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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극 ‘바람의 나라’ “서울예술단이기에 할 수 있는 작품”서울예술단 최정수, 이시후, 박영수, 조풍래 인터뷰

5년 만에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무휼’(이하 바람의 나라)이 돌아온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건국 초기 왕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만화가 김진이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2006년 초연 이후 2007년, 2009년 앵콜 공연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이후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롱런하고 있다.

4월 말, 가무극 ‘바람의 나라’ 연습에 한창인 서울예술단 단원 최정수, 이시후, 박영수, 조풍래를 만났다. 이들은 각각 12년, 7년, 6년, 5년 차의 단원 생활을 맞이한 서울예술단 대표 배우들이다. 그동안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가무극 ‘소서노’ 등 숨 가쁜 나날들을 이어왔지만, 쉴 틈이 없다.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가무극 ‘바람의 나라’가 돌아와서다. 말끝 하나하나에 작품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담아낸 네 명의 배우와 함께 5년 만의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바람의 나라’

- 5년 만에 가무극 ‘바람의 나라’가 돌아왔다.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서울예술단 내부 반응은 어땠나.

최정수 : 2006년부터 가무극 ‘바람의 나라’와 함께했다. 서울예술단에서도 많이 기다린 작품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배우가 최대한 집중을 해야지만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왜 ‘앓이’라고 하지 않나.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배우들도 끝나고 나면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마약처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들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다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기다려왔다. 연습할 시간은 촉박하지만 집중하고 있다.

이시후 :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앵콜공연을 통해서 결과도 좋았고, 단원들도 ‘바람의 나라’를 한다고 하면 유달리 ‘으쌰’하는 분위기가 있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밀도 있게 맞춰가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론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서 주요 배역을 맡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여타의 뮤지컬과 달리 드라마가 없다. 인물 간의 감정을 쌓아서 터트리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은 내면을 겉으로 표출하기보다 내면에 감정을 갖고 있는 채로 연기해야 한다. ‘해명’이라는 배역 자체가 아직은 많이 어렵다.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상태다.

박영수 : 서울예술단에 들어온 지 몇 개월 안 됐을 때 ‘괴유’ 역으로 이 작품을 했었다. 그때는 선배님들의 힘에 달려갔었던 것 같다. 다시 한다고 들었을 때, 선배님들의 힘이 아닌 서울예술단에서 5년 동안 쌓아온 힘으로 다시 한 번 이 인물을 만나고 싶었다.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조풍래 : 들어오기 전년도에 했던 작품이다. 관객 분들도 좋아하시고, 단원들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가무극 ‘바람의 나라’를 많이 말씀해주셨다. 처음엔 영상을 통해서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랐다. 동명의 만화책을 1권부터 23권까지 다 사서 봤다. 그래도 모르겠더라.(웃음) 만화책을 보고,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제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으면 관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먼저 정확히 알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 다시 한다고 들었을 때 무슨 역할을 하고 싶었나.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는데.

최정수 : 지난 공연에서 부여의 왕 ‘대소’ 역을 했었고, 올해는 ‘해명’ 역을 맡았다. ‘대소’는 전쟁의 선봉에서 ‘무휼’과 싸우는 악역이었다. 12분 정도 되는 전쟁장면을 끝내고 나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매 공연마다 ‘죽는구나’ 하면서 했다. 커튼콜 때 나와 보면 내가 죽는 장면에서 누웠던 자리가 그대로 땀에 젖어 있을 정도였다.(웃음) 이번 공연은 시간이 많이 없어서 지난 공연에 참여했던 역할 그대로 가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대소’ 역을 하면서 ‘해명’의 매력에 많이 끌렸었고, 이 역할을 맡으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은 ‘해명’으로 봤고, 다행히 맡게 됐다.

이시후 : 그동안 강하거나 딱딱한 캐릭터를 많이 했었다.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해명’을 선택했다. ‘해명’은 허무함도 있고, 처해 있는 상황의 안타까움도 있다.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역할이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해명’은 ‘새타니’와 부르는 ‘저승새의 신부’라는 아름다운 듀엣송도 있는데,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 맡고 싶었던 역을 맡게 돼서, 열심히 하고 있다.

박영수 : 당연히 ‘괴유’가 될 줄 알고, 오디션은 다른 역할을 봤다.(그는 초연 때 ‘괴유’ 역할을 했었다) ‘무휼’과 ‘해명’을 봤는데 ‘괴유’가 됐다.(웃음)

- 왜 다시 될 줄 알았나.

