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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극계는] “‘작품성’과 ‘흥행’의 기로에선 양극화 현상” 김민교 연출‘작품의 질보다는 웃음의 양’으로 승부하는 대학로 연극의 현실


최근 연극계는 ‘작품성’과 ‘흥행’의 기로에 서있는 양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품성을 갖췄지만 대중에게 외면 받을까 제작하기 힘든 현실이다. 반대로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인기 장르라는 이유로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양분화 된 움직임은 연극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방송활동과 영화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연출가 김민교와 연극계의 현실을 이야기 나눴다. 


“연극계, 악순환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현실”


- 대학로에서 한 장르에만 치우친 공연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연극은 예술을 지향하고 있지만 관객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작품을 올릴 수 있다. 대학로 연극들이 코미디 장르에 치우치게 된 현상에는 이러한 경제적 논리가 바탕을 이루고 있다. 빠른 시간 내에 관객들을 많이 웃겼을 때 객석이 더 찰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뚜렷한 드라마가 없이 연극이 단순히 웃기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면 관객들이야 웃기야 웃지만 작품의 수준은 낮아진다. 관객들이 극장까지 와서 공연을 보는 이유에는 연극만의 매력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의 질보다는 웃음의 양’이라는 식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관객들이 연극에 대한 기대를 하기가 힘들다.  


- 대학로 연극 현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삐끼문화’는 대학로 연극 현실을 대변한다. 관객들은 공연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들의 손에 이끌려 공연을 보게 된다. 수준 낮은 공연들을 접한 관객들이 많아지다 보면 이는 연극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소셜을 이용해 표를 파는 것도 제작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대안이다. 소셜에서 표를 팔면 당장의 적자는 면할 수 있다.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독이 된다. 한 번 소셜을 통해 공연을 본 사람들은 다른 공연을 원가에 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다. 공연 가격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에 다른 공연들 역시 소셜을 안하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배우들의 개런티가 낮아지다 보니까 훈련이 제대로 안된 배우들이 무대에 서게 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성숙한 배우들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어떤 공연장은 배우들에게 시간당 4,000원, 5,000원을 제공하는 실정이다. 낮은 임금에도 무대에 서겠다고 하는 친구들을 그냥 시키는 상황이다.


-흥행을 위한 스타마케팅, 어떻게 생각하나.


연예인들이 연극계에 진출하던 초반에는 연극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연극을 알게 되고 보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했다. 많은 사람들을 대학로로 모이게 하면 연극 시장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악재의 요소도 있었다. 관객들은 연예인 배우가 무대에 나오지 않으면 작품의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제작진들도 연예인들을 쓸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게 됐다. 이야기가 다소 어려우면 피하게 되는 현상이 생겼다. 좋은 작품, 좋은 연출, 참신한 배우들로 만드는 공연임에도 제작하는데 망설이는 분위기다. 연예인들을 쓰지 않으면 이윤을 보기 힘들다고 여긴다.


“연극계 위기 속에도 소통이 부재한 현실”


- 우리나라 연극계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연극계를 주도하는 분들이 모여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시급하다. 이렇게 내버려두면 연극들끼리 경쟁구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로에 ‘삐끼문화’가 안타깝다. 자존심 있는 팀들은 절대 안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삐끼’들이 표를 팔아야 돈을 많이 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표들이 뭉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 연극계는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 자기 갈 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 만들어야”


-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떠한 방향에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가.


관객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세상이 힘들다 보니 웃고 싶고, 진지한 이야기보다 풀어줄 수 있는 이야기에 끌리게 되는 것이 요즘 흐름이다. 이것이 관객들이 무대를 찾는 이유이기에 연극은 관객이 필요하면 웃겨줘야 한다고 본다. 다만 거기에는 ‘연극’ 장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들어가야 한다. 


나는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을 전제로 기획에 들어간다. 이야기를 무겁게 다루지는 않지만 ‘웃기는 행위’만이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카타르시스를 통한 정서적 반응은 희극에만 있지 않다. 짠하게 가슴 저리다가 울었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다. 만드는 사람도 그런 다양한 측면에 신경을 쓰면서 만들어야 한다.


- 앞으로 어떠한 연극 작품들을 만들고 싶은가?


연극판이 기로에 선 것 같다. 극단적인 마음도 많이 들고 기운 빠질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작품을 굉장히 많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솔직히 이런 연극계의 불황과 풀리지 않는 고리가 회의적으로 느껴진다. 작품이 들어와도 ‘생각 좀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하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제작자는 제작자대로 돈을 벌고 배우들에게도 개런티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열심히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해도 주변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든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배우들을 무대에 올려도, 적은예산으로 공연을 올렸어도 작품이 좋으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구상만 하고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렇다고 내가 연극계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연극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의 우여곡절을 겪어왔는데 그때마다 ‘문화 예술’은 결국 최고의 자본이고 최고의 힘이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문화예술 부분에 투자자본이 많아서 발전해 온 것은 아니다. 연극 역시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고 본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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