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출신의 체코 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의 연극 ‘리빙(Leaving)’이 4월 2일부터 4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를 찾는다. 이 작품은 현대사의 정치거목으로 손꼽히는 하벨이 전직 최고 권력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권력 이후의 풍경을 그렸다는 점에서 2008년 프라하 초연 당시 화제를 모았다.

이 극은 발표 당시 ‘하멜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논란으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 빌렘 리에게르 전 총리는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올랐던 정치인이지만 가족과 조언자들에 둘러싸인 유약하고 여성 편력이 심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많은 부분 하벨의 모습과 중첩돼 평단의 관심을 모았다. 그의 정적이 하벨의 정치적 라이벌(바츨라프 클라우스 현 체코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점도 ‘자전적 이야기’라는 추측을 뒷받침했다.

하벨은 “이 작품은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1980년대에 구상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개인적인 경험이 확대된 것으로 자신의 삶 자체가 작품을 풍요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리빙’은 총리직에서 물러난 60대의 빌렘 리에게르에게 벌어지는 일을 통해 권력의 허망함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권좌에서 내려온 그에게 관저를 떠나라는 정부로부터의 최후통첩과 새로운 권력을 좇아 떠나버린 보좌관들, 복잡한 사생활을 폭로하는 기사는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변화, 추방, 세대 간의 권력 이동’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체홉의 ‘벚꽃 동산’의 모티프의 차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연극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하벨은 현재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아 아내인 다그마르 하블로바를 주인공으로 ‘리빙’을 영화화하고 있다.

뉴스테이지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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