’이 되지는 않는다. 초·재연을 통해 힘주고 싶었던 것들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왕용범 연출가도 첫 작품이 아닌 세 번째 무대를 만드느라 부담이 크겠지만 작품을 좋게 봐주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 초·재연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왕용범 연출가만의 시각으로 접근해주시지 않을까 한다.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흔히 말하는 아이돌 캐스팅을 찾아볼 수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최: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젊은 분위기, 가요풍의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실력 있는 아이돌도 당연히 캐스팅할 수 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고전이고 창법도 클래시컬해서 상대적으로 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배우를 선택할 때는 그가 역할을 얼마나 감당해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인지도나 데이터, 작품 모니터가 서류 심사라면 그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는 면접이 필요하다. 배우에게 작품,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보고 배우도 제작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치하지 않으면 결국 제작자와 배우 모두에게 손해다.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최용석 대표는 단순한 제작자를 넘어 예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 같다.

 

최: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쁘게 보면 너무 외곬으로 빠질 수 있다. 제가 연출가라면 다르겠지만 제작자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업적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 책임도 져야 하고, 투자자와 저에게도 좋은 결과가 돌아와야 한다. 모든 작품의 제작 과정에 이렇게 접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도시 이야기’는 제게 특별한 작품인 만큼 원래의 가치를 지키면서 만들고 싶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3년 내리 공연을 올리다 보니 너무 쉽게 돌아오는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매년 또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 이번 공연 이후에는 저에게도 여백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두 도시 이야기’ 다음 공연도 잘할 수 있다. 요즘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아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공연예술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감동을 전해야 한다. 관객들이 얼마를 냈든 그 값어치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오란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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