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말, 한 노인이 한성의 천진 사진관을 방문한다. 그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비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고 있다. 사진관을 지키고 있던 사진사는 아마도 왕비의 사진은 없을 거라고 답한다. 노인과 사진사는 각자가 기억하는 생전의 왕비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한동네에서 자란 휘와 선화는 정혼한 사이. 임오군란을 피해 내려온 왕비의 신분을 모른 채 험담을 내뱉었다가 가족과 고향을 잃었다. 휘는 왕실 사진사의 조수가 되어 왕비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궁녀가 된 선화는 왕비의 옆에서 그녀를 이해하고 보듬는다.

한편, 일본인 기자 기구치는 왕비 암살계획을 돕기 위해 휘를 통해 왕비의 사진을 구하려 애쓰지만, 사진 찍기를 거부해온 왕비의 얼굴은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5년 을미 사변의 밤은 비극의 희생양을 향한 거친 발걸음을 내디딘다.

예술혼과 대중성을 겸비한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 ‘잃어버린 얼굴 1895’가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재)서울예술단은 1986년 창작됐다. 이들은 한국적 소재의 창작 가무극 제작을 통해 한국의 공연예술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예술의전당 입주단체로서 매년 정기공연을 통해 창작신작공연과 레퍼토리 공연을 발표하고 있으며 지방 및 문화 소외지역 순회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공연 등 국제교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창작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2013년 초연 당시 99.6%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음악과 안무를 강화해 재연을 올린 후 올 10월 새로운 캐스트와 밀도 높인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작·편곡을 맡은 민찬홍은 “재연 때 음악적으로 수정보안이 있었다. 매번 공연마다 예술단에서 협조해 준 덕분에 삼연 역시 음악편곡과 사운드의 디테일을 보완했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음악과 사운드 즐길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단 한 장의 사진도 남아있지 않은 황후,
명성황후를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꽤 많은 사진을 남겼던 고종과 달리 명성황후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창작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가장 인물과 픽션을 더해 명성황후의 진실에 다가간다.

서울예술단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명성황후는 ‘뮤지컬의 여왕’ 배우 김선영에 의해 구현된다. 이번 작품은 김선영의 2년 만의 복귀작이다. 그녀는 명성황후를 그려내는 중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명성황후는 강하고 여장부 같은 이미지다. 저는 관객들에게 ‘이 여자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나’라는 것을 설득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강하지만 이면의 뒷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저 여자가 왜 저렇게 됐나’하는 명성황후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종 역의 박영수는 “김선영은 강한 포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미지로만 느꼈었는데, 실제로는 따뜻한 분이었다. 고종으로서 연민이 느껴졌다. 김선영이 선사하는 단단하고 받쳐주는 따뜻함과 공연을 같이하면서 무대에서 눈물 흘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뉴 캐스트들이 합류한 삼연
김선영, 정원영, 김태훈 등 최고의 배우들

이번 작품에는 김선영, 정원영, 김태훈, 박영수, 이창엽, 이혜수가 새로이 합류했다. 이와 함께 조풍래, 금승훈, 김도빈 등 서울예술단 주역들이 초연, 재연에 이어 다시 캐스팅됐다. 이들이 만들 시너지가 기대되는 가운데 뉴 캐스트들은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김태훈은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기억하고, 왜 잃었는지 제 시점에서 풀어가는 인물이었다. 그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오랜만에 훌륭한 무용을 보여준 예술단 단원들을 포함해 모든 분이 있어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정원영은 “재연에 불러줘서 감사하다. 휘를 기다려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다른 모습을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좀 더 예술단에 적응되고 작품에 온전히 스며든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감정이 뚜렷해 보이는 연기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힘들다는 역은 다 해봤다. 감히 제가 말씀드리건대 이번이 가장 힘든 여자 역할이다. 열심히 해서 관객분들께 과거의 시간 속에 있는 명성황후를 만나는 것 같은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16년 10월 11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박민희 기자 

이수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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