박영수 : 사실 ‘괴유’가 다시 하고 싶었다. 다른 역할을 오디션 봤던 건, 내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였다. 이지나 연출님께서 ‘너 괴유 할 수 있겠니? 나이가 들어서 날아다닐 수 있겠어?’ 그러셨는데,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 근데 지금 몸이 안 좋아서 큰일이다.(웃음) 말은 엄청 크게 해놓은 상태인데. 얼마 전, 한 팬 분이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예전에 그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다시 보면서 ‘아유, 내가 이 책을 읽었던 사람인데 운동하다 몸이 갔구나’ 했다.(웃음)

-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은 상태인가.

박영수 : 요즘 활동이 조금 많아져서인 것 같다. 현재 몸의 겉은 좋은데, 많이 써서 약해진 상태다. 병원을 몇 군데 다녔는데, 조금 쉬엄쉬엄 하라고 하시더라. 근데 성격이 또 그게 안 돼서….

이시후 : 이 친구가 뭐 하나 꽂히면 못 말린다. 좀 다쳐봐야 알지.

박영수 : 하고 나서 조금 괜찮아지면 다시 계속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자제하고 있다.

조풍래 : (나지막하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박영수 : 고쳤는데 잃고, 또 고치고.(웃음) 지금 계속 그렇게 반복하고 있다.

- 조풍래 배우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었나.

조풍래 : 영수하고 똑같이 ‘무휼’과 ‘해명’을 준비했다. 내가 연출가라고 생각했을 때, ‘괴유’ 역은 당연히 영수로 갈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엔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에 대해 뚜렷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오디션 때 할 수 있는 만큼 보여드리자 했는데, 운 좋게 ‘괴유’가 됐다.

박영수 : ‘괴유’는 아무도 오디션을 안 봤는데 둘이 됐다.(웃음)

가무극 ‘바람의 나라’ “지금과 상응하는 이야기다”

- 가장 선배인 최정수 배우에게 묻고 싶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어떤 작품인가.

최정수 : 김진 작가님의 동명 만화 원작이다. 동명의 드라마도 있었고, 게임도 있었다. 개발된 여러 콘텐츠들이 굉장히 잘됐다. 고구려의 신화를 기반으로 ‘유리왕’과 ‘무휼’, 그리고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부여와 고구려의 전쟁, 그리고 부도라는 ‘새로운 이상향으로 가기 위한 길’에 대한 이야기다.

-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 담긴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정수 : ‘해명’의 대사 중에 ‘호동’에게 하는 말이 있다. ‘그의 땅과 나의 하늘이 만나는 곳에 부도가 있을 것이다’라는 대사다. 그때도, 지금도 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상향인 부도를 가지고 가야하고, 그래야 또 다른 부도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는 진리에 기반한 작품인 것 같다. 가야만 하고, 갈 수밖에 없는. 지금과 상응하는 이야기다.

이시후 :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어려운 작품이다. ‘역사’라고 해야 할까. 고구려는 ‘신화’와 ‘역사’가 합쳐져 있는 시대다. 이 작품은 그 당시 사람들이 살고자 했던 이상향과 꿈, 좌절, 실패, 사랑, 전쟁을 담는다. 그들이 겪어왔던 문제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예나 현재나 계속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박영수 : ‘괴유’의 대사 중에 ‘피 묻은 얼굴, 비명소리, 그러나 운명에 굴하지 않는 왕이시여’라는 말이 있다. 이 대사에는 현명한, 그러나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를 세우기 위한 백성들이 바람들이 묻어있다. ‘괴유’는 처음에 ‘해명’을 따르다가 그의 동생인 ‘무휼’을 따르게 된다. 그가 ‘무휼’을 선택한 이유도 ‘무휼이 왕이 되는 것’이 바른 지도자를 세우는 현명한 판단이지 않을까 해서다. 과거나 지금이나 현명하게 우리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를 찾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조풍래 : 극 중 ‘무휼’과 ‘호동’은 전혀 다른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무휼’은 전쟁을 통해 나라를 개척하려 하지만, 그의 아들인 ‘호동’은 사랑으로 나라를 다스리길 원한다. 무엇이 정답이라곤 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시대의 일들도 옳은 일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지 않나. 그런 부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팬이 굉장히 많다. 이 작품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풍래 : 여운이 굉장히 길다. 대사도 시조를 읊는 것 같다. 대사를 하는 입장이든, 듣는 입장이든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는 힘이 있다. 그 인물들이 계속 주변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잔상과 여운이 길다.

최정수 :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예술단에는 한국무용, 노래나 연기, 사물을 전공한 단원들이 모여 있다. 이 작품에 죽은 ‘해명’의 넋을 달래는 ‘망무기굿’ 장면이 있는데, 한국무용을 전공한 단원들이 연기를 한다. 그 안에 차 있는 호흡들, 감성들은 한국무용을 해왔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래서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저 스스로 되묻게 된다. 전쟁장면도 마찬가지다. 단원들이 무대뿐 아니라 소대에서 더 열정적으로 뛰면서 정말 열심히 한다.

