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병적인 동물성 탈피에의 콤플렉스’ 조혜진 작가가 다루고 있는 작품의 주제가 그림으로 육화되고 있는 작업실을 찾았다. 마흔다섯 평의 방을 둘로 나눠, 각각 서너 명의 작가가 쓰고 있다. 널찍한 방에는 의자가 있고, 그 위로 화폭이 놓여 있다. 드리핑 기법을 쓰는 조혜진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묽게 개어 캔버스에 직접 부은 다음, 움직여서 작품을 표현한다고 한다. 물감을 붓고 말리는 과정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렇게 작업실 바닥에 눕혀서 건조해가면서 작업 한다고 한다. 캔버스 위로 펼쳐진 빨간색의 강렬한 이미지들은 동물성을 찾아가는 듯 힘이 쟁여져 있는 것 같다.

작업실 한 켠에 있는 책상 위로 붓과 펜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평소 깔끔한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하다. 그녀는 작업을 할 때, 작업 도구를 한 번에 펼쳐 놓고 작업하지 못하고, 치워하면서 한다고. 책상 위로 작품에 대한 구상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그녀는 드리핑 기법을 사용하지만 스케치에서부터 색에 이르기까지 계획을 잡고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계획과 완성된 작품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포스트잇에 꼼꼼한 그녀의 성격도 함께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녀의 작품과 작품구상이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그리고 둥근 거울이 붙어 있다. 그녀의 주된 작품 소재가 ‘입’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입을 관찰하기 위한 거울로 추측된다. 그리고 거울 안으로 책장에 꽂힌 책들이 보인다. 그녀는 작품의 영감을 주로 대화를 통해서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료를 통해 공부를 하면서 얻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작품이 잘 안 될 때는 친구들을 만나고, 책을 읽으며 작품에 대한 의욕을 찾아 간다고 한다. 책장에 꽂힌 책 사이로 그녀의 작품에 대한 영감과 휴식이 담겨 있는 듯하다. 책장엔 그녀가 작품을 위해 준비하는 자료와 평소 관심 있게 보는 패션이나 사진관련 잡지들이 있다.

그 옆으로 그녀의 그림 ‘anal flower'이 있다. 그리고 사진으로 만든 잡지가 있다. 이 잡지가 된 종이는 지난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 시위 때 찍은 사진이다. 그 당시 경찰버스 등에 써진 낙서가 유머러스하고, 변화된 시위문화를 담고 있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회의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는 조혜진 작가. 그녀의 작가관도 작업실에 그대로 녹아 있다. 동물성의 탈피, 편견 등 사회에 매겨진 잣대에 일침을 가하는 그녀의 작품 활동을 기대해 본다.

글_정은승 사진_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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