박영수 : 무대는 정말 정리된 모습이다. 뒤편은 말도 못한다. 무대를 투명으로 만들어서 단원들이 소대에서 뛰고 있는 모습을 보신다면, ‘아 이게 정말 전쟁이구나’ 하실 거다.(웃음)

최정수 : 소대는 정말 전쟁터다. 이쪽 소대에서 나온 단원들이 반대편 소대로 달려가서 나오고, 잠깐 기다리다가 ‘나가자!’하면 우르르 몰려나간다. 무대는 에너지가 조금 눌려 있는 편이다. 안에서는 다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박영수 : 템포를 놓치면 노래가 다 밀려버린다. 특히, 전쟁장면은 음악이 바뀌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안에서는 미세하게 바뀌는 음악을 듣고, 딱 박자에 맞춰 정확하게 나가야 한다. 뛰면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이시후 :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때도 숨 돌릴 틈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한 번 등장하고 들어가면 뭔가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땀이 쫙 나면서.(웃음)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이런 작품 같다. 서울예술단 어느 한켠에 먼지 쌓인 것을 툭툭 털어서 꺼내 쓰면 광채가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돌멩이. 다들 과거에 했던 가무극 ‘바람의 나라’를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 건 분명하다.

- 박영수 배우는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이야기 중간에 한숨을 쉬곤 한다.

박영수 : 사실 지금 세대교체가 많이 된 상태다. 2009년 공연을 할 때도 많이 바뀌었었는데, 지금은 더 많이 바뀌었다. 작품을 먼저 했었던 사람들이 조금은 더 이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인지 책임감이 크다. 예전에 이 작품을 했을 땐, 선배님들의 눈이 아예 변해있었다. 저에게는 웃지도 말라고 하셨다. 지금은 이해가 간다. 그만큼 가무극 ‘바람의 나라’를 열정으로 만들어 오셨기 때문이다. 이어받는 입장에서는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만나야지만, 그나마 선배님들이 초연 때 만들었던 것만큼의 깊이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에너지를 올리는 게 쉽지 않다. 걱정이 많다.

- 좋아하거나 애착이 가는 뮤지컬넘버가 있나.

조풍래 : 전쟁 장면의 BGM이 가장 좋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인 노래다. 그 노래가 나오면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웃음)

박영수 : 이런 느낌인 것 같다. ‘돌아오는 전쟁’이라는 음악인데, 전쟁장면에서 땀을 확 내고 그 음악을 들으면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있다. 단순히 발랄한 시작의 느낌이 아니다. 그 전쟁의 무게를 안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기분이 좋은 듯 하면서, 묵직한 책임감도 동시에 느껴진다. 전 그 음악을 들으면 너무 슬프다. 그 음악이 가진 힘이 있는 것 같다.

- 왜 슬픈가.

박영수 : 그 때 생각하면 또… 마음이 아프려고 한다.(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2009년에 이 작품을 할 때, 서울예술단의 오현정 선배님께서 디스크가 터진 상태였다. 그때 전 객석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병원에 다녀오신 걸 알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전쟁’ 장면에서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격렬한 장면을 약하게도 안하고, 똑같은 에너지로 똑같이 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 많이 배웠던 것 같다.

- 최정수 배우와 이시후 배우는 어떤 음악에 애착이 가나.

최정수 : ‘저승새의 신부’와 ‘돌아오는 전쟁’이다. 그 두 장면은 꼭 소대에서 본다. ‘돌아오는 전쟁’은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있었던 전쟁, 고립, 대립이 다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그 전에 했었던 장면들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때 정말 많이 울컥한다. ‘저승새의 신부’는 워낙 노래가 좋다.

이시후 : 저도 두 개가 있다. ‘저승새의 신부’는 첫 노래이자 듀엣이고 사랑 노래다. 이 노래만 잘 풀리면 끝까지 잘 갈 수 있다. 망치면 그 순간 흐름이 어긋나기 때문에 ‘저승새의 신부’에 중점을 두고 연습하고 있다. 두 번째 노래는 ‘운명이라면’이라는 노래다. 이 작품에서는 ‘지금 이 순간’ 못지않을 정도로 기대치가 많은 곡이다.(웃음) 저 스스로도 많이 압박을 주지만, 주변에서도 기대가 정말 크다. 잘 풀어가야 할 것 같다.

 

- 가무극 ‘바람의 나라’를 두고 불친절한 뮤지컬이라는 관객도 있다.

이시후 :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처음엔 저도 그랬다.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 안무나 음악, 배우의 정서가 맞춰지니까 달라지더라. 그런 것들이 맞아떨어지면서 작품 특유의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조풍래 : 원래 만화방을 가면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만화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바람의 나라’는 한 권 읽는데 두세 시간이 걸렸다. 읽다가 이해가 안 돼서 앞으로 돌아간 것도 여러 번이었다. 만화책을 공부하는 것처럼 봤다.(웃음) 공연 연습하다가 다시 만화책을 읽으면 그때 이해 안 됐던 것들이 다시 이해 가기도 한다. 뮤지컬은 만화에 비해 생략이 많은 편이라 그 빈 공간을 설득력 있게 채워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 역할을 풀어내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이시후 : ‘해명’을 연기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것은 ‘귀신’이라는 점이다.(웃음) ‘해명’은 작품 속에서 죽음과 삶을 오가는 인물이다. 문득 그 사이가 엄격히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 중이다.

최정수 : 저도 시후와 비슷하다. ‘해명’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죽은 인물이다. 그의 혼은 굿을 통해 되살아나 ‘무휼’에게 얹힌다. ‘해명’에게는 ‘인간적인 갈등’과 죽음 이후 ‘무휼’과 함께 가려는 ‘부도에 대한 열망’이 있다. 죽은 자의 희망이랄까. 살았을 때와 죽었을 때가 표면적으로 별 차이 없을 수 있지만, 한번은 그 과정을 거치고 와야 정확한 목적이 생길 것 같았다. ‘인간적인 부분’과 ‘인간을 초월한 부분’을 찾아야 하는 게 관건이다. 모든 것이 다 다를 순 없다. 하지만 분명히 연기를 하는 내면에는 서로 다른 축이 있어야 한다. 행동보다는 내면에서 찾아서 행동으로 발현되게끔 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일단은 많이 연습을 해보고 있다.

박영수 : ‘괴유’는 상장군이다. 2009년에 이 작품을 했을 땐, 장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서울예술단 연습실이 있는 예술의전당까지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산을 타기도 했다. 장군에 대한 정서를 갖기 위해서 움직임이나 몸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이번에는 ‘가희와의 헤어짐’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정말 대사가 어렵다. 예전엔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셔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는데, 5년 만에 제정신으로 대사를 보니 ‘무슨 소린가’ 싶었다.(웃음) 얼마 전에 이지나 연출님과 함께 말씀을 나눴는데, 제가 생각했던 부분을 똑같이 말씀해주시더라. ‘예전에는 네가 막내였고 시키는 대로 했으니, 이제는 너의 괴유를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그것을 계속 찾는 중이다. ‘나의 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조풍래 : 몸을 많이 써서 힘들긴 하다. 저는 대본을 받고 역할에 대해 찾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괴유’는 ‘고민과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민하고 있지만, 고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또한, 말하지 않지만, 결정은 내려져 있다. 그의 고민과 결정 사이에 있는 수많은 과정들이 충분히 윤활유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여백이 많은 작품이다. 빈 대사의 공간들을 메워서 ‘괴유’를 표현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서울예술단’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최정수 : 앞으로 서울예술단이 해나가야 할 일은 각 분야를 잘 살릴 수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이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서울예술단의 단원들은 한국무용, 가극, 연기 등의 분야에서 다 내로라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가무극이 번영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단원이 필요하다. 현재는 단원이 조금 부족한 상태다.

현재 연수단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수단원들이 한 작품을 같이 한 다음 떠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예술하는 사람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스치듯 떠나는 것을 보면 쓰리다. 다 함께 부둥켜안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소대보다 무대가 더 화려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모여서 함께하기 때문에 가무극 ‘바람의 나라’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품은 작품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지만, 서울예술단은 좋은 작품을 선택해서 다 함께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우리만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것 같다. 강점을 더 강하게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훈련과 연습으로 더 수준을 높이고, 단원들이 고민하고 함께한다면 더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 소개

서울예술단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국내 내로라하는 창작팀이 함께한다. 연출은 뮤지컬 ‘서편제’, ‘광화문연가’,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의 이지나가 맡는다. 안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안애순이, 작곡은 드라마 ‘하얀거탑’, ‘허준’, ‘대장금’ 등의 이시우가 참여한다.

올해 무대에는 2009년 공연 당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었던 ‘무휼’ 역의 고영빈을 비롯해  ‘호동’ 역으로 지오(엠블랙)가 합세해 화제를 모았다. 그 외에도 최정수, 이시후, 박영수, 조풍래, 고미경, 김건혜 등의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무대에 오른다. 가무극 ‘바람의 나라’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5월 11일부터 5월 20일까지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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